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CB 발행 문제 여전
(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사모 전환사채(CB)가 불공정거래에 악용되는 사례를 막기 위해 금융당국은 단계적으로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21년 말 최대주주 등의 CB 콜옵션 행사 한도 등을 제한한 데 이어 올해 CB 공시와 전환가액 조정(리픽싱) 규제를 강화한다.
제도를 빠져나갈 구멍을 완전히 막긴 어렵겠지만, 금융당국은 꾸준히 불공정거래 행태를 들여다보며 근절하겠다는 방침이다.
◇'시장 투명성' 초점 맞춘 사모CB 제도 개선안
2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중 CB 공시 및 리픽싱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으로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증발공)'이 변경된다.
국내 전환사채는 대부분 사모로 발행되다 보니 시장 투명성이 낮은 편이다. 이에 따라 최대주주의 지분 확대나 무자본 인수합병(M&A) 등 불공정거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업무보고에서 제도개선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제도개선은 사모 발행 CB를 악용한 불공정거래를 차단하고자 시장 투명성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앞으로 회사는 콜옵션 행사자를 지정하거나 콜옵션을 제3자에게 양도한 경우 주요사항보고서에 공시해야 한다. 발행 기업이 제3자에게 콜옵션을 양도할 때는 최대주주에게 무상이나 헐값으로 CB를 넘겼는지 알 수 있도록 정당한 대가 수수 여부 또는 지급 금액에 대한 공시도 의무화된다.
리픽싱 규제도 강화한다.
현행으로는 정관을 근거로 이사회 결의만으로도 CB 전환가액을 30% 이상 낮출 수 있어, 일부 대주주나 투기 세력이 리픽싱을 과도하게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앞으로는 '주총 특별결의'를 반드시 거치도록 했다. 특별결의는 주총 출석 주주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의 3분의 1 이상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증자, 주식배당 등에 따른 리픽싱은 하한선을 마련했다. 증자, 주식배당 등에 따른 전환권 가치 희석효과를 반영한 가액 이상으로만 하향할 수 있게 됐다.
원래 시가변동과 달리 증자·주식배당 등에 따른 전환가액 조정은 발행기업이 이사회 결의로 자유롭게 조정 방법을 정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올 초 금호에이치티 11회차 CB는 '전환청구 전 신주를 발행할 경우 전환가액도 그 발행가격에 맞춰 조정한다'는 특별한 조항을 통해 전환가액이 1천18원에서 650원으로 36.1% 낮아졌다.
◇과도한 CB 발행 문제 여전
과도한 CB 발행을 막을 수 있을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공시가 강화되면서 간접적으로는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직접적으로 발행 한도를 제한하지 않은 만큼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다. 지금도 코스닥협회 표준정관에서 제3자배정 CB 발행 한도를 발행주식 총수의 20% 내외로 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데도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낮은 실정이다. 회사 규모에 비해 과도한 CB 발행은 불공정거래 악용 유인으로 작용하고 향후 대규모 일반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
앞서 CB 제도개선 세미나에서는 제3자 배정 CB 발행 한도를 자본총계의 20% 이내, CB 발행 한도를 자본총계의 100%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자본시장법 개정 사항으로 이번 증권의 발행 및 공시 개정에는 포함되지 않은 내용이다.
김우진 서울대학교 교수는 "그동안 코스닥 CB가 무자본 M&A 등에 악용될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며 "이번 조치를 통해 CB 관련 투명성이 제고되어 자본시장의 건전성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hrsong@yna.co.kr
송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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