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가족 지배 상장사 많아"
(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금융당국이 한국 자본시장 선진화를 목적으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가운데 벤치마크인 일본보다는 불리한 환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과 비교해 한국 상장사는 지배주주의 지분율이 높다. 결국 재벌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밸류업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주 이해관계 충돌 속 디스카운트"
13일 미국 투자운용사 돌턴 인베스트먼트의 임성윤 시니어 애널리스트는 연합인포맥스와의 통화에서 "일본의 경우 지배주주 지분율이 더 낮은 경우가 많다"며 "주주의 요구를 경영진이 더 잘 수용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임성윤 애널리스트는 "한국에는 지배주주의 지분율이 높은 구조 속에서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며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돌턴 인베스트먼트는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에 투자하며 기업에 친화적인 접근을 하는 운용사다. 한국에서는 메리츠금융지주·메가스터디 등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이성원 부사장도 지배주주의 전횡이 밸류업에 문제일 것으로 관측했다. 이 부사장은 중견기업 중 지배주주 지분율이 높은 상장사가 소수주주의 권익을 침해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중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50% 이상인 기업은 600곳 이상이다. 이 부사장은 "이들 기업은 사실상 난공불락"이라며 "거버넌스 개혁의 핵심은 이러한 기업에 있다"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지배주주 지분율이 높은 기업 중 상속세를 아끼려고 상장한 듯한 기업도 있다고 전했다. 비상장회사의 경우 순자산가치를 기준으로 상속세를 매기는 반면 상장사는 시가로 상속세를 매겨 상장 뒤 주가를 고의로 낮추며 소수주주 가치를 훼손한다는 이야기다.
외국인 투자자도 소수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한국 기업이 많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이들은 재벌기업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외국인, 한목소리로 재벌 비판
영국계 헤지펀드 페더레이티드 헤르메스의 조나단 파인스 수석 매니저는 재벌기업의 지배주주인 총수 일가가 대기업을 좌지우지하는 구조를 개혁해야만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성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파인스 매니저는 "일본 증시의 저평가는 한국처럼 지배주주가 과도한 이익을 독점하거나 주가를 낮게 유지하려는 데 대한 시장의 우려 때문이 아니었다"며 "한국은 가족이 지배하는 상장사가 훨씬 많고 지배권을 가진 이들은 현재의 규제 환경에서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세계 2차 대전 이후 4대 재벌이었던 미쓰이·미쓰비시·스미토모·야스다 등을 포함한 수십 곳의 재벌이 해체됐다. 이들을 전범기업으로 간주한 미 군정의 개혁 때문이다.
한국보다는 느슨하게 구성된 일본 재계를 대표하는 게이단렌은 아베 신조 정권 때부터 지배구조 개혁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지만 대체로 순응했다는 평가다.
신흥국 투자로 이름난 모비우스 캐피탈 파트너스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해 "삼성·현대차·LG처럼 부유하고도 영향력 있는 가족 소유의 재벌이 악명 높다"며 재벌은 전통적으로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고 소수 주주의 적극적 참여를 받아들이기보다는 지배권을 유지하기를 우선했다"고 비판했다.
웰링턴 매니지먼트도 "한국 기업의 소수주주 이익 보호가 소홀하고 주식 밸류에이션이 지속해서 낮은 것은 불투명한 가족 소유 대기업인 재벌의 지배력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고 지적했으며, 피셔 인베스트먼트 역시 "한국 대기업 구조에 내재한 오래된 문제"라며 순환출자 구조가 소수주주에 손해를 입히면서 재벌가에 지배권을 유지하게 해준다고 지적했다.
일본계인 미쓰이 스미토모 DS 프라이빗 펀드 매니지먼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장 큰 이유는 거버넌스 문제라고 생각해왔다"며 "거버넌스 개혁이 빨라지면 한국 주식을 재평가할 여력이 크게 생길 전망"이라고 말했다.
ytseo@yna.co.kr
서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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