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체감경기와 지표경기가 따로 노는 현상이 건설업종에서도 목격됐다.
건설투자가 국내 총생산을 견인하는 한편 4월 들어서는 40%나 대폭 증가하는 등 호조를 보이고 있는데 건설사업자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2022년 이후 대체로 장기평균 아래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작년의 낮은 기저와 원가 상승에 따른 금액 증가가 원인일 것으로 추정했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건설투자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호조를 띠게 만든 주역이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은 전기 대비 1.3% 증가해 연합인포맥스가 조사한 시장전망치 0.53%를 두 배 이상 넘어섰다.
동력은 건설투자였다. 건설투자는 올해 1분기 속보치에서는 전분기 대비 2.7%, 잠정치에서는 3.3% 증가했다. 설비투자는 속보치에서는 0.8%, 잠정치에서는 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건설업이 성장동력임을 보여줬다.
이런 모습은 산업활동동향에서도 확인됐다.
통계청은 4월 산업활동동향에서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0.2% 감소한 반면 건설투자는 5.0%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건설경기를 예고하는 수주는 전년 동월 대비 무려 41.9%나 늘었다.
이들 지표만 보면 건설경기가 호조를 띠는 듯하지만, 업계에서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상위30대 건설사 중에서도 부채비율 200%를 넘는 곳이 9곳이나 되는 데다 부도업체도 잇따르고 있는 까닭이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까지 부도신고 건설업체는 14곳으로 작년 같은 기간 5곳을 훌쩍 넘어섰다. 2019년 25건 이후 최대이기도 했다.
특히 5월에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종합건설사가 부도 신고를 해 차갑게 가라앉은 건설경기를 체감하게 했다.
건설산업연구원이 건설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건설경기실사지수(CBSI)는 2022년 5월 이후 작년 7월 89.80 한차례를 제외하면 모두 장기평균인 80 아래에 머물렀다.
CBSI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위를 가리키면 경기를 낙관하는 업체가, 이보다 아래를 가리키면 경기를 비관하는 업체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건설투자가 전반적으로 저조했다는 점을 들어 기저효과가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투자는 1월, 10월, 12월을 제외하면 모두 전년 동월대비 감소를 나타냈다. 작년 4월은 전년 동월 대비 46.8% 감소로 같은 해 7, 8월을 제외하면 가장 낮았다.
또한 올해 1분기 건설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5.9%로 여전히 저조해 4월 지표를 근거로 건설업황 개선을 거론하기는 다소 이른 것으로 풀이됐다.
건설수주를 발주자별로 보면 공공이 올해 1분기 58.2%를 차지해 15.5% 감소한 민간이나 55.9% 감소한 민자사업과 대조를 이뤘다.
이는 상반기 건설지표 호조가 예산조기집행 등 정부 정책에 따른 결과로 추정할 수 있는 근거이기도 했다.
박철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4월 산업활동동향과 관련해 "기저효과 외에도 원가 상승에 따른 영향도 고려할 수 있다"며 "건설 경기는 여전히 어려운 여건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spnam@yna.co.kr
남승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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