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M 상각률서 할인율 제외 검토…풍선효과 우려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지난해 보험사의 '실적 부풀리기'를 경고했던 금융감독원은 네 차례에 걸쳐 계리적 가정의 가이드라인을 손봤다. 미래 수익의 근원이 되는 보험계약마진(CSM)을 과도하게 산정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금감원의 노력에도 연간 기준으로 CSM 잔액은 대다수 보험사가 늘었다. 가정 변경과 보험계약대출의 가산금리 인하에도 소용없는 일이었다. 금감원이 제시했던 계리적 가정의 가이드라인들은 숱한 잡음에만 노출됐다.
최근 금감원이 또다시 제도개선에 나섰다. 이익의 과대계상 이슈를 해결하고자 CSM 상각률에서 할인율을 제거하는 게 골자다. 사실상 감익을 요구하는 당국의 요구에 보험사들은 해도 너무한다고 입을 모은다. 회계처리 논란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보단 당기 이익만 줄이려는 근시안적인 개선책이 오히려 풍선효과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CSM 상각률 카드 왜 나왔나…네 차례 가이드라인에도 늘어난 CSM
30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금감원이 발표한 보험 손익 관련 가이드라인 변경의 핵심은 CSM을 줄이는 데 있었다.
당시 금감원은 무·저해지보험과 예정이율 5% 안팎의 고금리 상품에 대한 해약률 가정을 별도로 분리 적용함에 따라 기존 상품의 해약률 가정을 바꾸도록 했다. 부채가 늘고 CSM이 줄어들도록 하기 위해서다.
실손보험의 목표손해율 수립 기준을 기존의 경과 연도별 지급률에 갱신보험료와 그에 따른 보험금 추세 가정을 반영한 것 역시 실손보험의 손익이 과대계상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CSM의 수익 인식 기준을 바꾸고자 경과 연도별 상각할 경우 보험계약 서비스 제공량의 크기로 결정하도록 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서비스 제공량을 산출할 때 보장위험의 발생빈도와 반복발생 정도를 반영해 보험계약의 초기 CSM 상각액이 줄어들도록 유도한 셈이다.
상생 금융을 목적으로 낮아진 보험계약대출 가산금리 역시 CSM을 줄이는 요소로 작용했다. 금리 확정형 계약의 대출 규모가 크거나, 업력이 길고 계약 규모가 큰 회사일수록 CSM 감소량은 더 컸다.
하지만 금감원의 이러한 조치에도 CSM 잔액은 늘었다.
한 보험사 재무 담당 임원은 "업권과 개별사의 사정에 따라 다르지만, 대다수 보험사가 연말 잔액 기준 CSM이 10% 안팎으로 성장했다"며 "당기의 CSM을 줄이는 데만 초점을 두면 보험사 입장에선 총량을 늘릴 수밖에 없다. 올해도 5% 이상의 성장은 대다수 보험사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금감원은 각 보험사에 투자 요소 산정 방식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다. (연합인포맥스가 5월 28일 송고한 '[CSM 회계부정②] 투자요소 오류가 낳은 기형아 '특판'' 제하의 기사 참고).
또 미래현금흐름의 변동에 대한 보험수익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도 들여다봤다. 지난해 재무제표상 미래현금흐름 추정치 변동으로 인한 영향도 파악했다.
CSM의 과대계상에 대한 금감원의 문제의식은 작년과 동일하다. 다만 올해는 CSM을 줄이는 가장 빠른 길로 CSM 상각률 카드를 꺼내 들었다.
현재 금감원은 보험사가 부채 항목의 CSM을 상각해 이익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4.8%의 할인율(장기선도금리)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초기에 급증하는 CSM 흐름이, 보험기간 동안 동일하게 배분되도록 함으로써 상각이 주는 초기효과를 없애겠다는 얘기다.
보험사들은 반발한다. 감익을 반길 보험사는 어디에도 없다.
또 다른 보험사 계리담당 임원은 "당기 손익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편한 방법을 찾은 것"이라며 "회계처리 방식에 대한 논란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풀어가야 할 문제지 단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면 더 큰 풍선효과만 낳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 할인율 미반영은 논리적 모순…풍선효과만 커질 듯
CSM은 보험사가 모든 보험 계약의 특성을 반영해 산출한 결과물이다. 그래서 단순한 증감의 문제를 따지기보단 산출된 과정이 투명하고, 공평한지를 보는 게 핵심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보험사가 돈을 잘 버는 게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벌었는지를 봐야 한다는 얘기다.
보험사가 수익으로 인식하는 당기 CSM 상각액은 보장 단위를 기반으로 한다. CSM 잔액을 전 기간 보장 단위로 나누고 그중 당기 보장 단위만큼 상각해 수익으로 인식한다.
현재 기준서 상 할인율 반영 여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다. 보장 단위를 산출할 때 할인율은 보험사의 판단 영역이다.
하지만 시가평가를 기반으로 한 IFRS17 상에서 시간의 가치를 담고 있는 할인율을 제거하라는 것은 모순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할인율 미반영이 감독회계의 무리한 개입이 될 수 있는 셈이다.
현재 CSM 잔액은 할인해서 현재가치로 적립한다. 하지만 할인율을 반영하지 않고 명목 금액 기준으로 CSM을 상각해 이익으로 인식하면 이자부리의 영향 탓에 갈수록 상각액은 점차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한 계리법인 관계자는 "오히려 할인율을 반영해 보장 단위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이자부리와 할인율이 서로 상쇄되는 게 손익을 균등하게 인식하는 방법"이라며 "상각에서 할인율이 제거되면 이자부리도 제거하는 게 이론적으로 맞다"고 설명했다.
CSM 상각률에서 할인율이 제거되면 단기적으로 손익은 줄어든다. 하지만 이를 지켜만 보고 있을 보험사는 어디에도 없다. CSM 총량을 늘리면 그만이다.
이는 결국 신계약 확대 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줄어든 상각 이익을 상쇄하기 위한 제2, 제3의 단기납 종신보험이나 과도한 보장 특약을 내건 건강보험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 과당경쟁으로 인한 보험사의 손익 왜곡이 더 심해지는 셈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결국 보험사 이익과 직결되는 CSM의 과대계상이 문제인데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당장 효과를 내려다보니 미봉책만 난무하는 것"이라며 "밸류업 정책의 수혜를 봤던 상장 보험사들이 정책 리스크에 노출되며 시장의 불확실성만 커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촬영 안 철 수] 2024.5.19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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