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틀란트 지역의 주택: 연합뉴스 제공
(서울=연합인포맥스) 배수연 기자 = 월가 등 대형 기관 투자자들이 미국의 단독주택을 대규모로 사들이는 이른바 부동산 싹쓸이 쇼핑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미국 상하원 연방 의원에 이어 일부 주 의회까지 주택 소유 상한을 정하고 그 이상인 주택을 되팔도록 강제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보수적인 공화당 관계자 가운데 일부는 징벌적 중과세를 통해 기관투자자의 과도한 주택을 정조준하고 있다.
◇미 연방 상하원 월가 대규모 주택 보유 되팔도록 입법 추진
29일(현지시간) 폭스비즈니스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연방 상 하원 의원들은 주택을 대규모로 소유한 기관 투자자들이 실수요자들에게 주택을 되팔도록 강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네브래스카, 캘리포니아, 뉴욕, 미네소타, 노스캐롤라이나 등의 주의회 의원들도 유사한 법안을 제안하고 있다.
법안을 발의한 연방의원들은 투자자들이 미국 전역에서 소유할 수 있는 주택 수를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 의원들은 임대하기 위해 수십만 채의 주택을 사들인 투자자들이 매물 부족을 야기하고 주택 가격을 높이는 데 한몫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월가 등 기관 투자자들이 주택 실소유자들의 아메리칸드림을 가로막고 있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이들은 전액 현금을 제공하는 등 투자자의 대규모 주택 매수로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조차 경쟁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주장했다.
월가 등 기관투자자들은 팬데믹(대유행) 기간 동안 주택을 구입하는 데 수십억 달러를 지출했다. 2022년 팬데믹 정점에 기관투자자들은 전체 매매된 단독 주택 4채 중 1채 이상을 구입했다.
이제는 기관투자자들의 매수세도 주춤해졌다. 최근에는 금리가 오르고 공급이 부족해지면서다.
주택 구매의 가장 큰 손 가운데 두 기관인 인비테이션 홈스(Invitation Homes)와 AMH는 상장 회사다. 사모펀드에서 자금을 지원 받은 다른 여러 회사도 미국 전역에 수만채의 주택을 보유 중이다.
단독 주택을 대규모로 보유한 회사는 주택을 구입할 여유가 없는 사람들에게 살고 싶은 동네에서 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폭스비즈니스는 전했다.
미국 의회와 정부 관료 등은 미국 전역에서 주택 가격과 임대료가 사상 최고치에 가까워지면서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주 단위에서는 보다 저렴한 주택에 자금을 지원하고 건축업자가 지역 구역법을 우회할 수 있도록 하며 퇴거 절차를 세입자에게 더 유리하게 만들기 위한 새로운 조례를 통과시켰다.
◇텍사스 주지사 등 보수 성향 정치권도 입법 추진 한목소리
대기업의 주택 매입을 막으라는 주장은 진보 성향의 진영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제 일부 보수 성향의 정치인도 단속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보수진영의 텃밭인 텍사스의 주지사인 그레그 애벗(공화당 소속)은 지난달 X(트위터)에 "기업의 대규모 주거용 주택 구매가 시장을 왜곡하고 일반 텍사스 주민이 주택을 구매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 같다"면서 "텍사스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이는 입법 의제에 추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월가 등 기관투자자들의 대규모 주택 보유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진보와 보수를 뛰어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캘리포니아 대학 샌타바버라(University of California, Santa Barbara)와 보수적인 싱크탱크인 맨해튼 연구소(Manhattan Institute)가 자금을 지원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거의 같은 수의 유권자인 공화당원과 민주당원이 월가의 주택 구입을 차단하는 조치를 지지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 연구는 도시 및 교외 우편번호에 거주하는 5천명의 임차인과 주택 소유자의 의견을 바탕으로 수행됐다.
월가 등 기관투자자들을 억제하기 위한 제안은 유권자들에게 인기가 있었지만 여태까지는 의회에서 큰 관심을 얻지 못했다.
대규모 임대업자를 대변하는 전국임대주택협의회(National Rental Home Council) 등 해당 법안에 반대하며 가격 상승이 신축 주택 공급 부족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1천채 이상의 주택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기업으로 정의되는 기관 투자자가 소유한 주택 수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도 지적했다. 일부 연구자료에 따르면 이들 기관투자자들이 보유한 임대주택의 비중이 전체의 3~5%에 불과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주택 보유 상한선을 1천채에서 50채…징벌적 중과세도 추진
미국의 일부 특정 도시에서는 기관 투자자가 전국적으로 보유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집값 상승이 가팔랐던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는 5개 카운티 지역 전체 임대 주택의 약 11%를 현재 3개의 부동산 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조사는 조지아 주립대학교 연구진이 최근 실시했다. 미국 주택도시개발부의 2022년 분석에 따르면 애틀랜타 임대 주택의 21%를 소수의 대형 기관 투자자가 소유하고 있다.
미국의 부동산 전문가인 아미 닉스는 주택 시장이 돈이 많은 사람들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폭스비즈니스는 전했다.
애틀랜타 지역 출신 하원의원인 니케마 윌리엄스(조지아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의회서 '미국 주택 헤지펀드 통제법(End Hedge Fund Control of American Homes Act)'을 공동 발의했다. 그는 "이 조치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지만, 확실히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규제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대규모 기관 투자자 중 다수가 지난 해 주택을 거의 구입하지 않거나 아예 구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주택 연구 및 컨설팅 회사를 운영중인 존 번스는 10~99채의 주택을 소유한 소규모 투자자들이 올해 주택 구입 비중을 늘렸다고 지적했다.
하원과 상원의 법안은 대규모 임대주택 보유 상한선을 50채 이하로 제한하고 초과 소유한 주택을 매각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미네소타 주의회는 이 상한선을 20채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하이오주 상원 공화당 의원인 루이스 블레싱 3세는 대규모로 집을 보유한 투자자들에게 징벌적 세금을 부과해 그들이 자신의 부동산을 팔아야 한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블레싱은 부동산 회사들이 일부 지역에서 독점력을 키우는 동시에 주택 구매자들이 생애 최초 주택 매수가 더 멀게 요원해졌다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그것은 독점금지 법안의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종목: 인비테이션 홈스(NYS:INVH),아메리칸 홈스 포 렌트 A(NYS:AMH)
neo@yna.co.kr
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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