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풍선을 누르면 다른 한쪽으로 바람이 쏠린다. 풍선효과는 사람 심리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대상에 대한 욕구를 제한하면 다른 방식으로, 또는 대상으로 옮겨가게 되어있다.
정부가 연초부터 시행한 연두색 '낙인'이 시작이다. 올해 1월부터 새로 등록하거나 변경 등록하는 8천만원 이상 법인 차량의 경우, 연두색의 전용 번호판을 달아야 한다는 법안이다.
연합뉴스 자료 화면
형광에 가까운 이 색은 누가 봐도 법인차임을 알 수 있게 한다. 그간 세제 혜택을 보기 위해 법인 명의로 고가 차량을 구입하거나 리스해 놓고 사적으로 이용하는 걸 막기 위해 도입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가로 335mm, 세로 170mm의 연두색 인장은 수입차에 대한 욕구를 눌러버렸다. 그 영향은 가시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8천만원 이상 수입 법인차 등록 대수는 전년 대비 31.4% 감소한 3천868대로 집계됐다.
특히 전체 수입차 판매량에서 법인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급감했다. 지난해 말 기준 40%까지 이르렀던 비중은, 지난 3월엔 28%대까지 추락했다.
한 대 가격이 '억 원' 대에 이르는 럭셔리카 브랜드도 판매량이 크게 줄었다. 지난해 럭셔리 브랜드별 법인차 비중은 롤스로이스 87.3%, 벤틀리 76.0%, 포르쉐 61.1% 등이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이들 브랜드는 말 그대로 '폭탄'을 맞았다. 벤틀리의 경우 1분기 등록 대수가 38대에 불과했다. 전년 동기 대비 77% 이상 줄어든 수준이다.
롤스로이스와 포르쉐도 각각 35대(35.2%)와 2천286대(22.9%)로 대폭 규모가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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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의 수입차에 대한 욕구를 누르면 다른 대체재를 반드시 찾게 된다. '편하고, 멋지고. 그리고 연두색 낙인을 찍어도 그리 민망하지 않고.' 연두색 법인차 규제의 수혜자다.
최근 주요 그룹의 임원들 의전 차량을 보면, 풍선의 어느 쪽이 부풀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SK그룹 경영 최고협의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수펙스)는 연초 이후 의전 차량을 제네시스 G90 숏바디 등으로 변경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기존에는 마이바흐 등 최고급 수입차를 고위 임원 차량으로 쓰기도 했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런 분위기는 실제 수치로도 나타난다.
제네시스 최고가 모델인 G90의 4월 판매량은 829대. 전월 대비 15.9% 증가했다. 세단 라인업 중에 가장 높은 판매량 증가율이다. 제네시스 라인업 전체로 판매량을 봐도, 전년 동기 대비 6%의 성장세를 보였다. 최근 현대차의 국내 판매가 16%가량 줄었단 점을 생각하면 온도 차가 분명하다.
한 재계 고위 관계자는 "기존에는 부사장급 이상이면 1억원 이상의 차량을 활용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쉽지 않아졌다"며 "일부 기업에서는 선택할 수 있는 차종 모델을 다운그레이드 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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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금융부 김경림 기자)
klkim@yna.co.kr
김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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