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우리 경제가 예상보다 양호한 성장을 구가하는 가운데 물가는 아직 목표치에서 벗어나 있는 탓이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언제 금리 인하에 돌입할 것인지에 대한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물가 및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상종하는 가운데 내수도 우려보다 양호한 만큼 한은이 금리 인하를 서두를 상황은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한은은 23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했다. 지난해 1월 금리를 3.5%로 올린 이후 11번 회의 연속 동결이다.
◇깜짝 성장에 내수도 양호…물가는 '끈적'
이번 금리 동결은 시장이 예상했던 결과다. 연합인포맥스가 지난 17일 국내외 금융기관 18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원이 동결을 예상했다.
1분기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단기간 내 금리 인하 가능성은 거의 사라진 탓이다.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기비 1.3%, 전년동기 대비 3.4%를 기록했다. 시장의 평균적인 예상을 두배 이상 훌쩍 웃도는 깜짝 실적이었다.
특히 민간소비와 건설투자 등 당초 부진할 것으로 봤던 내수도 큰 폭의 성장을 기록했다. 민간소비는 전기비 0.8% 증가했고, 건설투자는 2.7% 늘었다.
지난 4월 금통위까지를 보면 한은이 예상한 올해 우리 경제의 기본 구도는 양호한 수출과 대비되는 부진한 내수였다.
하반기 등 올해 금리 인하가 예상됐던 핵심 근거도 한은이 내수 부진의 장기화에 대응해야 할 것이란 논리였다.
하지만 1분기 GDP에서 나타난 수치는 이런 논리를 뒤흔들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통화정책 제반 여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양호한 성장 외 물가나 대외 여건도 한은이 당분간은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지지한다.
물가 상황은 아직 불안하다.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대비 2.9% 올랐다. 3월까지 3% 이상에서 다소 내리긴 했지만, 여전히 높다.
근원물가가 4월 2.3%로 꾸준한 하락세를 나타내고는 있지만, 이 총재는 헤드라인 물가도 연말께 2% 부근으로 내린다는 것이 확실해져야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는 견해를 표한 바 있다.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비교적 비둘기파적 입장을 고수하면서 시장의 기대는 9월 인하로 모이는 중이다. 하지만,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향후 3~5개월 동안 내내 데이터가 계속 누그러지면 올해 말 그것(금리 인하를 지칭)을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수도 있다"고 말하는 등 9월 인하도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통화정책 '각자도생' 시대…내수 지속성·물가 관건
이 총재가 정책 여건을 전면 재검토 한다고 밝힌 만큼 시장의 관심은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이 어느 정도 미뤄질 것인가에 맞춰져 있다.
이전까지 7월 금리 인하 기대가 강했지만, 1분기 성장률 지표 발표 이후에는 4분기 (10월 혹은 11월)인하 전망이 주가 됐다.
이 또한 연준이 9월 금리를 내려야 가능할 것이란 인식이 강하다. 우리 경제가 올해 2% 중반 이상 성장이 기대되는 등 우려했던 것만큼 약하지 않은 만큼 굳이 연준보다 먼저 금리를 내리지는 않을 것이란 평가가 강해진 탓이다.
금리 인하 시점을 결정할 핵심은 여전히 물가다. 한은이 기존에 예상한 대로 하반기 2.3%, 연말 2% 내외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을 고수한다면 금리 인상 기대는 유지될 수 있을 전망이다.
1분기 예상치 못한 호조를 보인 내수에 대한 한은의 전망이 어떨 것인지도 관심사다.
한은은 1분기 수치에 대해 일부 스마트폰 판매 호조, 양호한 날씨에 따른 대외 활동 증가 및 기착공한 건설 현장의 높은 공정 진행 속도 등을 꼽았다. 1분기 내수 호조가 예외적일 뿐 본격적 회복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근 발표한 5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위축'을 의미하는 100선 아래로 떨어지는 등 좋지 않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고금리와 고물가 상황이 여전한 만큼 내수가 회복되기 어려우며, 통화긴축의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 주요 신흥국 등의 통화정책이 차별화되고 있는 데 대한 한은의 평가도 주요 관전 요소다.
이 총재는 앞서 연준의 방향성이 금리 인하로 형성된 상황이라면 우리가 선제적으로 움직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실제 연준의 금리 인하는 미뤄지는 반면 ECB는 6월에 인하를 단행하겠다는 입장을 선명하게 밝히고 있다. 물가가 상당폭 낮아진 가운데 경기도 둔화해서다. 스웨덴 등 유럽권 일부 국가는 이미 금리를 내렸다.
반면 뉴질랜드중앙은행은 전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했지만, 향후 예상 금리 경로 전망을 상향 조정하는 등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예상보다 높은 물가가 이유다.
연합뉴스
jwoh@yna.co.kr
오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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