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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 밸류업③] 국민연금·기재부 '역할론' 커진다

24.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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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한국주식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서는 국민연금기금과 기획재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역할론이 떠오르고 있다.

국민연금은 일본 공적연금(GPIF)처럼 국내주식 투자와 스튜어드십코드를 더 강화하고, 기획재정부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같은 개인연금이나 법인세 등에 대한 세제혜택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내주식 확대하라는 요구…국민연금은 곤란하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일본 GPIF는 국내주식 운용자산 비중이 25%로 국민연금(14.3%)보다 크다. 일본 정부가 기업가치 제고 정책을 시작한 지난 2014년부터 일본주식 비중을 12%에서 25%로 대폭 늘렸다.

절묘한 타이밍으로 GPIF는 일본 기업가치 제고 정책의 핵심 축으로 언급된다. 일각에서 국민연금도 GPIF처럼 국내주식 투자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준 아리마 GPIF 수석 이사는 "정부와 일치하는 방향으로 기금운용 정책을 결정하는 건 금지된 행위"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실제 GPIF가 자산배분정책을 대 변경을 결정했던 2014년 당시 핵심은 '국내주식 비중 확대'가 아닌 '국내채권 비중 축소'였다.

그전까지 안정적인 운용을 추구하던 GPIF는 국내채권에만 기금의 60%를 투자했다. 국내주식, 해외채권, 해외주식, 단기자산 비중은 각각 12%, 11%, 12%, 5%였다.

일본 정부가 장기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지난 2013년부터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대규모 양적 완화 정책을 실시하면서, GPIF도 자산배분정책을 변화할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다른 나라 대비 낮은 금리를 가진 일본채권은 수익성 측면에서 투자 유인이 상대적으로 낮은 자산군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경우 상황이 조금 다르다.

국민연금은 이미 전체 국내주식 시가총액에서 7%에 해당하는 규모를 투자하고 있다. 한국주식이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과도하다고 볼 수 있다.

과도한 자국 치우침은 향후 국민연금기금이 감소기에 돌입하게 될 때 골칫거리로 작용할 수 있다.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비중을 현 수준으로 유지할 경우 2040년 이후 연간 수십조원 수준의 매도가 발생할 것으로 국민연금은 추산하고 있다.

경제 상황을 고려해 국내주식을 늘린 2014년의 일본 GPIF와 달리 한국은 국내주식을 줄여야 할 유인이 더 많은 상황인 것이다. 국민연금이 중장기적으로 해외·대체투자를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운 이유다.

GPIF가 일본주식을 크게 늘린 2014년 이후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던 일본증시가 10년 지난 최근에서야 크게 오른 점도 GPIF의 투자가 일본증시를 끌어올렸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미 스튜어드십코드 실천 중인 국민연금…경영참여까진 어려운 이유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기업이 스스로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하도록 유도한 GPIF 사례에 빗대서 국민연금의 역할론이 제기되기도 한다.

사실 국민연금기금은 이미 2018년 7월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스튜어드십 코드)을 도입했다. 국민연금기금 상위 조직인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정한 해당 지침을 바탕으로 중점관리사안에 해당하는 기업에 대해 비공개대화, 비공개중점관리, 공개중점관리, 주주제안 등 단계적으로 주주활동을 펼치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 국민연금에 원하는 수준인 임원 선·해임 등 강력한 주주활동의 경우 자본시장법상 제약이 있다.

국민연금은 국내 상장주식 보유목적을 단순투자, 일반투자, 경영참여로 구분한다. 배당 정책이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관 변경 등은 지난 2019년 제도 변경을 통해 경영참여가 아닌 일반투자로 분류됐지만, 임원 선·해임 등 시장이 바라는 강력한 주주활동은 '경영참여'에 해당한다.

문제는 경영참여 목적으로 상장사 지분을 10% 이상 소유할 경우 '단기매매차익 반환제도'에 따라 6개월 내 얻은 단기매매차익을 기업에 반환해야 한다는 '10%룰'이다.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하려면 기금운용원칙 가장 첫 번째로 서술된 '수익'을 일부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다.

경영참여로 분류한 기업에 대해서는 '5%룰'도 적용된다. 경영권에 영향을 줄 목적으로 상장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한 주주는 1% 이상 지분을 매매할 때마다 5일 안에 보고해야 하는 규정이다. 추종 매매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

지금까지 주주활동에 대해 '연금 사회주의'라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왔던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지침을 넘어선 주주활동을 하기도 부담스럽다.

국민연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후 국민연금은 투자 기업의 가치 증진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며 "공은 기업에 던져졌다. 기업이 그것에 부응하는 노력을 보여줘 우리나라 주식시장 내 해묵은 지배구조 문제가 해소됐다는 신뢰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주식 위탁운용사 선정 시 스튜어드십코드 관련 가점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겠지만, 현재도 충분히 높은 수준이라는 게 국민연금 안팎의 인식이다.

현재 국민연금은 국내주식 위탁운용사 선정 시 스튜어드십코드 및 책임투자 관련 2점을 부여한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및 등록 1점, 스튜어드십코드 세부 운용 지침 0.5점, 책임투자 정책 수립 및 지침 0.5점씩이다.

국민연금에 정통한 다른 관계자는 "위탁운용사 선정 시에는 1~2점이 당락을 가를 만큼 치열하다"며 "가점이 지나치게 커질 경우, 규모가 작아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할 인적 물적 여력은 없지만 창의적으로 운용하는 작은 운용사들의 기회가 박탈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밸류업 기업 '세제혜택' 바라는 시장…형평성 지적도

개인연금과 밸류업 참여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을 달라는 요구는 기재부가 일부 수용해주는 모양새다.

일본은 지난 2014년 주식 매매 차익과 매당 수익 등에 세금을 전혀 매기지 않는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를 시행했다. 올해는 비과세 보유 한도를 1천800만엔(약 1억6천만원)으로, 기존 600만~800만엔보다 대폭 늘렸다.

기재부는 일본 NISA를 벤치마킹해 지난 2016년 출시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혜택을 최근 확대했다. 납부 한도를 1억원에서 2억원으로, 비과세 한도를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확대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여기에 더해 시장에서는 기업들이 주주환원에 나설 수 있을 만큼의 세제혜택을 바라고 있다. 배당소득세율 인하나 배당소득 분리과세, 자사주 소각 시 법인세 감면 등이 대표적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월 자본시장 선진화 간담회에서 "주주 환원 증가액의 일정 부분에 대해 법인세 부담을 완화겠다"며 시장의 기대에 응답했다.

지난달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방문한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배당·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노력을 늘리는 기업에 대해 법인세 세액공제를 도입하고 배당 확대 기업 주주의 배당소득에 대해선 분리과세 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서는 ISA 세제혜택과 국내증시 부양은 연결고리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바라본다.

SMBC닛코증권 리서치센터는 신NISA 제도 이후 주식형 투자신탁(ETF 제외)의 순유입액인 약 1조2천800억엔 중 일본주식 투자유형으로 유입된 금액은 약 1천300억엔에 불과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80% 넘는 돈이 해외 주식시장으로 향했다.

기업의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유인하겠다며 세제혜택을 주는 행위는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금 한 전문가는 "자기 회사 가치를 높이는 일에 세제혜택을 주는 게 맞냐"며 "그 회사와 그 회사에 투자한 투자자들에게만 국가 세금을 이용해 지원하는 행위로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hrsong@yna.co.kr

송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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