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수용 기자 = 인공지능(AI) 등 금융 혁신에 따라 등장한 상품이 복잡한 특성을 지니면서 금융소비자에 대한 불완전판매 위험도를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따라 상품에서 발생한 문제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피해가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구제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핀테크 및 플랫폼 기업이 금융 혁신을 통해 기존 금융사가 제공하지 못한 영역을 채우면서 소비자 후생이 증가하기도 했으나, 향후 위기가 왔을 때 건전성과 안정성 측면에서도 혁신을 고려해야 한다는 진단도 나타났다.
◇복잡한 상품은 정보 비대칭성 심화…투명성 제고 필요
서은숙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23일 한국금융연구원과 한국금융학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금융혁신과 금융규제' 심포지엄에서 "금융혁신으로 등장한 상품은 복잡하며, 소비자들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은 정보의 비대칭성을 심화해 불완전판매 위험을 높인다"고 강조했다.
금융시장이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면서 발전하고, 이에 맞춰 금융규제가 완화되는 과정에서 금융소비자들은 금융상품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졌다.
다만,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잘못된 데이터나 편향적 알고리즘이 사용되면 불리한 조건의 상품이 추천될 가능성이 생긴다.
서 교수는 "어떤 상품이 금융소비자에게 안전하고 적합하게 판매될 수 있는지의 문제가 있고, 이는 문제가 발생하면 누구의 책임인가라는 이슈와 연결된다"고 말했다.
옵션이 내재한 상품은 위험 특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고, AI 및 블록체인,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은 복잡한 구조와 함께 기술에 대한 이해도 적어 금융소비자들이 상품의 위험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할 수 있다.
또한, 알고리즘 추천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소재가 불분명할 수 있어 피해가 발생할 경우 적절한 구제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
서 교수는 "금융사들은 복잡한 금융상품의 원리와 위험을 충분히 설명하고, 데이터 투명성을 높여 소비자가 이해하고 평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금융당국은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고, 금융상품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책임소재를 명확히 해 피해 발생 시 신속한 구제가 이뤄지도록 정비해야 한다"고 짚었다.
은행권에서는 AI를 활용할 때 인간 중심적인 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순영 KB국민은행 금융AI센터장은 "AI는 데이터 인사이트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고, 편의성 및 비용 절감의 효과가 있다"면서도 "생성형 AI는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모델 자체보다는 기술을 도입하는 환경부터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생성형 AI를 도입할 경우 데이터 개인정보보호 및 보안, 컴퓨팅 투자 방향성, 거버넌스 및 규제 준수와 사이버보안 위험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며 "특히 컴플라이언스 이슈에 대해선 케이스별로 규제 완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에서는 금융혁신을 추진해 미래 금융에 대비하면서도 선진적 금융 보안 체계를 갖춘다.
금융위원회 금융혁신단은 올해 금융권이 AI 이용을 활성화하도록 관련 인프라를 마련하고 설명 가능한 AI 및 윤리 지원 지침 등 AI의 신뢰도를 확보하기로 했다.
또한, 마이데이터를 통한 맞춤형 개인금융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혁신금융서비스를 빠르게 지정하도록 금융규제 샌드박스 심사체계를 혁신할 계획이다.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시행을 앞두고도 단계적 규율체계를 마련하는 한편, 핀테크 기업이 성장하도록 지원 체계를 확장한다.
특히, 금융 보안 체계를 선진화하기 위해 금융권 자율보안 체계를 추진하며 망 분리 태스크포스(TF)에서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해 올해 구체적인 성과를 낸다는 방침이다.
전요섭 금융위 금융혁신단장은 "혁신 친화적인 정책을 통해 글로벌을 선도하는 디지털 금융산업 강국으로 나아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혁신 통해 전통 금융 공백 메워…위기 시 리스크도 고려해야
금융 혁신과 관련해 핀테크 기업들은 금융소비자의 수요를 파악하고 비용 문제를 해결하는 등 기존 전통 금융산업의 공백을 메우면서 성장했다고 말했다.
또한 금융의 본연이 신뢰인 만큼 금융소비자보호 측면에서도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서래호 네이버파이낸셜 금융솔루션 책임리더는 "금융소비자가 필요하지만 기존 금융사가 하지 못했던 부분을 지향하는 것을 혁신으로 정의했는데, 데이터와 기술을 통해 이에 도전했다"며 "데이터가 혁신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서 리더는 "다만 플랫폼 입장에서 광고와 중개 및 비교 추천의 영역이 모호하고, 커머스와 비교할 때 금융상품 가입은 은행, 보험, 증권별로 해야 하는 등 카테고리가 명확하다"며 "디지털 환경을 고려할 때 금융상품이 유통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규찬 비바리퍼블리카 대외협력본부장은 "소비자보호 측면에서 불완전판매와 책임소재 이슈는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거나 중개할 때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할 부분"이라며 "제조사와 판매사의 분리가 가속화하고 있는데 소비자가 어느 곳이 책임 있는지 명확하게 인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본부장은 "대출 비교 등 금융혁신이 정보의 비대칭성을 줄인 측면도 있지만, 대출이 비교적 쉬운 구조의 상품에 속하기 때문에 소비자 관점에서 알고리즘을 설정할 수 있었지만 향후 어떤 구조의 상품이 나올지 모르니 이를 잘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 혁신을 위해 맹목적으로 규제를 완화할 경우 향후 위기가 발생할 때 취약해질 수 있다는 시각도 나왔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은 "금융혁신과 개혁 결과로 플랫폼 기업이 진출하는데 건전성과 안정성의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며 "혁신은 신뢰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금융업 본질 기능을 발전시키는 수단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인터넷전문은행이 메기 역할을 했으나, 예대마진 의존도 및 자본력 한계 등 문제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아직 외환위기 이후 비슷한 위기가 없어 혁신이 긍정적이나 최악의 상황에서 독이 될 수 있으니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sylee3@yna.co.kr
이수용
sylee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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