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일본 아방가르드 패션의 선구자, 요지 야마모토는 검정을 "가장 오만하면서도 겸손한 색"이라고 표현한다.
이어 그는 이렇게 묘사한다. "무엇보다 검은색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당신을 괴롭히지 않습니다. 나를 괴롭히지 마세요.'"라고. 의전 차량이 대부분 검정인 이유를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연합인포맥스 촬영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배타성'의 철학을 세단으로 구현했다. 플래그십 세단 G90의 최상위 트림인 '제네시스 G90 블랙'이다.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모처에서 만난 제네시스 G90 블랙에서는 조금의 크롬도 찾을 수 없었다. 전면부 엠블럼부터 라디에이터 그릴, 바퀴, 그리고 후면부까지. MLA(마이크로렌즈어레이)가 적용된 헤드램프에도 빛 반사를 줄여 최대한 검정을 강조했다.
그렇다고 지루한 검정은 아니다. 외장에는 '블랙 다이아몬드'라는 안료를 사용해 우아한 유광을 연출했다. 제네시스 특유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유·무광 검정으로 이중 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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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한층 칠흑 같다. 시트는 물론이고 천장, 운전대와 창문 버튼 등이 모두 검정으로 처리됐다. 다만 소재를 달리해 채광에 따라 다른 채도의 검정을 나타내는 점은 인상적이다. 또 도어 부분에는 검정 우드를 사용해 포인트를 주기도 했다.
G90 블랙을 타고 서초구 양재동에서부터 과천까지 약 20km 정도를 주행했다. G90은 쇼퍼(운전기사) 드리븐 성격이 강한 차다. 하지만 쇼퍼를 경시하는 차는 아니다. 오너도 쇼퍼도 만족할 수 있게끔 설계가 이뤄졌다.
먼저 소리와 승차감이다. 국도에서 약 80~100km/h까지 속도를 올렸지만, 풍절음이나 노면 소음 등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다른 차량보다 두껍게 만든 도어로 일종의 노이즈 캔슬링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방지턱을 넘을 때도 브레이크를 살짝 터치하는 정도로 무난히 넘어갈 수 있었다. 뒷좌석에서는 거의 느끼지 못할 수준이다.
특히 뒷바퀴를 앞바퀴보다 크게 만듦으로써 부드럽게 코너링을 할 수 있게 했다. 시내 도로를 달리다가 좁은 골목으로 급하게 틀어도 무리 없이 진입한다.
우면산을 지나는 구간에서 약간 속도를 올려봤다. 40km/h에서 120km/h까지 약 3초 만에 도달했다. 시속 60km/h 단속 구간이란 걸 깨닫고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급정거다'라는 느낌은 거의 없었다.
인상 깊은 디테일도 있다. 후면 취침모드는 기본이고 후면 디스플레이에만 장착된 '부동산' 화면이다. 주변 지역의 부동산 시세를 확인할 수 있다. 앞좌석에는 없는 화면이다.
전 좌석에는 안마 시트가 장착되어 있어 1~3단계까지 조절할 수 있다. 넓은 휠베이스(앞바퀴 중심과 뒷바퀴 중심의 거리)로 레그룸을 확보하고 안마 기능까지 실행하면 당장에라도 취침할 수 있다.
다만 의전 목적이 강한 차량이라는 점에서 봤을 때 오히려 아쉬운 점도 있다. 고스트 도어 클로징(반자동 문 닫힘)이 기본으로 장착됐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으면 문과 차체 사이에 끼어버리는 일도 왕왕 발생한다. 한 번 더 누른다고 해서 멈추지도 않는다. 그날 양재동에는 몇번의 '악' 소리가 울렸다.
klkim@yna.co.kr
김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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