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박형규 기자 = 정부 주도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핵심은 자율성이다.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공시의 진정성을 끌어내겠다는 것이다. 강력한 페널티 없이 자율성 메커니즘이 잘 작동하기 위해선 결국 동종 업계 압력(Peer Pressure)의 역할이 부각된다. 그렇기에 초반부터 참여 분위기를 형성하고 밸류업 공시 선두 주자 역할을 할 '1호' 공시 기업의 역할은 상당하다.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번에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에서 가장 우선 강조했던 것은 '기업의 자율'이다. 금융위는 당시 계획안의 1번 핵심 특징에 '참여 여부뿐만 아니라 어떤 지표를 중심으로 서술할지, 향후 몇 년을 시계로 계획을 세울지 등 작성 내용도 자율에 따른다'고 제시한 바 있다.
이러한 기업의 자발적 참여 유도는 일본 기업가치 제고 계획과도 일부 궤를 함께한다. 일본도 기업 참여의 자율성에 초점을 맞추고 별도의 페널티를 도입하진 않았다. 다만 지난 2022년 4월 상장기업 유지 기준을 대폭 강화해 주식시장 활성화를 꾀하는 전략을 병행해왔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과 일본 모두 기업 자율성을 강조한 것은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는 기조가 반영된 것"이라며 "특히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시장에 대한 과도한 개입을 우려할 수 있고 이를 리스크로 인식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사례처럼 우리나라도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려는 방향 자체는 전반적으로 바람직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밸류업 공시를 가장 먼저 내놓을 '1호' 기업의 역할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소위 '먼저 총대를 메는' 기업이 등장하느냐에 따라 밸류업 참여에 대한 전반적인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실제 금융지주회사 등 일부 업권에선 이미 밸류업 참여를 위한 공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상장 기업 중에서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밸류업 동참 의사를 밝힌 경우가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5월 중에라도 언제든지 밸류업 공시의 첫발을 떼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
전문가들은 밸류업 공시가 어느 기업에서든 시작된다면 그 영향력이 클 것이라고 진단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세제 인센티브와 더불어 밸류업 지수에 편입될 수 있는 혜택 등을 고려하면 선제적으로 참여한 기업들이 해당 업권에 가하는 동종 업계 압력이 상당히 클 것"이라며 "빠르면 6월 중에 확산 효과가 관찰될 수 있어 그 이후에 제대로 된 주가 반응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이준서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도 "1호 공시 기업이 나오면 일종의 시그널 효과가 나타나 다른 여러 기업도 이어서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자연스럽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밸류업 분위기 조성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1호' 공시 기업이 가지는 상징성은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까지 구체적인 밸류업 가이드라인이 공개되긴 했지만, 기업 입장에선 이 모든 것이 초행길일 수밖에 없다. 이때 선례가 우선 만들어지고 나면 연쇄적인 밸류업 공시 확산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이 교수는 "한 기업이 먼저 나서 밸류업 공시에 참여하게 되면 그 자체로 다른 기업에 레퍼런스 포인트를 제공할 수 있다"며 "뒤를 이어 참여하고자 하는 기업들은 1호 공시를 이정표 삼아 구체적인 공시 내용의 가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기업들의 공시가 이르면 5월부터 시작되고 나면 한국거래소가 준비 중인 밸류업 지원책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거래소는 5월 이후 '찾아가는 지역 밸류업 설명회'를 집중적으로 실시하고 6월 이후엔 각 기업에 공시 교육과 컨설팅 및 영문 번역도 지원할 방침이다.
이후 9월까지 밸류업 지수를 개발하고 나면 연말엔 지수 연계 ETF 등 금융상품들도 출시할 계획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를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는 것이 목표"라며 "기업 경영 문화로 정착되도록 긴 호흡으로 꾸준히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처: 자본시장연구원
hgpark@yna.co.kr
박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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