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기준금리 격차 50bp 미만…사상 초유
(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한국은행이 3.5%의 기준금리를 장기간 유지하고 있지만 시중의 통화량이 급증하는 등 금융환경은 한층 더 완화적으로 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선 가계 및 기업이 체감하는 긴축 수준인 은행의 대출금리는 약 2년 전 수준으로 이미 떨어졌다.
한은이 현 금리 수준이 긴축적이라는 평가를 고수하고 있지만, 시장의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화량 사상 최대치 급증…증가 추세 완연
17일 한은이 발표한 3월 통화 및 유동성 통계에 따르면 광의통화(M2)는 3월에 64조2천억 원 급증했다. 통화량 통계가 집계된 1986년 이후 월간 증가 폭 기준으로는 가장 큰 규모다.
M2는 증가 추세도 뚜렷하다. 3월 M2의 전년동월대비 증가율은 4.9%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한국은행
통화량은 시중 유동성의 완화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다. 과거에는 한은이 통화량을 직접 조절하는 것이 통화정책의 목표였다. 지금은 단기금리 목표로 유동성 조절 방식을 바꿨지만, 결국은 금리를 통해 통화량도 관리된다.
지난 2021년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으로 통화량 증가율도 가파르게 떨어진 바 있다. M2의 전년동기대비 증가율은 2021년 13%로 치솟았다가 지난해 8월에는 2.2%까지 내렸다. 하지만 이후로는 증가율이 추세적으로 상승하는 중이다.
지난 4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금통위원도 M2의 꾸준한 증가 등을 이유로 우리 금융여건이 완화적일 수 있다는 평가를 한 바 있다.
한 금통위원은 "주택관련대출 증가세가 둔화하는 모습이나, 기업대출이 은행대출을 중심으로 높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최근 들어 M2의 증가율도 다소 높아지는 상황"이라면서 "금융시장 상황이 완화흐름을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주담대, 기준금리 격차 50bp 미만…'사상 초유'
경제 주체들이 일선에서 체감하는 대출 금리도 '긴축적'이라고 평가하기 민망한 수준이 됐다.
한은이 내놓는 예금은행의 신규 대출금리 통계를 보면, 지난 3월 주택담보대출 신규 대출의 평균 금리는 3.94%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금리다.
신규 주담대 금리가 약 2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셈인데, 지난 2022년 5월 당시 기준금리는 1.75%에 불과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해 10월 금통위를 포함해 종종 '1%대 기준금리를 기대하지 말라'며 영끌족에 경고를 날린 바 있다. 기준금리는 내리지 않았지만, 실제 대출 금리는 이미 '1%대 기준금리' 시대에 도달한 셈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와 주담대의 격차를 살펴보면, 과거 흐름대비 이례적인 현 상황이 더욱 도드라진다.
현재 주담대 금리는 기준금리보다 불과 44bp 높다. 올해 1월, 이 격차가 사상 처음으로 50bp 아래로 떨어진 이후 갈수록 좁혀지는 중이다.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에서는 시장 금리가 앞서가며 대출금리와 격차가 벌어지고, 인하 사이클에서는 좁혀지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이긴 하다. 하지만 이 정도로 격차가 좁혀지는 것은 전례가 없다.
이번 금리 사이클 이전에 주담대와 기준금리 격차가 가장 좁았던 적은 지난 2019년 8월의 97bp다. 이때는 금리 인하 시기로, 6월부터 1월까지 두 차례, 총 50bp 금리가 인하됐다.
가계뿐만 아니라 기업대출 금리도 상당 폭 낮아졌다. 3월 신규 취급 기업대출 금리는 4.96%로 2022년 9월 4.66% 이후 최저치다. 2022년 9월의 기준금리는 지금보다 1.0%포인트 낮은 2.5%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에 한은도 하반기는 인하가 가능하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금융시장이 이례적으로 앞서 완화적으로 변한 셈이다.
채권시장의 한 관계자는 "일선 현장의 대출금리를 보면 2%대 이미 기준금리 시점의 여건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이런 상황이 긴축적이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jwoh@yna.co.kr
오진우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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