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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이모저모] "봄이 왔네요"

24.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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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봄이 왔네요."

약 열흘간의 유럽 출장을 마치고 3일 오전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을 향해 꺼낸 말이다. 질문에 대한 '대답' 아닌, 먼저 건넨 '인사'다.

되레 구체적인 출장 성과와 소회를 묻는 말에는 입을 꾹 다물었다. "아침부터 고생 많으셨다"는 말만 남기고 곧장 자리를 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유럽 출장 마치고 귀국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날 이 회장이 말한 '봄'은 5월 초 따뜻한 날씨를 일컬었을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출장 소회를 빗대 표현한 거란 해석도 가능하다. 직접 나가보니 지난해 꽁꽁 얼어붙었던 반도체 시장 상황에도 완연한 봄이 도래했다는 의미다.

공개된 일정만 놓고 보면 이 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유럽 반도체 공급망을 점검하고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했다. 삼성 총수로서는 물론, 개인으로서도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지난 26일(현지시간) 독일 자이스(ZEISS) 본사에서 칼 람프레히트 CEO 등 경영진과 만나 반도체 협력 확대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크리스토프 푸케 ASML 신임 CEO도 함께했다.

자이스는 '수퍼 을'로 불리는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장비에 탑재되는 광학 시스템을 독점 공급하는 곳이다. EUV 장비 1대에 3만개가 넘는 자이스 부품이 들어간다고 한다. 가히 '수퍼 병'이라 하기에 무리가 없다.

이튿날에는 바티칸 사도궁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났다. 교황은 이 회장에게 덕담과 축복의 말을 건넨 것으로 알려진다. 두 사람은 준비한 기념품도 서로 교환했다.

이날 만남에는 삼성전자가 기부한 옥외 전광판에 대한 교황청의 감사 의미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여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 옥외 전광판 4대를 설치, 운집한 군중이 교황의 강복 장면을 멀리서도 볼 수 있도록 했다. 기존 제품이 낡아 교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젠슨 황 CEO가 삼성 HBM3E에 남긴 사인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 회장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삼성전자는 1분기 영업실적을 발표, 반도체 사업에서 1조9천억원의 흑자를 내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고부가 수요 대응에 초점을 맞춘 메모리가 선두에 섰고, 파운드리도 적자 폭을 줄이며 힘을 보탰다.

한순간의 판단 미스로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준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서도 호시탐탐 역전 기회를 엿보기 시작했다. 전면에 내세운 건 HBM3E 12단 제품이다. 경계현 사장은 최근 "AI 초기 시장에서는 승리하지 못했지만 2라운드는 승리해야 한다"고 구성원을 독려했다.

예로부터 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로 '시작'을 의미해왔다. 가을철 풍년을 꿈꾸며 밭을 갈고 씨를 뿌려야 하는 때다. 삼성전자도 다시 한번 초심으로 돌아가 경쟁력 확보에 집중한다면 '삼성전자 위기론'이 대두되는 지금의 어려움을 무사히 넘길 수 있지 않을까. 기다리고 기다리던 봄이 왔다. (기업금융부 유수진 기자)

sjyoo@yna.co.kr

유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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