(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윤슬기 기자 =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 은행의 신규 자금이 들어가도록 유도하기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보증기관의 지급보증 비율을 확대해 주는 것을 검토 중이다.
은행권의 요구해 온 보증기관 지급보증 비율 확대를 통해 신규 자금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PF사업장 재구조화를 정상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의도다.
◇은행권 '지급보증 비율 확대' 등 건의…당국도 검토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이달 진행한 은행, 보험 등 업권별로 PF 관련 간담회를 통해 은행 등이 요구하는 각종 인센티브 방안을 살펴보고 다음달 중순께 'PF 정상화 방안'을 발표한다.
우선 금융당국은 은행권이 건의한 HUG, 주택금융공사(주금공) 등 보증기관의 지급보증 비율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은행 입장에서 사업 성패를 확신하기 어려운 사업장까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기 쉽지 않다.
이에 기존에 보증기관의 보증이 담보된 사업장의 경우 지급보증 비율을 확대하고, 보증기관이 참여하지 않은 사업장의 경우 신규로 보증이 들어갈 수 있게 해 사업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다.
은행권 관계자는 "PF사업장 정상화 과정에서 HUG 등 보증기관이 보증 한도를 좀 더 확대해서 정상적으로 잘 진행될 수 있게 지원하는 부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은행들 입장에선 부실이 날 것을 알고도 사업에 참여할 순 없으니 보증기관들이 보증 여력을 확충해서 신용보강이 되면 (참여 유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도 "사업장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당연히 은행에서도 손해를 보고 사업에 참여할 수 없지 않겠나"라며 "(인센티브 차원에서) HUG, 주금공 등이 좀 더 지급보증을 해주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은행들이 요청해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HUG 등 보증기관이 지급보증을 확대할 수 있는 여력이 적어 금융당국이 고심하고 있다.
보증기관의 지급보증 여력이 확대되면 은행권은 손실을 보지 않을 수 있고, 금융당국도 PF재구조화를 속도감있게 추진할 수 있지만, 손실 분에 대한 정부 예산이 필요해 당장 이를 해결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부터 인허가, 착공 등이 지연되면서 보증 한도가 묶여 있는 데다, 보증개수도 정해져 있어 은행권의 요구를 수용하기까지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보증기관은 PF 사업장 중 착공을 해서 공사가 진행돼 분양을 하면 보증이 없어지고, 또 신규 보증을 들어가는 등 순환이 돼야 하는데 작년부터 착공, 인허가 등이 굉장히 침체돼 있다"며 "다만 지원 가능한 여지가 있는지 금융위에 의견을 전달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금융당국은 PF에 신규 자금을 투입하는 금융회사 임직원에 대한 면책범위 확대, 은행 등이 공동 투자한 부동산 펀드가 구조조정 PF 사업장을 인수할 경우 취득세 감면 혜택, 한시적 투자한도 확대 등을 인센티브 방안으로 살펴보고 있다.
여기에 대출 방식으로 부동산 PF 사업장에 투자할 경우 충당금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부동산 PF 사업장의 건전성 분류는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로 분류된다. 고정 이하 여신으로 분류하면 업권별로 충당금을 20~30% 이상 쌓아야 한다.
반면 정상여신으로 분류시 은행과 보험사 각각 0.9% 수준만 충당금을 쌓으면 돼 신규 투자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은행까지 부실 확산될라…근본 대책 마련해야"
금융당국이 각종 인센티브를 주겠다며 신규 자금 투입을 독려하고 있지만 은행·보험사들은 근본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은 채 당장 급한 불만 끄려는 미봉책만 반복되고 있다는 반응이다.
PF 신규 대출건에 대해 자산 건전성 분류를 '정상'으로 해줄 경우 당장은 충당금 적립 부담을 덜 수 있겠지만, 은행 입장에선 향후 부실이 생겼을 경우 결국은 더 큰 손실을 떠안게 될 수 있다.
금융당국이 그동안 PF 부실화에 대비해 금융회사들에 충당금 적립 강화를 요구해왔던 것과도 배치되는 태도라는 지적이다.
또 PF 업무로 부실이 발생해도 임직원 책임을 면책해주겠다고 하지만, '절차상 하자가 없을 경우'라는 조건이 해석하기 나름이라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장 PF 정상화가 급하니 은행·보험사 자금을 투입해 어떻게든 시장에 자금이 돌게 하려는 의도는 알겠으나, 자칫하다 저축은행에서 촉발된 부실 우려가 은행권으로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부동산 시장이 아직 불안한 상황에서 위험도가 낮은 본PF에 투자하는 것도 축소하고 있는 마당에 브리지론 단계 사업장을 인수하는 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가격이다.
은행·보험사 입장에서는 최대한 싸게 부실사업장을 인수하고 싶어하고, 반대로 PF 매도자의 경우 최대한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 가격에 매각하고 싶어한다.
현재 브릿지론 단계에 있는 사업장 대부분은 2000년대 초 부동산경기가 최고점일 당시 매입한 땅들이다.
현 시점에서 만기를 1~2년 이상 연장한 곳이 대부분으로 사실상 사업성이 좋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은행권 관계자는 "매도자와의 가격 차이가 커 당국이 보증을 통해 손실을 최대한 보증해준다 해도 선뜻 인수할 만한 사업장도 없다"면서 "눈앞의 인센티브 제공보다 부동산 경기 회복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바탕이 되어야만 땅값 조정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sgyoon@yna.co.kr
윤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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