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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M 회계부정④] 추락하는 보험산업 신인도…공시 강화가 답

24.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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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별 가정 모형 세분화한 공시 필요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IFRS17 도입은 보험사 경영에 혁신, 아니 개혁의 기회를 부여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주도하는 제도 손질 태스크포스(TF)를 '보험개혁회의'라 이름 붙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과거 외형성장에만 집중했던 보험사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는 당기손익이었다. 하지만 IFRS17 도입은 그 내재가치와 산출 과정을 중시한다. 질적 성장을 도모한다는 얘기다.

보험사의 증익을 무조건 나무라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증익의 과정은 투명하고 공평해야 한다. 회계처리를 두고 혼란이 지속되는 것은 여전히 당기손익을 중시하는 보험사의 후행적 경영이 문제인 셈이다.

◇ '회계기준 위반' 제보 속출…국가 산업 신인도 떨어질라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금융감독원에는 DB손해보험 등 보험사의 IFRS17 회계처리기준 위반에 대한 신고가 접수됐다. 보험계약부채를 과소 계상함으로써 CSM이 과대계상 됐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모든 제보가 객관적인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였지만, 연간 결산을 앞둔 시점의 회계 부정 신고는 관련 업계 모두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이후 회계기준원에도 보험사 상품의 회계처리에 대한 정확한 기준서 해석 요청이 접수됐다.

당시 회계기준원 내부에서도 적잖은 문제의식이 형성됐다는 후문이다. 시기상 기준서에 대한 해석을 담당하는 회계기준원으로서는 꽤 부담됐을 일이었다.

올해 초 회계기준원과 금감원은 연석회의를 통해 신고 사항 중 일부 안건을 논의했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특정 보험사에 대한 신고만은 아니었던 걸로 안다"며 "다양한 루트의 논의가 있었고 입장이 첨예하게 달랐다. 금감원이 이후 보험사의 회계 이슈 전반을 들여다본 것도 그와 관련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비단 이번 문제 제기가 아니더라도, 국내 보험사의 회계처리를 둘러싼 논란은 IFRS17이 도입된 이래 꾸준히 제기돼왔다.

더불어 미봉책 논란을 차치해도 '이익 부풀리기'를 제한한다는 명분 아래 금감원이 검토하는 수익 인식 방식의 변경은 보험사의 신인도와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는 상장사라면 치명적인 리스크다. 특히 국내뿐만 아닌 미국 시장에 함께 상장돼있는 KB금융[105560], 신한금융[055550]과 같은 은행 지주의 보험 자회사에는 더 큰 부담이다. IFRS17을 아직 도입하지 않은 미국의 경우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같은 감독 당국이 문제의 심각성을 크게 볼 수밖에 없어서다.

미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등 IFRS17을 도입하지 않은 곳에서는 한국이 예의주시 대상이다. 유럽 국가들의 경우 기존의 유럽형 내재가치 측정방식(EEV)이나 건전성 감독 체계(Solvency Ⅱ)가 잘 자리 잡고 있어 IFRS17을 적용하기 수월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당국 주도로 모든 보험사가 한시에 IFRS17을 일괄 도입한 흔치 않은 국가이기 때문이다.

한 계리법인 관계자는 "IFRS17이 아니라도 미국, 일본은 자신들만의 시가평가를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IFRS17을 계기로 부채 평가와 수익 인식 기준이 완전히 달라졌고, 그 전후 차이가 심하다"며 "현재의 제도 정착 과정에서 어느 정도 혼선은 불가피하지만, 회계 이슈에 대한 과도한 논란은 상장 보험사뿐만 아니라 국가의 보험 산업에 대한 신뢰도와 이어지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 불투명한 공시가 문제…보험회계가 숨겨놓은 숫자들

IFRS17과 IFRS4의 차이는 보험부채에 대한 시가평가와 발생주의에 기반을 둔 수익 인식 기준이다. 결국 가장 큰 차이는 '비교가능성'에 있다.

각국의 회계 관행을 허용했던 IFRS4는 보험산업의 특수한 회계처리를 인정했지만, IFRS17은 국제적으로 통일된 회계기준으로 보험사의 재무제표를 다른 금융산업과 비교할 수 있도록 한 데서 출발했다.

그래서 IFRS17은 '공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재무상태표나 재무성과표, 현금흐름표에서 제공하는 정보가 기준서의 적용 범위에 포함되는 계약이 보험사의 재무 상태나 그 성과, 현금흐름에 미친 영향을 재무제표 이용자가 평가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도록 질적·양적 정보를 공개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보험사들이 공개한 재무제표에서 비교가능성을 기대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 보험사마다 공시하는 숫자의 항목, 정의가 모두 달라서다.

지난해 논란이 됐던 예실차 역시 보험사마다 적용됐던 가정의 차이에서 출발했지만, 당시 예실차가 공시된 보험사는 손에 꼽혔다. 실적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 콜에서나 휘발성으로 들을 수 있을 뿐이었다. 그조차 예실차의 기반이 된 가정은 '영업 비밀'로 치부됐다.

CSM도 마찬가지다. 상품별 가정을 어떻게 설정하는지에 따라 CSM은 고무줄처럼 늘어나기도, 줄어들기도 한다. 해지율과 손해율, 유지율 등을 산출하는 과정에서 어떤 계리적 가정과 모형이 기반이 됐는지는 사업보고서의 주석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보험회계는 회계업계에서도 가장 복잡하고 어렵기로 정평 나 있다. 그래서 반대급부 측면에서 자의적이다. 숫자와 숫자 사이에 숨겨진 이야기가 많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경계하는 CSM 과대계상을 공시 강화를 통해 바로잡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세분된 공통 항목으로 경영 숫자를 공시한다면 IFRS17에 대한 자의적인 해석의 차이도 줄일 수 있다는 말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보험사마다 비교하려 해도 공시 항목이 다르다. 숨기고 싶은 숫자는 다른 항목에 합치고, 공시 항목을 교묘하게 표시한다"며 "유용한 재무 정보를 만드는 게 공시의 핵심이다. 그래야 보험사도 시장에서 신뢰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대영 사무처장, 신뢰회복과 혁신 위한 보험개혁회의 참석

(서울=연합뉴스)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한 신뢰회복과 혁신을 위한 보험개혁회의에 참석해 금융소비자학회 등 학계·유관기관·연구기관·보험회사·보험협회 등과 보험개혁회의 운영방안과 최근 보험업권의 이슈사항, 미래대비 과제 등을 논의하고 있다. 2024.5.7 [금융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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