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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헌의 기업단상] 하루 120억 이자 내는 '비정상' 公기관

24.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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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벼랑 끝에 선 심정"이라고 했다. "항상 조마조마한 마음"이라는 심정도 토로했다. 공공기관 수장이 오죽했으면 이런 이야기를 했을까 싶지만, 눈에 보이는 숫자로는 언뜻 이해가 가질 않는다.

그도 그럴 게 가스공사 최근 실적은 나쁘지 않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5천억원대였다. 올해는 1분기에만 9천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다. 작년 1분기보다 두 배가량 증가했다.

사실 가스공사만의 독특한 회계처리 방식에 따른 착시효과다. 가스공사는 영업 실적도 중요하지만, 미수금 추이를 유심히 봐야 한다. 올해 1분기 9천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냈음에도 도시가스 민수용 미수금은 5천400억원가량 늘어난 13조5천억원대를 기록했다.

미수금은 가스공사가 원가에 못 미치는 가격으로 가스를 공급해 장부에 쌓인 외상값 성격이다. 그래서 회계상으로 보면 적잖게 이익을 내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부실이 쌓이고 있다. 최연혜 사장은 연말께 미수금이 14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봤다. 차입금 부담까지 더해지며 가스공사는 하루에 이자비용으로만 47억원을 낸다.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

[가스공사 제공]

막대한 이자비용에 시달리는 건 한국전력도 마찬가지다. 김동철 한전 사장도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전의 노력만으로 대규모 적자를 감당할 수 없는 한계에 봉착했다"고 말했다.

한전은 최근 3개 분기 연속 흑자를 냈다. 올해는 8조원대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그런데도 위기감이 커지는 건 과도한 누적적자에 따른 후유증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원자재 급등기인 지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한전의 누적적자는 40조원이 넘는다. 대규모 차입으로 부채는 200조원에 이르고, 작년 이자비용만 4조2천억원에 달했다. 하루 이자만 120억원 이상이다.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는 기업 이익보다 공익을 우선시하는 공기업이다. 그렇다고 이자 비용만 매년 수조 원씩 내는 이런 비정상 경영을 지속할 순 없는 일이다. 가스공사의 경우 이자 비용 증가 등으로 재무구조가 악화하면 가스 수입대금 지급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가스 공급이 불안정해져 시스템이 무너지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한전의 천문학적인 부채는 국가 에너지 인프라 건설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첨단산업에 필수인 안정적 전기 공급에 큰 차질이 빚어질까 우려된다.

한전과 가스공사의 비정상 경영이 지속되는 건 정부가 제때 요금을 올려주지 않은 탓이다. 물가 상승과 국민 부담 등을 고려하다 보니 충분한 수준으로 요금을 올리지 못했단 얘기다. 게다가 4월 총선을 앞두고서는 에너지 가격을 포함한 공공요금 현실화 논의가 사실상 중단됐고, 이후로도 논의는 없는 상태다. 이들 공사의 자구노력만으로는 천문학적인 부채를 털어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른 만큼 전기와 가스요금 인상은 불가피한 수순으로 보인다. 지난해 무더기 공사채 발행으로 자금시장에 커다란 교란 요인이었단 점도 상기해야 한다.

김동철 한전 사장

[한국전력 제공]

국민 부담 등을 고려해 정부가 결단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본다면 김동철 한전 사장 등이 제안한 독립기구의 설치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처럼 전기·가스요금 인상 여부를 독립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면 국민 정서도 고려하면서 정부의 부담도 한결 줄일 수 있단 구상이다. 그는 "독립된 규제 기관이 원가에 연동해 요금을 결정하는 것이 어떤 정부가 됐든 국정 운영 부담도 덜고 국민 수용성도 높일 것"이라고 했다. 국민에게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면서도 전기·가스요금을 현실화할 방안 마련이 시급한 때다. (취재보도본부 기업금융부장)

chhan@yna.co.kr

한창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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