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세종=연합인포맥스) 최욱 신윤우 한종화 박준형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1인당 25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방안을 새로 개원할 22대 국회에서 최우선 정책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민주당은 정부가 13조~15조원으로 추산되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촉구하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이지만, 정부와 여당이 끝까지 반대할 경우 법률 제정을 통해 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강경한 방향까지 내놓고 있어 갈등은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정부와 여당은 민주당이 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법을 처분적 법률 방식으로 처리하려는 데 대해 헌법적 가치에 반한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고, 특히 정부에 예산 편성권과 집행권을 준 헌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위헌적 발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 민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강행 의지…이번엔 법률로
8일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30일 개원하는 22대 국회에서 1인당 25만원의 전 국민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법안을 우선하여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최근 MBC 라디오에 출연해 22대 국회가 개원하면 가장 먼저 발의할 법안에 대한 질문에 "1인당 25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는 법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연합인포맥스와의 통화에서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확인하기도 했다.
국민 1인당 25만원의 민생지원금 지급은 지난 4·10 총선에서 민주당의 공약이었다.
민주당은 총선 승리 직후부터 지원금 지급을 정부에 요구해 왔지만, 정부는 물가와 재정 상황에 대한 우려를 근거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4월 29일 어렵사리 열린 영수회담에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민생회복지원금을 수용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이 '어려운 분들을 더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며 사실상 거부한 것이 대표적이다.
총선에 이기고도 예산 편성권을 쥔 정부에 가로막힌 민주당은 민생회복지원금을 아예 법안으로 추진하겠다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처분적 법률'이라는 방책이다.
처분적 법률은 지난 4월 17일 이재명 대표가 처음 꺼내 들었다. 이 대표는 "(이전에는) 국회 다수당 입장에서 요구하면 정부가 받아줬는데 이 정부는 마이동풍"이라며 "처분적 법률의 형태를 통해서라도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실질적 조치를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 대표는 신용 사면과 서민금융 지원을 입법으로 의무화하는 등의 예시를 들었지만, 민주당은 주요 공약이었던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에도 이를 활용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를 입법 폭주라며 맹비난하고 있다.
국민의힘 정희용 수석대변인은 전일 논평에서 민주당의 민생회복지원금 법안 추진 계획을 언급하며 "총선 압승에 취한 민주당이 수적 우위를 앞세워 21대 마지막은 물론 22대 국회까지 폭주를 이어가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소통과 협치를 저버린 채 오만한 힘자랑으로 국회를 끝 모를 정쟁의 장으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 처분적 법률은 무조건 위헌일까…"가능하지만 바람직하지는 않아"
처분적 법률은 일반적·추상적 사항을 규율하는 일반적 법률과는 달리, 직접 구체적 사건을 규율하거나 특정인에게만 적용되는 법률을 말한다.
처분적 법률은 일부 국회의원들조차 생소해하는 개념이다. 다만 법률 전문가들에 따르면 처분적 법률은 현대사회에서 입법 사항의 증대에 따라 점차 허용되는 추세에 있다.
서울 사립대의 한 로스쿨 교수는 "5·18 민주화 운동, 4·3 사건처럼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건들에 대해서는 이미 처분적 법률이 많이 만들어져 있다"며 "헌법재판소에서는 처분적 법률이 위헌이라고 보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헌법재판소는 2008년 1월 내린 '이명박 특검법'에 대한 판례에서 "특정한 규범이 개인 대상 또는 개별 사건 법률에 해당한다고 해서 바로 헌법에 위반되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이런 법률이 일반 국민을 그 규율 대상으로 하지 않고 특정 개인이나 사건만을 대상으로 함으로써 차별이 발생하는바, 그 차별적 규율이 합리적인 이유로 정당화되는 경우에는 허용된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했다.
처분적 법률이 특정인에 대한 차별이 돼 헌법상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는 청구인들의 주장에 대해 헌재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면 위헌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다만 처분적 법률이 자주 입법이 될 경우 삼권 분립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는 근거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로스쿨의 한 교수는 "(처분적 법률은) 위헌은 아니되 바람직하지는 않다"며 "판례는 현대사회에 들어오면서 어느 정도 처분적 법률이 불가피하다고 인정하고 있지만 그 현상이 심해지다 보면 행정부와 입법부의 구분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처분적 법률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민주당은 굳이 이 개념을 쓰지 않으려는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어떤 법안이든 '정부가 무슨 일을 하게 하자' 그러면 예산이 수반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며 "법을 낼 때도 비용 추계서 등을 첨부해서 내는데 그것들은 전부 처분적 법률이라고 할 수 있나"고 반문했다.
◇정부 "민생지원금 처분적 법률 활용은 위헌 소지 있어"
정부도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해 처분적 법률을 활용하겠다는 야당의 발상에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행정부에 예산권을 부여한 헌법의 취지를 거스르는 것은 물론 삼권분립 정신에도 위배된다는 것이다.
또 처분적 법률은 특정한 개인 등에 집행되는 예외적인 사례에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민생회복지원금처럼 전 국민을 상대로 한 정책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해석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처분적 법률로 강제하더라도 재원 마련 등 추가적인 논의 사안이 남아 있다"며 "만약 이런 법이 실행된다면 행정부의 역할은 완전히 없어지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국가 재정 운용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예산실에서도 야당의 민생회복지원금 처분적 법률 추진에 대한 면밀한 법률 검토를 진행 중이다.
그간 기재부는 건전재정 기조를 내세워 야당의 전 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요청을 완강하게 거부해왔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최근 기자 간담회가 열릴 때마다 "지금은 민생이나 사회적 약자를 중심으로 한 타깃 계층을 향해서 지원하는 것이 재정의 역할"이란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다.
대통령실은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처분적 법률 활용에 대해 본격적으로 검토하지 않은 단계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아직 그런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았다"며 "앞으로 살펴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처분적 법률에 대한 대통령실 내부의 부정적인 인식도 엿보인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위헌 여부와 관계없이 맞는 정책이라 보기 어렵다"며 "물가 압력을 줄 뿐만 아니라 금리를 높이는 압력도 주는데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행정 처분을 법률로 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면서 "부적절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4.29 hi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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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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