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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내용은 5월 8일(수) 오후 4시 연합뉴스경제TV의 '경제ON' 프로그램에서 방영된 콘텐츠입니다. (출연:서영태 연합인포맥스 기자, 진행:이민재)
[이민재 앵커]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거의 완성한 가운데 상장사가 얼마나 참여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지목받는 재벌그룹의 동참 여부가 관건입니다.
[서영태 기자]
정부가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 제정안을 얼마 전 발표했는데요. 이와 관련해 의견 수렴을 거친 뒤 최종 확정안을 이달 중으로 발표할 전망입니다. 얼마 전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와 식사했는데요. 발표된 가이드라인에서 크게 바뀌지는 않을 듯하다고 관측했습니다.
정부와 거래소가 야심 차게 추진하는 자본시장 선진화와 기업 밸류업은 외국인 투자자의 참여와 의견도 중요합니다. 일본 자본시장에 새바람을 불어넣은 게 외국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요. 외국인 투자자의 관점을 알아보니, 한결같이 지적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있었는데요. 바로 재벌입니다.
[앵커]
재벌이요? 우리나라에도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한 원인 분석이 많지만, 시원하게 "재벌이 문제다"하고 지적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요.
[기자]
우리나라에서 재벌이라고 하면 드라마 '눈물의 여왕'의 매력적인 캐릭터의 재벌 3세가 떠오를지도 모르지만, 외국인 투자자에게 한국의 재벌은 주가를 짓누르는 악당 캐릭터이기만 한 것 같습니다.
신흥국 투자의 대가로 유명한 마크 모비우스 아시나요? 그분이 설립한 모비우스 캐피탈 파트너스는 취약한 기업 거버넌스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상당히 기여했다며, 삼성·현대차·LG 같은 재벌이 악명높다고 지적했는데요. 보고서에 'Chaebol'라는 영어 표현을 그대로 쓰며 한국 특유의 가족 소유 기업집단 구조를 비판했습니다. 재벌가 내 세대 간 상속·증여 때 세금을 덜 내려고 주가를 짓누른다면서요.
미국 투자운용사 웰링턴 매니지먼트도 재벌의 지배력을 지적했습니다. 한국이 소수 주주의 권익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낮은 주가 밸류에이션을 나타내는 게 재벌 때문이라면서요. 피셔 인베스트먼트도 취약한 거버넌스가 한국 대기업 구조에 내재한 오래된 문제라고 지적했는데요. 소수 주주의 가치를 희생해 재벌 가문이 지배권을 쥐는 구조라고 비판했습니다. 애버딘도 비슷한 의견을 내면서 외국계 운용사가 한목소리로 재벌이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우리나라 재벌이 문제라고 하는데, 비슷한 구조의 기업집단은 다른 나라에도 존재하는 것 아닌가요?
[기자]
예, 가족이 소유·경영하는 형태의 기업은 다른 나라에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한국처럼 주가 디스카운트의 주체로 여겨지진 않습니다. 일본 출장 중에 도쿄증권거래소의 기업가치 제고 이니셔티브가 어떻게 성공했는지 살펴봤는데요. 그중 하나가 재벌이라는 세력이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소수 주주의 목소리가 커져도 반대할 집단은 일본에서 진작에 사라졌습니다.
자이바츠란 말 들어보셨나요. 한자어인 재벌(財閥)을 일본식으로 읽은 겁니다. 일본에도 자이바츠, 즉 재벌은 존재했습니다. 근데 좀 오래전이죠, 2차 세계대전 전 일입니다.
과거 일본 자이바츠 중 하나인 미쓰이의 경우 은행업·무역업·광업·보험업·직물업·식품업·중공업 등 현재의 한국 재벌그룹처럼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영위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자이바츠가 은행을 소유했고요.
주요 자이바츠 네 곳은 미쓰이·미쓰비시·스미토모·야스다 등인데요. 정부가 경제성장을 독려하기 시작한 메이지 유신 이후에 발전한 기업들입니다. 특히 1차 세계대전 때 급속히 성장했고요. 하지만 2차 대전 후인 1946년에 연합군이 자이바츠 해체를 명령합니다. 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재벌 기업들은 미군정에 의해 전범으로 지목되면서, 재벌해체가 단행됐죠. 1945년 말 4대 재벌(미쓰이, 미쓰비시, 스미토모, 야스다)해체가 결정되었고, 이후 1947년 9월에 83개사에 이르는 기업이 해체 대상이 됐습니다.
재벌해체로 각 재벌의 가족들은 경영에서 완전히 배제되었으며, 전문 경영인은 기업경영에 실질적 책임을 지게 됐습니다. 각 계열사는 모회사로부터 자유로워졌죠. 물론 경영방식이 급격하게 바뀌지는 않고 과거 모습은 어느 정도 이어왔습니다. 재벌집단의 소속 계열사들은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재결집 현상이 일어났고요. 이들은 각계열사의 사장단을 중심으로 사장회(社長會)를 발족하고, 2차 세계대전 이전부터 기업 산하에 은행을 갖고 있던 자이바츠를 중심으로 게이레츠가 형성됐습니다. 게이레츠는 계열사 간 상호주식소유를 통해 안정화를 꾀했고요. 우리보다 앞서 밸류업을 추진한 일본에서도 기업 간 상호주 등은 문제였죠. 그래도 특정 집안이 자본시장에 디스카운트를 주는 일은 없게 됐습니다.
[앵커]
일본보다는 일부 기업의 저항이 거셀 수도 있겠지만, 당국은 밸류업에 꽤 기대를 거는 듯합니다.
[기자]
예, 얼마 전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와 깊게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당국은 기획재정부·국민연금의 지원까지 받으면서 자본시장을 바꿔나가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전례가 없던 일이라는 거죠. 현재 세제 지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세제는 기재부·법무부와 국회 소관이거든요. 금융당국에서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기재부에서 검토하겠다고 지원사격에 나서는 상황입니다.
당국은 지난해부터 자사주 제도 등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서 애썼고, 이번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도 그 일환이라고 설명합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추진하는 정책인데 시장에서는 단기 테마로 반응하는 점에 아쉬움도 나타냈고요. 또 재계에서 포이즌필 등 이런저런 대가를 요구하는 행태와 관련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무언가를 주고받으려는 생각은 스스로 진정성을 훼손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습니다.
재계에서는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정답은 없다며 불편해하는 기색도 나타냈는데요. 서로 이해하고 있는 지배구조 개념이 다른 것 같습니다. 재계는 지분구조와 소유구조를 의식한다면 당국은 넓은 의미에서의 지배구조, 즉 이해관계자의 정당한 목소리가 적절하게 경영의사결정에 반영되는 구조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연합인포맥스 투자금융부 서영태 기자)
※본 콘텐츠는 연합뉴스경제TV 취재파일 코너에서 다룬 영상뉴스 내용입니다.
yt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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