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증권계좌수 인구의 8% 미만
"삼성 등 대기업 진출…한국 금융기관 믿고 맡길 수 있다는 인식"
(호찌민=연합인포맥스) 한상민 기자 = 'KIS베트남 아세요? 혹시 미래에셋은 아나요?'(기자) "잘 몰라요. 저는 증권 계좌가 없어요. 아, 근데 은행 계좌는 있어요"(호찌민의 한 택시 기사 두이 씨)
호찌민에서 만난 택시 기사 두이 씨를 비롯해 다른 30~40대 택시 기사들도 증권계좌가 있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베트남은 금융 리테일 시장의 본격 성장을 앞둔 태동기라는 점이 온몸으로 체감됐다. 아직 전체 인구 대비 증권 계좌 수는 8%가 채 안 된다. 다르게 말하면 잠재 고객들이 곳곳에 숨어있는 시장이라는 이야기다.
베트남 증권계좌는 지난 4월 말 기준 780만개 수준이다. 5년 전 200만개에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베트남 시장에는 총 8개의 국내 증권사가 현지 법인 형태로 진출해 있다.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을 비롯해 NH투자증권, KB증권, 한화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의 베트남법인이 진출했다. 또한 아샘자산운용과 JB금융지주도 현지 증권사를 베트남에서 운영하고 있다.
[촬영: 한상민]
호찌민 떤선녓(SGN) 국제공항을 나오자, 효성, 신한은행의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발걸음을 옮겨 호텔로 향하는 택시승강장에 이르자 LG전자와 미래에셋증권의 광고판이 시야마다 들어왔다. 길거리에는 눈이 닿는 곳마다 현대자동차·기아차가 보였다.
"베트남에 국내 유수의 대기업이 들어오며 한국의 금융기관은 믿고 맡길 수 있다는 인식이 있다"는 현지 전문가들의 의견이 체감됐다.
1억명에 가까운 인구와 함께 매년 6%에 가까운 성장세를 보이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인 베트남. 일찌감치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제조업 기업은 외국인 직접투자(FDI) 형식으로 니어쇼어링 공장을 베트남에 늘려왔다.
◇ 자본시장 인식 전환 단계…"10~20대 증권사 선호"
이제는 금융기관의 차례다. 은행사들의 성공적 안착 이후 증권사들은 준수한 성장세를 보인다. 국내외에서는 베트남 시장의 자산운용업과 보험업에 대한 성장 기회를 주시하고 있다.
베트남의 증권계좌 수는 700만명이 넘지만, 중복계좌에 따라 실질 베트남 증권시장 참여자는 70만명 수준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한다. 증권시장 참여자가 인구의 1%도 안 되는 수준으로 성장 잠재력을 갖춘 것으로 파악된다.
아직 베트남인에게 증권은 투기적 수단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호찌민 거리에는 웃통을 벗은 중년의 남성들이 축구 경기를 보며 내기를 하는 모습이 종종 보였다. 그들에게 단번에 2배를 벌 수 있는 노름판이 있는데, 몇십 % 단위로 움직이는 증권시장에 관심을 보일 리 만무했다. 축구 경기가 있을 때면 빚을 갚으려는 오토바이 매물이 쏟아지며 가격이 단기간 하락한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전해진다.
KIS베트남에서 13년간 일하며 마케팅 등을 담당하는 응우옌 지앙 씨는 부모 세대는 안정적인 은행을 선호하고, 젊은 Z세대(1997∼2006년생), 대학생 등을 중심으로는 증권사 선호도가 은행보다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에 관한 관심도 10~20대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봤다.
그는 "대학생들은 은행에서 똑같은 일은 반복적으로 하는 것보다는, 투자에 관심을 갖고 동시에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증권사를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향후 베트남 국내총생산(GDP) 성장에 따른 자본시장의 인식 전환과 함께 펀드·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성장세가 도모될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서는 베트남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기준 신흥국(EM)으로 진입한다면 200억달러 이상의 자금 유입이 발생할 것으로 관측한다. ETF 패시브 자금 등, 펀드 자금이 유입되면 중장기적으로 아시아 내 주요 증권시장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베트남 금융당국은 엄격한 규제를 적용해온 만큼 글로벌 스탠다드로 성장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 글로벌 보험사 격전지…"성장잠재력 높아"
한편 베트남은 보험사들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의무 가입률이 높은 자동차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는 데다, 평균 연령이 2020년 기준 아직 32.5세에 불과하다.
호찌민 시내에는 엄청나게 많은 오토바이가 거리를 쏘다닌다. 베트남 도로교통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등록 오토바이 수가 6천500만대를 웃돈다. 다만 사고가 나도 '화만 내고 돌아서는' 문화 때문에 보험 가입률은 아직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촬영: 한상민]
베트남에는 생명보험사 19곳, 손해보험사 31곳 등 총 82개 사가 시장에 진입해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베트남 보험시장은 연간 규모 기준(93억3천만달러)으로 전 세계 43위권이다.
안철경 보험연구원장은 지난해 3월 베트남 보험시장 규모가 아직까진 미미하지만, 성장잠재력이 높다며 "디지털보험 혁신 시장 성과는 매우 미미하고 초기 단계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smhan@yna.co.kr
한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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