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부채 매칭 수단 주목, 예대율 수혜에 발행 물꼬
성장 더딘 원화, 시장 조성 시도는 꾸준
[※편집자주: '한국경제의 뇌관' 가계부채를 늘리는 주택담보대출, 이는 필연적으로 금융기관의 외부 펀딩과 연결돼 있습니다. 최근 주택담보대출의 질적 구조 개선에 앞서 펀딩에서 먼저 변화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은행의 장기 조달 수단으로 커버드본드를 활성화해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또한 확대하겠다는 것입니다. 연합인포맥스는 원화 커버드본드 시장을 살펴보고, 해당 시장이 뿌리를 내린 싱가포르와 유럽 등으로 시선을 넓혀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기획 기사를 송고합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1위. 대한민국이 받고 있는 경제 성적표다. 가계부채 증가를 뒷받침하는 건 주택담보대출이다. 막대한 규모와 더불어 국내 주택담보대출은 주로 5년 고정 후 변동금리로 바뀌는 혼합형이라는 점에서 향후 금리 변화에 따른 민감도가 높다는 한계 또한 안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의 금리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서는 장기 고정금리 형태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당국은 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커버드본드)을 주목하고 있다.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라는 자산에 매칭될 조달 수단을 키워 가계 부채 안정화를 이끌겠다는 것이다. 원화 커버드본드는 2019년 첫 삽을 뜬 후 올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펀딩 수단 먼저" 커버드본드 주목도↑…은행은 해외로
28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현재 원화 커버드본드 발행 잔액은 4조9천500억원이었다. 2019년 KB국민은행을 시작으로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제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Sh수협은행 등이 조달을 이어간 결과다.
출처 :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
커버드본드의 법적 기반은 2014년 마련됐다. 당시 '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 발행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국내에도 법제화된 커버드본드 발행 여건이 갖춰졌다. 이어 2015년 KB국민은행과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외화 커버드본드가 속속 등장했다.
원화 시장에서의 발행이 싹튼 건 예대율 수혜 덕분이었다. 2019년 당국은 원화 예대율 산정 시 만기 5년 이상의 커버드본드 잔액을 예수금의 최대 1%까지 포함할 수 있도록 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시중은행은 이러한 혜택을 겨냥해 움직임에 나섰다.
커버드본드는 당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위기 시에도 마지막까지 활용될 수 있는 자금조달 수단으로 주목받았다. 한국에서는 가계부채 문제와 얽혀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와 연결되기 시작했다.
조달 금리 절감은 물론, 은행들이 보다 긴 만기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커버드본드는 이중상환청구권으로 안정성을 높인 채권이라는 점에서 이론적으로 은행채 대비 낮은 금리를 달성할 수 있다. 은행의 조달 비용 하락은 주담대 금리 또한 낮출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으로 이어졌다.
더욱이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활성화를 위해서는 이와 매칭할 수 있는 펀딩 수단 또한 필수적이었다. 시중은행이 찍은 은행채 만기가 대부분 3년 이하였다는 점에서 이보다 긴 만기를 활용할 수 있는 커버드본드가 대안이 됐다.
오금희 피치레이팅스 이사는 "소비자가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싶어도 펀딩이 안 되면 은행도 제공할 수 없다"며 "펀딩이 가능하고 이를 주담대로 매칭할 수 있단 것 자체로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장기 조달 수단 측면에서는 한국에는 시중은행의 RMBS가 없기 때문에 커버드본드보다 더 나은 상품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시중은행의 발걸음은 국내보단 해외로 향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 이어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신한은행은 유로화 커버드본드 시장에서 발행을 이어가고 있다. 원화 커버드본드 조달이 2021년 SC제일은행을 끝으로 자취를 감춘 것과 대조적이다.
◇원화 시장 한계 뚜렷…강화된 활성화 대책, 상쇄할까
원화 커버드본드 시장이 주춤한 건 구조적인 한계 때문이다. 커버드본드는 주택담보대출 채권 등 보유 자산을 담보로 설정하는 것은 물론 발행사의 상환 의무까지 포함하고 있어 은행채보다 낮은 금리를 형성해야 한다. 실제로 해외 신용평가사는 커버드본드에 발행사보다 높은 등급을 부여한다.
반면 원화 시장에서는 주요 발행사인 시중은행이 이미 'AAA' 최고 등급을 보유하고 있어 커버드본드만의 금리 이점을 누리기가 쉽지 않다. 커버 풀(cover pool, 담보 묶음)을 만드는 등 커버드본드 발행을 위한 추가 절차에 비용이 소요되지만, 실제 발행 측면에서의 이점은 모호한 셈이다.
발행사를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됐던 점도 부담이 됐다.
SC제일은행은 2022년과 2023년에도 원화 커버드본드 발행을 준비했으나 녹록지 않은 시장 환경 탓에 결국 조달에 나서지 않았다. 커버드본드가 은행채 대비 만기가 긴 장기물인 터라 시장 변화에 좀 더 민감한 데다 금리 측면의 메리트를 확인하기 어려운 점도 영향을 미쳤다. 투자 시장 형성 및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던 배경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한층 강화된 대책으로 보완에 나섰다. 전일 금융위원회는 커버드본드 발행사는 물론 투자자 또한 메리트를 느낄 수 있는 후속 조치를 쏟아냈다.
업계 관계자는 "커버드본드 시장 육성을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서 어느 정도의 마중물 역할을 해줘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동안 은행들의 'AAA' 신용등급이 커버드본드에는 부담으로 작용했으나 주택금융공사의 지급보증으로 특수채 수준의 지위를 주는 등 한계를 보완하고자 한 당국의 움직임이 의미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phl@yna.co.kr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피혜림
phl@yna.co.kr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