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포럼, 최태원 등 이사진에 공개 요구
(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김경림 기자 = SK그룹 지주사 SK㈜[034730]가 기업가치 제고(밸류업)를 위해 보유 중인 자기회사 주식(자사주) 전량을 소각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SK㈜의 자사주 비중은 전체 주식의 25% 수준으로 시가총액 3조원 이상 상장사 중 가장 높다.
금융위원회가 자사주를 본연의 취지인 주주가치 제고에 활용하라며 보유·처분 등에 대한 공시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모인다.
SK㈜는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1조4천억원에 육박한 재산분할을 해줘야 한다는 2심 판결이 나오며 자사주 활용이 주목받고 있다. 혹시 모를 경영권 분쟁 등에 대비하려면 자사주를 추가 확보하거나, 최소한 그대로 유지하는 게 유리하다.
◇"TSR 심각한 손실…주주 위해 자사주 소각해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4일 SK㈜ 이사회 앞으로 공개서한을 보내 "밸류업에 진심이면 자사주 25% 전량 소각을 권한다"고 요구했다. 최 회장 역시 SK㈜ 대표이사(사내이사)로서 수신인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기업 거버넌스 개선을 통해 자본시장의 선진화를 추구하는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금융인과 법조인, 학자, 전문직 종사자 등 1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포럼은 서한에서 "SK㈜가 지난 2021년 3월 주주총회 직후 투자자 간담회에서 '2025년까지 시가총액 140조원의 전문가치투자자로 진화하겠다는 파이낸셜 스토리'를 공개했다"면서 "이는 200만원의 목표 주가를 의미하지만 안타깝게도 3년이 지난 지금 SK㈜ 주가는 14만원, 시총은 11조원"이라고 꼬집었다.
[연합인포맥스]
약 5년간 연 54% 주가 상승을 목표로 했으나 한참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목표 발표 당시 주가 27만원, 시가총액 18조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되레 3년 새 주가가 내렸다.
그러면서 "이사회가 자본 배치 결정을 내리며 총주주수익률(TSR)을 염두에 뒀는지 묻고 싶다"며 "장기간 SK㈜ TSR은 심각한 손실을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TSR은 자본비용, 자본효율성 등과 함께 정부 밸류업 가이드라인에서 강조한 핵심 경영 지표로, 통상 주가상승률에 배당수익률을 더해 구한다.
포럼에 따르면 SK㈜ 주가는 과거 3년간 45%, 연 18% 하락했다. 약 2% 배당수익률을 감안할 때 SK㈜ 주주는 2021년 5월 이후 매년 16% 투자 손실을 보았다는 얘기다. 5년으로 범위를 넓혀도 37%, 연평균 9% 떨어졌다. 연 3% 배당수익률 더하더라도 2019년 5월 SK㈜ 주식에 투자했다면 매년 6% 손실을 봤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면서 차기 이사회가 자본 배치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포럼 측은 "주식이 지속해 대규모 할인 거래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총발행주식 수의 25%에 달하는 자기주식 때문"이라며 "자사주는 '회사 현금'이 들어간 것이므로 제3자 처분 등 특정 주주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사용되지 말아야 하고, 모든 주주를 위해 소각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자사주 소각이 투자 유치에도 긍정적이라고 했다. "자체 서베이에 의하면 80% 이상의 외국인 투자자는 회사 현금으로 자사주를 취득했음에도 소각이 없는 경우 이를 시총이나 주주가치에 반영하지 않는다"면서다. "한국 투자 경험이 많은 외국 투자자일수록 소각되지 않는 자사주에 대해 기회비용만 생긴다며 냉소적"이라고도 부연했다.
◇금융위, 자사주 공시 '강화' 움직임…경영권 방어에 유용
포럼의 요구는 금융위가 자사주 제도 개선을 위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과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에 대한 입법·규정 변경을 예고한 다음 날 나왔다. 일반주주 권익 제고 측면에서 보면 같은 맥락이다.
전날 금융위가 발표한 개정안에는 상장사의 자사주 보유와 처분 과정 공시를 강화하고 인적 분할 시 자사주에 대한 신주배정이 금지되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상장사의 경우 자사주 비중이 발행주식총수의 5% 이상이라면 보유 현황과 목적, 추가 취득이나 처리 계획 등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해 이사회 승인을 받도록 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다만 최 회장의 이혼 재판이 커다란 변수다. 향후 대법원에서 2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자금 마련을 위해 SK㈜ 주식 일부를 처분해야 할 수도 있다. 최 회장은 지분 17.7%를 쥐고 있는 SK㈜의 최대 주주다. 경영권 리스크 우려가 있어 어떻게든 피하려 할 '최악의 시나리오'지만,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다.
만약 이런 상황이 온다면 자사주가 큰 힘이 될 수 있다. 회사가 직접 보유하고 있을 땐 의결권이 없지만 매각 시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경영권 분쟁 시 우호 세력이 매각해 경영권 방어 무기로 쓸 수 있다. 실제로 SK㈜는 2003년 소버린 펀드로부터 공격받았을 당시 자사주를 하나은행, 신한은행 등에 매각해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 전례가 있다.
sjyoo@yna.co.kr
klkim@yna.co.kr
유수진
sjyoo@yna.co.kr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