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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이모저모] "역사는 1등만 기억합니다"

24.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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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역사는 1등만을 기억합니다. 2등은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습니다."

삼성이 1990년대 기업 광고에 사용했던 캐치프레이즈다. 해당 광고엔 '1등'의 예시로 대서양을 처음 횡단한 찰스 린드버그와 최초의 전화를 발명한 그레헴 벨,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닐 암스트롱이 등장한다. 고 이건희 선대회장의 '일등주의'가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물이다. 이 광고를 보고 자란 사람들은 자연스레 '삼성=1등'을 떠올린다.

일각에선 일등주의가 지나치게 경쟁을 부추긴다며 2등과 나머지도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코미디언이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유행어로 사회를 풍자해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경영 철학이 오늘날의 삼성을 만든 원동력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재계에서 삼성은 늘 '1등 DNA'를 가진 회사로 여겨져 왔다.

2021년 기념 촬영을 한 이재용 회장과 한스 베스트베리 CEO

[출처:삼성전자]

최근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만나는 사람마다 삼성이 예전만 못하다고 입을 모은다. 경쟁사에 주도권을 빼앗긴 고대역폭메모리(HBM)는 말할 것도 없고, 모바일과 가전 등에서도 도드라진 활약을 보이지 못한다는 평가다. 이른바 '초격차의 부재'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신성장동력이 마땅치 않다는 꼬리표를 몇 년째 떼어내지 못하고 있다.

조직 안팎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지난달 말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한 사장단은 최대한 말을 아낀 채 급히 자리를 뜨느라 바빴다. 최근 사내 분위기를 묻자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대 '쉿' 제스처를 취하거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평소 자신감 넘치던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반도체 수장 교체와 노사 갈등 등이 맞물려 뒤숭숭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특히 노조 대응을 놓고선 경험 부족에 따른 아마추어 같은 모습이 노출됐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 4월 노조 집회 장소에 대규모 화분을 설치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모처럼 삼성의 '1등 DNA'를 강조하는 소식이 들렸다. 미국 출장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의 입을 통해서다.

이 회장은 최근 미국 뉴욕에서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CEO와 만나 차세대 통신 분야와 갤럭시 신제품 판매 등에 대해 논의한 뒤 "모두가 하는 사업은 누구보다 잘 해내고, 아무도 못 하는 사업은 누구보다 먼저 해내자"고 말했다. 사업군을 막론하고 글로벌 1위가 되자는 '독려'다.

지난달 31일 출국한 이 회장은 미국을 동에서 서로 가로지르며 주요 고객사와 만나 협력 강화를 논의하고 있다. 이달 중순까지 이어지는 출장 일정은 미국 주요 IT·AI·반도체·통신 관련 기업 CEO 및 정관계 인사들과의 미팅 30여개로 가득 차 있다고 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미래 먹거리 발굴 기회도 엿본다. 이 회장이 직접 움직인 만큼 글로벌 네트워크에 기반한 성과가 상당할 걸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앞서 설명한 삼성 광고는 '세계 일류, 우리 경제 마지막 선택입니다'라는 내레이션과 함께 삼성 로고(CI)가 등장하며 마무리된다. 30여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유효한 문구다. 삼성은 과연 다시 과거 초격차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이 회장의 행보에 눈길이 쏠린다. (기업금융부 유수진 기자)

sjyoo@yna.co.kr

유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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