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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 개선] 꼼수 판치는 시장…개미만 울상

24.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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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리픽싱 제도 허점 노려 지분 확대

(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금융당국과 유관기관이 전환사채(CB) 규제 강화에 나선 것은 그동안 자본시장에서 만연했던 불공정거래 때문이다. 대주주가 제도를 악용해 편법으로 지배력을 강화하고, 부당한 이득을 취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은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의 변경을 예고했다. 올해 1월에 발표한 전환사채 시장 건전성 제고 방안에 대한 후속 조치로 전환사채 관련 공시를 강화하고 전환가액 조정을 합리화하는 내용이 개정안에 담겼다.

전환사채는 주식으로 바꿀 권리가 붙은 채권으로, 코스닥에 상장한 중소기업이 선호하는 자금조달 수단이다. 전환권이라는 특수한 권리를 부여하는 만큼 일반 회사채보다 낮은 이자로 채권 발행이 가능해서다.

발행기업은 전환사채의 투자 매력을 높이고자 콜옵션과 리픽싱을 활용하는데, 이를 악용하는 불공정거래가 때때로 시장에서 발생해왔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콜옵션은 전환사채를 매수할 권리를 뜻하고, 리픽싱은 주가 변동으로 전환가액을 조정하는 행위를 말한다.

전환가액은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바꿀 때 적용하는 비율이다. 전환가액이 주당 1천 원이라면 1천억 원어치 전환사채는 1억 주로 전환할 수 있다. 만약 전환가액을 500원으로 조정하면 2억 주로 바꿀 수 있다.

전환사채 콜옵션은 지분율을 높이는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대주주가 콜옵션을 취득해 회사가 발행한 전환사채를 매수한 뒤 전환권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콜옵션과 관련해 논란이 빚어졌던 사례로는 엘리베이터 제조업체 H사를 꼽을 수 있다. 지난 2018년 경제개혁연대는 금융감독원에 H사가 발행한 전환사채의 위법성 여부를 조사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H사가 발행한 전환사채 2천50억 원어치 중 40%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했는데, 자기전환사채가 된 이 물량에 대한 콜옵션을 지배주주에게 부여해 지분 확대와 경영권 방어를 지원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당시 경제개혁연대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파생상품 규제의 모호한 틈을 악용하는 사례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히 조사하고, 위법 사례를 확인하면 엄중하게 제재해야 한다"고 금융감독당국에 주문했다.

리픽싱 규정의 허점을 노린 사례로는 반도체 후공정 업체 A사가 꼽힌다.

전환가액을 다시 조정할 때 최저한도는 최초 전환가액의 70% 이상이다. 다만 예외적인 상황에서 주주총회 특별결의나 정관 변경을 통해 70% 미만으로 변경할 수 있다.

A사는 전환사채 발행으로 50억 원을 조달했는데, 정관을 통해 1천억 원 한도로 전환가를 액면가까지 조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발행 후 전환가는 910원에서 액면가인 500원으로 낮아졌고 전환가능 주식 수도 두 배가량 늘었다.

헬스케어 기업인 M사도 제도의 구멍을 파고들어 전환가를 과도하게 낮춘 사례에 해당한다. 주가보다 낮은 값에 증자하면 전환가를 신주 발행가 수준으로 내리는 게 가능하다.

M사는 2022년 말에 발행한 225억 원 규모 전환사채의 최초 전환가를 3천571 원으로 발행했는데, 지난해 주가가 전환가 하향 조정 한도를 넘어 1천 원대까지 낮아지자 10억 원 미만의 소액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발행가를 1천569 원으로 하는 유상증자로 전환사채 전환가를 50% 미만으로 낮췄다. 이러한 방식으로 주식 전환이 많아지면 개인투자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환가를 과도하게 하향 조정하면서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가 희석되는 사례가 발생한다"며 "콜옵션 공시의 경우 구체성을 더해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ytseo@yna.co.kr

서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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