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권 사용료 부적절한 수취사례로 HD현대그룹과 세아그룹 등 지목
"지주사 상표권 사용료 수취 증가로 총수일가 이익"
"상표권 사용료 지급회사의 주주는 손해볼 수 있어"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지주회사의 '배당 외 수익' 중에서도 상표권 수익 문제가 두드러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문가는 기업집단 상표권 수익이 지주사 수익을 늘리고 총수일가 지배력을 강화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HD현대그룹과 세아그룹의 상표권 관련 문제 등을 그 사례로 지목했다.
◇ "상표권은 총수일가 소유회사의 쌈짓돈으로 전락할 우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문가는 지주사 수익 중에서 상표권 수익을 주목했다. 상표권 수익이 지주사의 배당 외 수익 중에서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23년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현황을 분석해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지주사 체제 전환집단 소속 대표지주사의 배당 외 수익 중 상표권 사용료가 가장 많은 금액을 차지했다.
전체 대표지주사의 상표권 사용료는 1조3천545억원으로 전년(1조1천527억원) 대비 17.5% 증가했다.
수취한 상표권 사용료가 큰 집단은 LG(3천622억원), SK(2천743억원), CJ(1천263억원), GS(1천158억원), 롯데(815억원) 순이다.
상표권 사용료가 재벌 총수일가의 쌈짓돈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됐다.
배당 외 수익 중에서 임대수익의 경우 시장 거래가격을 통해 지주사 임대수익이 적정한지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상표권 수익은 적정 수준을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주사가 배당금을 확대하면 총수일가뿐만 아니라 다른 주주도 수혜를 입는다"며 "이 때문에 배당 외 수익이 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상표권 사용료는 적정 규모를 가늠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지주사와 자회사와의 부당 내부거래로 상표권 사용료가 증가하더라도 이를 제재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기업집단 상표권 수수료가 지주사 등 오너일가 소유회사의 쌈짓돈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HD현대그룹과 세아그룹의 상표권 문제
전문가는 상표권 수취가 부적절한 사례로 HD현대그룹 등을 지목했다.
기업지배구조 한 전문가는 "일부 대기업집단은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으나 계열사로부터 상표권 사용료를 수취하지 않는다"며 "대기업집단의 상표권 소유와 상표권 사용료 수취에 기준이 없고 각 기업집단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요한 점은 상표권을 소유하게 된 과정이 타당한지, 상표권 사용료가 적정한지"라며 "상표권 사용료가 총수일가를 부당하게 지원하는 도구나 수단으로 활용됐는지도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HD현대그룹의 기존 상표권인 '현대', '現代', 'HYUNDAI'는 HD현대와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 HD현대건설기계, HD현대일렉트릭 등이 공동보유하고 있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자체 상표를 사용했다. 이들 회사는 각각 상표권 사용료를 수취하고 있었다.
HD현대그룹 지주사인 HD현대는 2022년 신규 상표권인 'HD HYUNDAI', 'HD 현대'를 출원했다.
이에 기존 상표권 소유회사는 그룹 상표 교체에 따라 기존 상표권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또 신규 상표권 사용료를 HD현대에 지급해야한다. 올해 1분기 기준 HD현대 주요 주주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26.60%), 정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HD현대 부회장(5.26%) 등이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는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 HD현대건설기계, HD현대일렉트릭 등 회사 이익에 반하는 결정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는 HD현대그룹 소속 회사가 총수일가 소유회사인 HD현대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법 제47조로 규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중공업, HD현대건설기계, HD현대일렉트릭 등이 상장사인 만큼 주주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상장사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하지만 HD현대그룹 상표권 문제를 보면 총수일가 회사인 HD현대에 유리하고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 HD현대건설기계, HD현대일렉트릭 회사 주주는 불리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HD현대 측은 "기존 현대 상표권은 중공업뿐만 아니라 자동차, 건설, 엘리베이터 등 범현대가에서 쓴다"며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새로운 상표권이 필요했다"며 "새로운 상표를 알리는 과정에서 광고비 등을 지출해 대주주에게 돌아오는 상표권 수익이 많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상표권 사용료와 관련해 세아그룹 사례도 문제로 거론됐다.
세아그룹 상표권 소유자는 세아홀딩스와 세아제강지주 2곳이다.
당초 세아그룹 상표권은 구 세아제강(현 세아제강지주)이 보유했었다. 세아제강은 상표권 50%를 세아홀딩스에 양도했다.
세아홀딩스는 이태성(35.12%), 이주성(17.95%), 이순형(8.66%) 등 총수일가가 지분을 대량 보유한 곳이다. 따라서 HD현대 사례처럼 사익편취 규제에 걸릴 수 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에 대해 세아그룹은 세아제강지주가 세아홀딩스에 상표권을 양도한 것이 총수일가 부당지원행위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세아그룹 관계자는 "상표권 사용료가 총수일가 수익으로 돌아가는 구조가 아니다"며 "세아브랜드관리위원회는 그룹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상표권 사용료 상당부분을 재투자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아그룹은 강관(세아제강지주)과 특수강(세아홀딩스) 두 사업을 주력으로 운영한다"며 "두 회사가 상표권을 50%씩 보유해 상표권을 투명하고 전문적으로 관리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HD현대그룹과 세아그룹 모두 비용 처리로 총수일가에게 혜택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기업의 상표권 관련 비용은 제대로 공시되지 않는 상황이다.
◇ "상표권 관련 비용 공시 이뤄져야…상표권 사용료 수취 기준 정립해야"
이 때문에 전문가는 상표권 관련 비용 공시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거래법 한 전문가는 "상표권 사용료 공시에 해당 상표권을 유지 발전시키는데 소요된 비용도 함께 공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이런 공시는 상표권 사용료 적정성을 판단하는데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공정위 등이 상표권 사용료의 적정 기준이나 지침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더 나아가 상표권 수취 기준을 정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공정거래법 한 전문가는 "아직까지 국세청과 공정위 등이 상표권 사용료의 적정 계산방식에 관해 가이드라인이나 지침을 제시한 적이 없다"며 "관련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부적절한 상표권 사용료 수취를 제재하거나 감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상표권 사용료를 수취할 수 있다고 여기면 안 된다"며 "상표권 사용료를 부적절하게 수취해 총수일가를 부당하게 지원할 가능성이 있는 탓"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공정위 등은 상표권 수취 기준 등을 정립해 부적절한 상표권 사용료 지급 관행을 고쳐야 한다"며 "상표권이 재벌 총수일가의 소유물처럼 인식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ygkim@yna.co.kr
김용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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