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박형규 기자 = 금융당국이 자산유동화법을 개정한 이후 지식재산권(IP)을 기초로 한 유동화 사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발행 실적은 아직 미미하다. 미국에서 IP 금융의 성공 사례로 언급되는 '보위 본드' 같은 사례가 나오기 위해 IP 자산 특성에 맞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8일 한국예탁결제원 유동화증권 종목정보에 따르면 올해 1월 12일 개정 법안 시행 이후 음악 저작권을 기초로 한 유동화증권 10개 종목이 발행된 것으로 관찰됐다. 키움증권과 하나은행이 1월 중순부터 4월 말까지 GOD, 멜로망스, 크레용팝 등의 음악에 기반해 뮤직카우에셋을 자산보유자로 한 신탁수익증권을 발행했다.
다만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1분기 유동화 자산별 등록 ABS 발행 실적'엔 아직 IP를 기초로 한 유동화증권 발행 내역이 포함되지 않았다. 해당 통계가 현재로선 크지 않고 이제 시작 단계라 유동화 자산별 구분에 편입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초 금융위원회 주도로 IP를 유동화 대상 자산에 포함하는 개정 자산유동화법이 시행됐다. 바뀐 자산유동화법 제2조에서 기존 채권, 부동산, 기타의 재산권에 더해 장래에 발생할 채권과 지식재산권도 '유동화자산'의 개념으로 명시했다는 것이 주요 변화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연초 개정 법률에 지식재산권을 포함한 무체 재산권을 적시한 것은 유동화 과정의 법률적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차원"이라며 "다양한 자산의 유동화를 촉진하기 위해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동화증권 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법제 개선뿐만 아니라 IP라는 자산 자체의 특징을 고려한 '맞춤 전략'이 주요할 것이라는 견해가 제기된다. IP는 그 특성상 효율적 활용을 위해 해당 기술이나 지식과 관련한 전문성이 수반돼야 한다. 지식재산의 특성상 업종이 방대하고 기술의 종류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지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기술적 전문성을 갖춘 중개 기관이 전문 분야에 대한 기술 평가를 진행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차원에서 IP 전문신탁업 도입을 제안한 바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차원에서 특정 IP가 담보할 수 있는 미래 현금흐름에 대한 면밀한 분석도 강조된다.
김필규 연구원은 "우선 IP 자체의 현금흐름 추정이 쉽지 않다는 이슈가 존재한다"며 "발행할 유동화증권이 경제성을 충분히 갖춰 투자자 기호를 충족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고 짚었다.
과거 가수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의 저작권을 바탕으로 1997년 미국에서 발행됐던 '보위 본드'가 유동화증권 발행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이처럼 꾸준한 음원 로열티를 통해 안정적인 경제성을 갖춘 IP를 기반으로 증권 발행이 촉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IP 범주 안에서도 각 권리 특성에 따른 세부적인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특허권과 저작권·상표권을 서로 구별해 담보 금융 활성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특히 주목된다.
전우정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저작권이나 상표권의 경우 안정적인 미래 현금흐름을 생성하기 때문에 유동화 메커니즘을 적용하는 데 용이하다"면서도 "다만 특허권의 경우 유동화 자산으로서 적합한지 여부를 가리기 힘든 면이 있어 일괄담보와 같은 제도가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허권은 특성상 특허무효 심판이나 소송 등으로 그 자체가 무효가 되는 권리 부인의 가능성이 있기에 유동화증권의 가치에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특허권 자체의 현금흐름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려워 가치 산정에도 어려움이 따른다"고 부연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IP 유동화 시장 활성화까지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개정 법안 시행 전부터 증권 발행을 준비한 것이 아니라면 IP 유동화를 위한 충분한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우정 교수는 "상표권과 저작권 자산의 풀(Pool)을 구성해 안정적인 로열티로부터 현금흐름이 확보돼야 증권을 발행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진다"며 "이후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고 이를 통해 증권을 판매하는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 단계까지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출처: 금융위원회 자산유동화제도 종합 개선방안
hgpark@yna.co.kr
박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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