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남경 기자 = 강남에 위치한 옛 쉐라톤 팔래스 호텔 부지를 고급 주거시설로 개발하는 사업장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브릿지론 만기가 점차 다가오고 있지만 본 PF 전환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사업장은 금융당국의 새로운 PF 사업성 평가 기준에 따르면 '유의·부실우려' 사업장에 속해 만기 연장도 쉽지 않은 분위기다. 대주단은 공매와 만기 연장 등 선택지를 두고 고심하는 모양새다.
◇쉐라톤 팔래스 호텔 재개발…본 PF 사실상 무산
12일 투자금융 업계에 따르면 오는 6월 대출 만기가 도래하는 옛 쉐라톤 팔래스 강남 호텔 개발사업의 본 PF 전환이 늦어지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63-1번지 일원에 지하 4층~지상 35층 2개 동, 아파트 58세대와 오피스텔 15실 등 총 73세대의 고급 주거시설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세계적인 건축 거장 리처드 마이어가 설계하고, 삼성물산이 시공을 맡았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던 곳이다. 부동산전문개발회사 더랜드는 이 부지에 '더팰리스73'이란 최고급 주거시설을 지으려 했다. 하지만 부동산 PF 시장이 경색되고 금융당국의 새로운 사업성 평가가 이달 도입되면서 본 PF 전환이 불투명하다.
PF 업계 관계자는 "만기가 얼마 안 남았는데 본 PF는 사실상 어려운 분위기"라며 "최고 분양가가 수백억 원에 달하는 초고급 주거시설이다. 반포라는 입지 자체는 좋지만, 이 정도 고가주택에 대한 수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또 "이런 하이엔드 주택은 특수 수요에 따라 미분양이 나더라도 지어놓으면 언젠간 팔린다는 믿음이 있기는 했다"면서도 "당국의 PF 사업성 평가 등 시장 분위기가 경색된 상황에서 금융사들이 리스크를 감당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시행사는 대출약정 당시 이자가 정상 지급되면 만기가 2개월 연장되는 조항이 있다는 입장이다. 오는 8월까지 PF 전환에 대한 여유가 있다는 의미다. 해외자본의 투자를 타진하고 있고 분양률이 50%를 넘긴 만큼 본 PF 전환에 자신이 있다는 설명이다.
시행사 관계자는 "분양률이 50%를 넘고 시공사와도 도급 계약이 돼 있는 곳이다"며 "PF 시장이 힘들긴 하지만 사업 진행이 정상적으로 되고 있다. 문제없이 착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의·부실우려' 사업장…공매시 선순위 금융사 손실 가능
대출 만기를 앞두고 대주단 사이에선 사업장 처리방안을 두고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이 사업장은 이미 여러 차례의 만기 연장을 통해 사업을 지속해온 곳이다. 금융당국이 이달부터 선보인 새로운 PF 사업성 평가 기준에 따르면 '유의·부실우려' 사업장에 속한다. 무턱대고 만기 연장을 하기엔 충당금 적립 등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설명이다.
대주단 한 관계자는 "해외 자본이 들어온다는 얘기가 있어서 만기 연장도 가능한 선택지 중 하나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나 충당금 등 부담이 되는 요소가 적지 않다"며 "고민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선순위 채권자의 손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차주는 사업장 부지를 매입하기 위해 총 4천50억원의 브릿지론을 조달했다. 14곳의 지역 새마을금고를 비롯해 다수의 캐피탈사, 보험사 등이 3천300억원 규모로 선순위 대출을 내줬다. 중·후순위 대출 규모는 각각 550억원, 200억원이다.
문제는 선순위 조달 규모가 총 브릿지론의 81%에 달한다는 점이다. 사업장이 기한이익상실(EOD)에 처해 공매에 넘어가게 되면 선순위 채권자의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시장에서 손실을 감내하면서 자금 회수에 집중하고 있는 새마을금고의 행보도 부담 요소다. 새마을금고의 감독기관인 행정안전부는 연체율이 높은 일부 금고에 부실채권을 매각해 손실을 보더라도 연체율을 낮추라는 지침을 전달했다고 알려졌다. 이런 새마을금고의 행보가 사업장의 공매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PF 시장 관계자는 "PF 구조조정을 향한 당국의 의지도 있고 새마을금고가 요즘 만기 연장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이 사업장은 선순위가 81%나 되는데, 공매에서 땅이 20% 넘게 할인되면 선순위가 손실 구간에 진입한다는 의미다. 처음부터 사업성을 너무 낙관한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nkhwang@yna.co.kr
황남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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