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권한 강화하는 종합·장기 계획 필요"
"국민연금, 행동주의 펀드 출자 검토할 때"
제22대 국회에 거버넌스 개선 입법과제 제안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주주에게 권한을 더 많이 부여해야 이사회가 제대로 돌아가고 우리나라 거버넌스가 제대로 섭니다. 이런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이 나와야 해요"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5일 연합인포맥스와 인터뷰에서 "'주주 임파워먼트(empowerment·권한 부여)'가 이뤄져 이사들이 주주의 눈치를 보면 총수나 최고경영자(CEO)가 마음대로 회사를 운영하지 못한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그는 "주주가 워낙 힘이 없기 때문에 이사들이 나쁜 짓을 하고도 주주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17년부터 시민단체 경제개혁연대를 이끄는 김 교수는 기업 거버넌스 개선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온 '참여형 학자'다.
경제개혁연대는 최근 제22대 국회 개원을 맞아 주주 권한 강화를 중심으로 하는 다수의 개혁 입법 과제를 제안했다. 2008년 제18대 국회부터 시작해 이번이 다섯 번째다.
[촬영: 김학성]
◇ "주주 권한 강화하고 이사 통제 장치 마련해야"
김 교수는 그간 우리나라의 거버넌스 개혁 시도가 총수·경영자 중심의 구조를 그대로 둔 채 겉으로 드러난 사안에만 단편적으로 접근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제대로 된 해법은 주주 권한 강화를 통한 사전·사후적 통제 장치 마련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반주주의 이익과 총수의 이익이 상충하는 거래에서는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한 상태에서 주주 과반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사전 동의권을 주주에게 부여해야 한다"며 "사전 장치가 있음에도 어떤 결정이 회사와 주주에게 피해를 줬다면 주주가 이사에게 효과적으로 책임을 추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구체적 입법 과제로는 상법의 이사 충실의무 대상 확대와 상장사 의무공개매수 제도, 다중대표소송 소 제기 요건 완화, 이사회 내 보수위원회 설치 의무화, 편법적 채무보증행위 근절 등을 꼽았다.
특히 주주총회와 관련한 법제 개편도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 예시로는 주주총회 소집 통지 기간 연장과 주주총회 직후 표결 결과 상세 공시, 하이브리드 전자 주주총회 허용 등을 들었다.
김 교수는 "주주총회 개최일을 분산하기 위한 노력이 이뤄져 4~5월 주주총회가 가능함에도 여전히 의도적으로 3월 말에 몰려 있다"며 "학교 반장 선거만 해도 결과를 바로 알려주는데, 주주총회도 표결 직후 결과를 상세히 공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완전 전자 주주총회는 주주들의 목소리를 막을 수 있는 온갖 기술이 다 있어 운영을 경영자에게 유리하게 만들 수 있다"며 "전자 주주총회를 허용하더라도 (현장 행사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만 허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지난 국회에서도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과 의무공개매수를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 등이 발의됐지만 의원들의 관심 부족으로 통과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번 제22대 국회에서는 반대 명분이 없거나 이미 여야 간에 공감대가 있는 법안을 시작으로 입법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국민연금, 행동주의 펀드 출자 검토해야"
지난 3월 말 기준 1천100조원이 넘는 자산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촉구하는 한편, 사모투자 자산을 행동주의 펀드에 출자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고 제시했다.
김 교수는 "국민연금이 2018년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주제안은 단 두 건, 주주대표 소송은 0건에 불과했다"며 "주주총회 안건에 '예스', '노' 하는 아주 낮은 수준의 주주권 행사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이는 주주권 행사 방향을 결정하는 위원회에 있는 사용자 대표들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막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를 통해 운용하는 주식도 결국은 소유주인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김 교수는 국민연금의 행동주의 펀드 출자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행동주의 펀드에 유한책임사원(LP)으로 국민연금이 들어가면 이 펀드가 매입한 주식은 펀드의 소유"라며 "펀드가 독자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들이 운용 규모를 늘리면 일본처럼 토종 헤지펀드에 의해 행동주의가 많이 일어나 한국도 제대로 된 밸류업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과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등 해외 주요 연기금은 이미 수익률 극대화를 위해 행동주의 펀드에 많은 금액을 출자하고 있다.
[출처: ACGA]
◇ "거버넌스 모범생 메리츠…산업재벌 중엔 없어"
국내 기업의 전반적인 거버넌스 수준을 평가해달라는 요청에 김 교수는 아시아에 투자하는 기관들의 모임인 아시아기업거버넌스협회(ACGA)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료를 가져왔다.
당시 ACGA는 한국의 거버넌스 순위를 조사 대상 12개국 가운데 8위로 평가했다. 1위는 호주, 2위는 일본, 공동 3위는 싱가포르와 대만이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너무나도 힘이 막강한 총수가 있다"며 "이런 구조에서는 아무리 개혁해도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일본을 미국, 영국과 더불어 기업의 소유가 분산된 몇 안 되는 나라로 꼽는다.
그는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전범 기업인 자이바츠(재벌)를 다 해체해 이들의 힘이 없다"며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헤지펀드의 주주 행동주의가 활발한 나라가 일본"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국내 대기업 가운데 건전한 거버넌스를 갖춘 곳으로 메리츠금융그룹을 꼽았다.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138040] 회장은 2011년 회장이 된 뒤 전문경영인에 경영을 맡겼으며, 2022년에는 포괄적 주식교환을 거쳐 이중 상장된 자회사들을 상장 폐지했다.
김 교수는 "조 회장이 자기 지분이 희석됨에도 불구하고 주주들을 위해 자회사들을 상장 폐지했는데, 이중 상장 문제를 없애 주가가 폭등했다"며 "그런 결정이 가능한 이사회 구조를 가진 경우는 우리나라에서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지난해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과 KCGI가 공동으로 주최한 제2회 한국기업거버넌스대상 경제 부문 수상자다.
김 교수는 다른 대기업 중에는 칭찬할 만한 거버넌스가 구축된 곳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
메리츠금융그룹은 2022년 11월 21일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해 포괄적 주식교환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출처: 연합인포맥스]
◇ "상속세 완화는 반대…밸류업 실제 증거 없어"
김 교수는 밸류업을 위한 상속세율 인하에는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높은 상속세율이 지배주주의 주가 부양 동기를 제한한다고 주장한다.
김 교수는 "상속세율이 높으면 자녀에게 지배권을 넘겨주지 못하기 때문에 평상시에 주가를 떨어뜨린다는 이야기인데, 그런 인센티브가 도대체 몇 퍼센트의 세율에서 없어지겠냐는 것"이라며 "0%로 간다고 하면 부의 대물림과 불로소득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속세율 인하론이 옳다면) 우리나라 기업 총수가 사망한 뒤 상속받은 자녀는 주가를 낮출 유인이 크지 않을 텐데, 실제로는 (총수가 사망한 뒤) 주가가 전혀 오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대주주 배당소득세율 완화에 대해서는 세수 균형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저율 분리과세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한 김 교수는 행정고시에 합격해 재무부 사무관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하버드대에서 정책학(금융전공) 석사·박사 학위를 받은 뒤 공직을 떠나 학자의 길로 접어들었다. 현재 경제개혁연대와 자매기관인 경제개혁연구소의 소장을 맡고 있다.
[출처: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hskim@yna.co.kr
김학성
hs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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