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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M 회계부정②] '투자요소' 논란이 낳은 기형아 '특판'

24.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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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M 잔액이 중요한 경영성과 측정 지표"

당국, CSM 관련 회계처리 기준 재점검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대고객 상품, 서비스가 업그레이드돼야 하는데 회계기준이 이상하니까 이상한 상품이 나온다. 제2, 제3의 단기납 종신보험 상품이 넘친다. 그렇게 업계가 함께 망하고 있다"

한 보험사의 계리 담당 임원은 지난해 보험계약마진(CSM) 확대 경쟁을 두고 이렇게 회고했다.

지난해 이 경쟁의 정점은 단연 단기납 종신보험이었다. 무리인지 알면서도 CSM 늘리기에 급급한 보험사들은 새로운 조건을 내건 단기납 특판을 이어갔다.

◇ '손실' 아닌 '수익'이 된 해약환급금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생명과 흥국생명은 단기납 종신보험 시장에서 소극적인 하우스로 손꼽힌다. 미래에셋생명의 경우 상품은 존재하지만 판매 경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고, 흥국생명은 몇 년 전부터 단기납 시장에 보수적으로 접근했다. 훗날의 리스크를 걱정해서다.

그래서일까. 흥국생명은 지난해 연간 기준 미래서비스 CSM 조정액이 상위 10곳의 생보사 중 유일하게 플러스(+)를 나타냈다. 미래에셋생명의 조정액은 마이너스(-) 1천억 원을 넘지 않았다. 지난해 많게는 조 단위, 대다수 보험사가 수천억 원의 CSM 조정을 단행한 것을 고려하면 비교되는 행보다.

CSM이 미래에 인식할 수 있는 수익 가치임을 고려하면 이 조정액을 마이너스(-)로 줄였다는 건 그만큼 미래의 이익 재원을 빼 왔다는 얘기다.

보험사들이 신계약 CSM 늘리기에 목을 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마이너스(-) CSM 조정액의 빈자리를 새 계약들로 채우기 위해서다. 그렇게 기형적인 특판 상품이 늘었다.

'5년 납·10년 유지·120% 환급률'

처음 5년간 1천만원을 내고 이후 5년간 상품을 해약하지 않는다면 1천200만원을 준다는 이 상품은 분명 보험사에 '독'이다. 해약환급금 이슈에 5년, 10년 뒤 보험사 건전성이 악화할 거란 우려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제 살 깎아 먹는 이 상품을 보험사는 왜 팔았을까. 해약환급금 중 투자요소를 자의적으로 해석해서다.

투자요소는 보험사가 사건의 발생 여부와 무관하게 계약에 따라 보험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돈이다. 최소한의 환급금인 셈이다. 하지만 투자요소를 명확히 명시하라는 기준서 상에는 투자요소의 구체적인 산정 방법이 정의돼있지 않다. 오류의 시작은 여기서부터다.

이에 대부분의 보험사는 환급금의 영향을 CSM 조정으로 상쇄해왔다. 해약으로 인한 현재의 손실을 미래의 수익으로 채워 넣은 셈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투자요소 예실차를 당기 손실로 인식하던 보험사도 있었지만, 지금은 다들 CSM 조정으로 해결한다"며 "조정값보단 결과로 나온 당기 CSM 잔액이 중요한 경영성과 측정 지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제2의 단기납 경쟁 막아야"…쉬쉬하는 '투자요소' 회계처리

금융감독원은 올해 초 각 보험사에 투자요소 산정 방식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다.

당시 금감원은 IFRS17 기준서에 따라 보험사가 보험 손익에서 제외하는 투자요소 금액을 산정하는 방식을 물었다. 자의적인 해석의 영역을 각 보험사가 어떻게 적용하고 있는지 들여다본 셈이다.

더불어 투자요소 상환에 대한 회계처리에 따른 보험수익과 보험서비스비용, CSM도 문의했다. 지난해 재무제표상 투자요소로 인한 영향도 얼마나 되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했다.

이는 투자요소의 회계처리에 대해 금융당국이 문제의식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과열된 단기납 판매경쟁 탓에 생보사들의 해약환급금과 효력상실 환급금 규모가 40조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사상 최대치다.

하지만 투자요소의 회계처리를 바라보는 관점은 이해관계자마다 온도 차가 심하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현재의 투자요소 회계처리는 충분히 기준서를 따르고 있다"며 "과도한 기준은 더 큰 혼란을 부를 수 있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일"이라고 귀띔했다.

보험업계 내에서도 투자요소 회계처리 방식의 사각지대를 인지하고 있지만, 그간 처리해온 방식을 이유로 변화를 두려워한다. 얼마나 순익이 줄어들지 몰라서다.

다만 투자요소를 포함하는 해약환급금은 비단 단기납 종신보험에 국한된 항목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이에 보험사의 과도한 수익인식을 막기 위해서라도 자의적인 해석의 영역으로 남아있는 회계처리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과거 손보사가 파이를 나눠 먹던 건강보험 시장에 생보사가 공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이제는 건강보험이 또 다른 '단기납 종신보험'이 되리란 우려가 커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존에 팔지 않던 상품을 과도하게 판매하면서 무리한 보장 특약을 넣은 기형적인 상품이 늘어난 것은 비정상적인 회계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금융당국은 다양한 이해 관계자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CSM과 관련한 회계처리 기준을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달 출범한 보험개혁회의 내 신회계제도반도 있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이야기를 듣고 있다"며 "보험회계가 워낙 전문적인 영역이다. 세세한 이슈마다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도 다 다르지만, 또 다른 단기납 판매 경쟁이 되풀이되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보험업계 먹구름 (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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