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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급등하고 있는가

24.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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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최근 들어 연일 전셋값 급등을 다루며 수급부족을 이야기하는 언론보도가 늘고 있다. 수억 원씩 전셋값을 올린 사례도 인용되며 계약갱신청구권의 부작용을 앞다투어 비판하는 모양새다. 국토교통부도 이에 부응해 전세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최근 1년간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 추이(주간아파트동향)

그림설명: 서울 및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전세가격지수 추이. 1년 전과 비교해 완만하게 상승한 모습. [출처: 한국부동산원]

전셋값이 과연 급등했는가. 일단 근거로 제시되는 것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아파트동향에 따르면 작년 5월 22일 83.6으로 전주 대비 0.01% 오른 이후 52주 연속 상승했다. 1년 내내 올랐다는 이야기다.

그러면 얼마나 올랐는가. 놀랍게도 1년 전과 비교해 무려 5.19%나 올랐다. 같은 기간 매매가격은 1.70%밖에 오르지 않았다. 25개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성동구가 전년 동기 대비 10.75%나 올랐고 송파구가 7.57%, 용산구 6.25%, 은평구 6.62%, 양천구 6.71%, 동대문구 6.36% 등 6%대 상승률을 보인 곳도 수두룩했다.

이 정도면 전셋값 폭등이 아니라 살인적이라는 말이 나와도 이상해할 것이 없다. 그런데 과연 그러한가.

2년 단위로 계약하는 전세의 특성을 고려해 시선을 2년 전으로 돌려보자. 2022년 5월 16일과 비교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이렇다. 다락같이 올랐던 송파구는 여전히 13.37% 낮았고 용산구 -13.83%, 은평구 -13.04%, 양천구 -16.69%, 동대문구 -11.17%로 돌변했다.

서울 아파트 시장의 블루칩이라 불리는 강남 3구는 어떠한가. 강남구 -17.24%, 서초구 -15.87%다. 강동구도 -14.11%로 두 자릿수 하락한 수준이다.

최근 2년간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주간아파트동향)

그림설명: 서울 및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전세가격지수 추이. 2년 전과 비교하면 네 지수 모두 낮은 모습. [출처: 한국부동산원]

계약갱신 청구권을 사용해 다락같이 오른 전셋값 충격을 감당해야 한다는 4년 전과 비교해보자. 현재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 2020년 5월 18일과 비교하면 -7.35% 수준이다. 강남구 -8.85%, 서초구 -5.43%, 송파구 -3.40%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4년 전과 비교해 아파트 전셋값 수준이 가장 양호한 곳은 성동구였는데 이마저도 -0.89%였다. 단 한 개의 자치구도 4년 전과 비교해 전세가격 지수가 높은 곳이 없었다.

최근 4년간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주간 아파트 동향)

그림설명: 서울 및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전세가격지수 추이. 4년 전과 비교해도 현재 지수 수준이 낮다. [출처:한국부동산원]

그렇다면 정부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52주나 쉴 새 없이 올랐음에도 2년 전은 고사하고 4년 전과 비교해도 회복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역전세 상황에 노출됐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작년 상반기 전셋값 하락 폭은 급격하고 충격적이었다.

연합인포맥스가 부동산R114의 아파트 전세계약 실거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세 자금을 대출받기 어려운 보증금 7억 원 이상에서는 갱신계약 중 감액 비중이 65%에 달했다. 보증금의 많고 적고를 떠나 전세 임차인 다수가 보증금을 떼일 위험에 노출됐다.

국내 전세계약제도는 채권자의 권리 확보라는 측면에서 보면 형편없이 불공정한 제도다. 벌써 여덟명의 안타까운 목숨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스러졌다. 정부가 할 일은 전셋값 급락의 충격을 줄인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이 아니라 전 재산을 잃고 길바닥에 나앉을 위기에 처한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에 맞춰져야 한다.

spnam@yna.co.kr

남승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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