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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주택통계 오류와 국토부 장관의 적반하장

24.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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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00일 맞아 기자들 만난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세종=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국토부 기자실에서 취임 100일을 맞아 출입기자단과 차담회를 열고 있다. 2024.4.2 scoop@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부동산원의 예측치가 틀린 것을 저한테 그렇게 다그치듯이 질문을 하시면 제가 어떻게 답을 합니까." 지난 2일 출입기자들과 가진 차담회에서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연합인포맥스 기자의 추가 질문을 막으면서 했던 말이다.

이날 기자는 한국부동산원이 작년에 발표했던 아파트 입주 전망치와 국토부의 아파트 준공 실적 자료가 18만호 넘게 차이가 난다는 점을 지적하고서 수급에 대한 전망 등 정보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느냐고 박상우 장관에게 질문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은 주택토지실장이 했다. 그는 "부동산원 예측치와 일치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계속해서 관리해 나갈 수 있도록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기자가 추가 질문을 던지려 하자 박 장관은 다른 기자들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며 가로막았다. 그는 또 "부동산원에서 어떻게 그 자료를 만들어 냈는지 저는 알지 못한다"고도 말했다.

국토부가 관리·감독하는 부동산원의 아파트 입주전망 자료에 대해 어떻게 만드는지 모른다는 답변도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주택수급 정보에 대한 장관의 인식이 더욱 안타까웠다.

진실은 뒤늦게 밝혀졌다. 한국부동산원의 전망치가 아니라 국토부의 준공실적 통계가 잘못됐다.

국토부는 30일 데이터베이스(DB) 오류로 지난해 주택공급실적을 과소 발표했다고 밝혔다. 입주와 관련된 준공 실적은 31만6천호에서 43만6천호로 수정됐다. 당초 발표보다 무려 12만호가 더 많이 입주했다.

국토부는 이날 발표한 자료에서 올해 1월 말 작년 주택공급 실적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DB 누락 가능성이 확인돼 자체 전수점검에 즉시 착수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차담회 당시 박상우 장관은 국토부 통계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그렇다면 진실을 알면서도 국민의 귀를 가린 셈이 된다.

한 달의 시간이 지난 지금, 박상우 장관이 왜 차담회 자리에서 불쾌한 인상을 지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가뜩이나 통계조작 논란으로 국토부 전현직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진 상황에서 다시 통계논란이 불거지는 것이 두려웠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주택통계에 오류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것을 가리고 말을 돌리려 했던 장관을 믿고 따를 수 있을까.

현재 재판 중인 부동산원 통계조작 논란과 달리 이번 주택통계 DB 오류는 사실관계가 너무나 명확하다. 그리고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린 이런 중대한 오류에 대해 국토부에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사실도 명확하다. 기자들에 호통쳐서 눙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spnam@yna.co.kr

남승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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