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중립금리 상승전환…약세 요인
해석 주의 당부도…"누구도 자신 있게 말 못 해"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정현 기자 = 우리나라의 장기 중립금리가 코로나19 이전 대비 약 1%포인트(p) 높아졌다는 한국은행의 진단이 나오자 채권시장은 장기물 중심의 투자 심리 위축을 우려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되더라도 인하 폭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이번달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당시 이창용 총재가 "제약적인 금리 수준을 정상화하는 것이 당연히 바람직하다"면서 인하 신호를 보냈지만 그 속도에는 의문이 실린다는 것이다.
31일 도경탁 한은 통화정책국 정책연구팀 과장은 중구 한은 본관에서 진행된 'BOK컨퍼런스'에서 개인적 견해임을 전제로 올해 1분기 기준 우리나라 장기 중립금리가 마이너스(-)0.2%~1.3%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2020년 1분기 -1.1%~0.5% 대비 0.8~0.9%포인트(p) 상향된 것이다. 팬데믹 이전 대비 저점은 0.9%p, 고점은 0.8%p 올랐다. 2000년 1분기 당시 1.4%~3.1% 수준을 기록한 뒤 계속해서 하향하던 중립금리가 팬데믹 이후 상승 반전한 흐름을 나타낸 것이다.
한은 관계자 설명에 따르면 해당 중립금리에 물가 목표치인 2%를 더하면 명목 중립금리가 된다고 설명했다. 올해 1분기 기준 1.8%~3.3% 수준이다.
이번 중립금리는 국내 경제 및 물가에 대외 요인까지 고려해 추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을 고려한 중립금리는 아니다. 이 총재는 지난 30일 "금융안정을 고려한 중립금리는 물가안정을 고려한 중립금리보다 살짝 높은 수준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은행
현 기준금리 3.5%는 명목 중립금리보다 높은 수준에 있지만 상단 3.3%와는 0.2%p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금융안정을 고려한 중립금리와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좁혀질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이달 금통위에서 중립금리에는 금융안정을 고려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는데 물가가 안정된다면 금리를 너무 낮췄을 때 생길 수 있는 미래의 금융 안정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하기도 했다.
다만 한은 도 과장의 이번 중립금리 추정을 해석하는데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추정 방법에 따라 중립금리 수준이 달라져서다.
한은 관계자는 "이번에 발표된 중립금리는 여러 방법론 중 하나에 해당하는 것으로 대외 요인을 그동안에는 반영하지 않다가 이번에 반영한 모델을 만들어본 것"이라며 "이번엔 중립금리가 오른 것으로 나왔지만 인구구조 등은 하락 요인이고 대외 요인은 상승 요인이라는 것 말고는 누구도 자신 있게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채권시장은 도 과장이 발표한 중립금리 수준이 반등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한은의 금리 인하 속도가 느려질 수 있어 투심에는 좋지 않다는 것이다.
A 증권사의 채권 운용역은 "이창용 총재가 현재 기준금리 3.5%가 제약적 수준에 있다고 판단한 배경에는 중립금리가 그보다 낮다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면서 "중립금리에 대한 한은 추정을 보면 한 차례 인하할 근거로는 충분하지만 그 이상 인하하기는 까다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 연준에 앞서 선제적으로 인하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결정이 될 것"이라며 "채권시장은 장기물을 중심으로 소폭 약세 재료가 될 것으로 인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B 시중은행의 채권 운용역은 "시장에서는 현재 명목 중립금리 수준을 2.5~2.75% 정도로 보는 곳이 많았다"면서 "한은 보고서에 따른 중립금리 중간값만 보면 채권시장에 영향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C 증권사의 채권 운용역은 "투자 심리에는 악재가 될 것"이라며 "국내 장기 금리가 여타 주요국 대비 다소 낮은 이유가 장기성장률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반영됐기 때문인 측면이 있는데 중립금리가 상향되고 있다는 것은 장기 구간에 약세 요인"이라고 말했다.
jhkim7@yna.co.kr
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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