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온다예 기자 =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강자 삼성자산운용이 '보수인하'를 내세워 해외주식형 ETF 점유율 확대를 위한 포석을 깔았다.
점유율 1위를 수성하기 위한 삼성자산운용의 승부수가 투자자들에게 통할지 이목이 쏠린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2일 기준 삼성자산운용의 ETF 순자산총액은 55조4천99억원으로, 전체 ETF 시장에서 점유율 1위(39.23%)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2002년 국내 최초의 ETF 'KODEX 200'을 선보인 이래 점유율 1위 자리를 경쟁사에 내준 적이 없다. 국내 시장에 상장된 ETF만 185개에 이른다.
그러나 최근 ETF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운용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자 삼성자산운용도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에 처했다.
특히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추격이 매섭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20년 말 점유율 25%대에 그쳤으나 최근 몇 년 사이 빠르게 덩치를 키워 삼성자산운용의 뒤를 점유율 3%포인트(p) 차이로 바짝 추격 중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 순자산총액은 2일 기준 51조6천81억원(점유율 36.54%)로 업계 2위에 자리하고 있다.
해외주식형 ETF만 놓고 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압도적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해외주식형 ETF 순자산총액은 19조937억원, 점유율은 61.39%로 삼성자산운용(5조2천477억원·16.87%)을 44%p 차로 크게 앞질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 달 삼성자산운용의 ETF 보수인하 조치를 두고 시장에선 해외주식형 ETF 점유율 확대를 위한 포석이란 평가가 나왔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달 19일부터 ▲KODEX 미국S&P500 토탈리턴(TR) ▲KODEX 미국나스닥100 TR ▲KODEX 미국S&P500(H) ▲KODEX 미국나스닥100(H) 등 ETF 4종의 총보수를 기존 연 0.05%에서 0.0099%로 인하했다.
삼성자산운용이 제시한 0.0099%는 업계 최저수준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미국 대표지수 ETF의 최저보수로 인하해 연금 내 장기적립식 투자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환헤지 여부, 배당 재투자 여부에 따라 상품마다 운용전략은 다르지만,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다른 운용사의 ETF 보수와 비교하면 보수 차이가 눈에 띈다. 총보수와 기타비용을 포함한 총보수비용비율도 다른 상품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미국 나스닥100 지수 관련 ETF 총보수율 및 총보수비용비율(연 기준)
미국 S&P500 지수 관련 ETF 총보수율 및 총보수비용비율(연 기준)
보수인하 효과는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이 보수인하를 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지만, 일평균 개인순매수 금액은 그 전보다 2배가량 증가했다.
KODEX 미국S&P500 TR, KODEX 미국나스닥100 TR의 보수인하 조치 전 9영업일간 일평균 개인 순매수 금액은 각각 16억원, 9억원 정도였으나 보수인하 조치 후(2일 기준)에는 31억원, 22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KODEX 미국S&P500(H)의 일평균 개인 순매수 금액은 약 2억원에서 4억원으로, KODEX 미국나스닥100(H) 2억원에서 5억원으로 늘었다.
삼성자산운용은 보수인하와 관련한 마케팅에도 힘을 쏟고 있다.
앱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ETF 보수 인하 관련 광고를 대거 싣고 있는데, ETF 광고로는 이례적으로 거액의 광고비용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기조는 서봉균 대표의 ETF 사업 전략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서 대표는 취임 첫해인 2022년부터 해외투자 ETF 상품 공급 확대를 전면에 내세우고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몰두하고 있다.
운용사들은 이번 보수인하가 불러올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ETF 시장은 1bp(1bp=0.01%p)싸움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보수를 둘러싼 신경전이 치열한 곳"이라며 "비슷한 구조와 테마를 지닌 ETF가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낮은 보수는 하나의 경쟁 포인트로 작용하는데,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중소형사는 보수 싸움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삼성자산운용이 보수를 인하한다고 해도 다른 운용사 상품에 투자하던 투자자들이 보수가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삼성자산운용 ETF로 갈아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관건은 신규투자자들인데, 삼성자산운용이 보수 인하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것도 신규 투자자들을 타기팅하기 위함으로 보인다"며 "기존의 브랜드 이미지에 더해 광고를 통한 '저렴한 보수' 이미지를 강조해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dyon@yna.co.kr
온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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