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사업성 평가 대폭 강화…수요·공급 선제 정비"
은행·보험 신디케이트론 조성 계획
캠코펀드 역할 대폭 확대…우선매수권 부여도 검토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4일 오전 서울 캠코양재타워에서 열린 '부동산 PF 사업장 정상화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권남주 캠코 사장, 권대영 금융위 상임위원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7.4 pdj6635@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꽉 막혔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구조조정의 물꼬를 트기 위해 은행·보험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투입된다.
금융당국이 PF 사업성 평가를 강화할 경우 경·공매 등으로 부실 사업장 매각이 급증할 전망인데, 수요·공급에 대한 선제적인 조율이 없을 경우 시장 내 불안감이 증폭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한 은행과 보험이 신디케이트론(공동대출)을 조성해 지원하도록 하고, '가격 이견' 탓에 별다른 실적을 내지 못했던 'PF 정상화 펀드'(이하 캠코펀드)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 'PF 정상화 방안'을 내주 발표한다.
◇ 이번엔 '위기설' 끝낸다…고심하는 금융당국
금융당국 관계자는 8일 "아직까지 관계부처와 연계 기관들 사이에 조율을 끝내지 못한 이슈들이 많아 발표는 더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또 한 차례 PF 정상화 방안을 준비하는 이유는 부동산 PF가 국내 경제·금융시장의 '뇌관'이라는 지적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총선 이후 그간 억눌렸던 PF 관련 부실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이른바 '4월 위기설'은 넘겼지만, 관련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닌 만큼 금융권 안팎에선 다양한 버전의 위기설이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고금리 기조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부실이 한꺼번에 터지기 전에 PF 구조조정 물꼬를 터야 한다는 분위기도 강화됐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6.55%였다. 올들어 오름세가 가팔라지면서 상반기 내 10%에 육박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저축은행의 연체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데는 수익성 강화를 위해 부동산 관련 대출 비율을 확대해 온 점이 주효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PF 비중이 큰 금융사들을 중심으로 위기가 확산하면 금융시스템 전체 리스크가 될 수 있으니 선제적인 관리가 필요해 추가 방안을 내려는 것"이라며 "거듭되는 금융당국의 메시지에도 PF와 관련해선 시장 내 공포감은 여전하다. 이번 대책 또한 이제는 PF 구조조정이 작동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5대 시중은행 본점의 로고, 위에서부터 국민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 [촬영 이세원]
◇ 은행 주축 공동대출…캠코펀드엔 우선매수권
우선 사업성 평가 강화에 대한 불안감은 은행·보험권의 신디케이트론 조성과 캠코펀드의 역할 확대 등으로 해소한다는 금융당국의 일차적인 구상이다.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겪는 사업장에 고금리 국면에서도 비교적 자금이 풍부한 은행·보험권의 '뉴머니'를 투입하겠다는 의도다.
캠코펀드의 경우 민간 운용사 5곳이 캠코가 조성한 펀드에 출자하는 방식이었지만, 은행·보험권은 신디케이트론 형태로 논의가 진행 중이다. 금융사가 직접 사업장을 심사해 속도를 높이려는 차원이다.
은행·보험사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도 거론된다.
신규 자금 지원시 건전성 분류를 '정상'으로 해 일단 충당금 적립 부담을 최대한 줄이는 것은 물론, 투자한도 완화, 주택금융공사 등의 지급보증 비율 확대, PF 사업장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담당자에 대한 면책 조항 등의 논의도 진행 중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결국 사업성 평가를 고도화한다는 점이다"며 "이 경우 시장에 불안감이 쌓일 수 있으니 그간의 방안들을 발전시켜 여러 대책을 함께 내려는 것"이라고 했다.
캠코펀드 역할에 변화를 주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캠코펀드는 이지스·신한·캡스톤·코람코·KB등 민간 운용사와 캠코가 손잡고 출범시킨 '부동산 PF 정상화 지원 펀드'로, 지난해 10월 1조1천억원 규모로 조성됐다.
하지만 이후 성과는 거의 없었다.
재구조화 가능성이 높은 80여개의 사업장을 선별한 뒤 이를 캠코 자체 플랫폼을 활용해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는 것이 핵심이었는데, '가격 이견' 탓에 플랫폼을 통해 딜이 성사된 케이스 자체가 나오지 않았다.
캠코펀드가 활용된 곳은 삼부빌딩과 성수사업장 등 2건인데, 이는 모두 출자자로 참여하고 있는 운용사들이 자체적으로 딜 소싱해 성사시킨 케이스였다.
이에 금융위는 지난 3월 27일 캠코펀드 활성화를 위한 1차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대책의 핵심은 브릿지론 단계 사업장이 아닌 본PF 단계 사업장도 포함하면서, 신규자금 대출이 가능하게끔 지원 방식에도 변화를 가한 점이다.
이번에 추가될 대책에선 PF 사업장을 넘기는 매도자 측에 '우선매수권'을 주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된다.
이는 그간 금리 인하 기대감 등으로 가격을 낮추지 못하는 케이스들이 누적됐던 만큼, 일단 우선매수권을 통해 가격 협상에 도움을 주겠다는 의미다.
다만, 캠코펀드의 경우 민간 운용사들이 출자자로 들어와 있는 만큼 선제적 조율 과정은 필요하다.
운용사들 또한 펀드에 손실이 나지 않는 범위 내에선 우선매수권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캠코 관계자는 "신규자금 투입과 관련된 논의는 이달 중순께 계약서 변경 작업을 완료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우선매수권은 쌍방의 거래 니즈에 도움을 주자는 차원인데, 계약서 변경 등이 필요한 이슈인 지는 운용사들과 논의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캠코 제공]
◇ 평가 강화에 기대감↑…일괄 적용은 문제될 가능성도
금융당국은 이번 대책에서 사업성 평가 기준 개편안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장부상 손실을 피하기 위해 부실 사업장을 정상으로 둔갑시키는 행태들이 구조조정을 막고 있었던 만큼, 평가 방식을 고도화하겠다는 의미다.
기존 '양호', '보통', '악화 우려' 등급에 최하위 등급인 '회수 의문'을 추가해 정상 사업장 위주로 대출이 돌게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특히, 브리지론을 세 차례 이상 연장한 사업장에 대해선 '악화 우려'나 '회수 의문' 등으로 분류해 사업장 보유에 대한 부담을 키운다.
결국 달라진 방식에 PF 관련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는 금융사들이 경·공매를 찾을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도다.
금융권 또한 이러한 사업성 평가 강화가 PF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데 상당한 효과를 낼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브릿지론 단계 사업장의 정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사들이 취급한 부동산 PF 대출은 지난해 말 기준 136조 수준인데, 이 가운데 2금융권 브릿지론은 30조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정부의 이번 정상화 방안에 대해 우려를 보내는 평가도 있다.
브릿지론 사업장에 기간이나 연장 횟수 등 일괄적인 규정을 적용할 경우 정상 사업장 상당 수가 문제 사업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PF 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사업성과는 별개로 본PF 사업장으로 전환하지 못한 케이스가 다수라는 점도 부담이다.
금융권의 다른 관계자는 "결국 사업성 평가 방식 강화가 실제로 사업장 매물을 의미 있게 늘릴 수 있을 지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jwon@yna.co.kr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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