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대체투자 소송 가늠자로 주목
(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미국 라스베이거스 리조트 개발 사업 투자를 둘러싼 투자자와 증권사 간 법정 공방이 9월에 끝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엔지니어링공제조합·MG손해보험·정보통신공제조합·The-K저축은행·MBC·현대차증권·JB우리캐피탈 등 원고 7명이 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 등 피고 2명에 건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의 판결이 오는 9월 12일에 선고될 계획이다.
원고소가는 919억9천639만7천444 원으로, 원고 측이 전부 승소하면 900억 원 이상의 경제적 이익을 얻게 된다. 원고 측은 미국 더드루 라스베이거스 호텔 건설을 목적으로 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브릿지론 매자닌(중·후순위) 대출에 3천억 원을 투자했다가 전액 손실을 봤다.
해당 프로젝트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 5성급 호텔과 카지노, 극장 등 지상 68층의 복합 리조트를 건설하는 것으로 총 3조원 규모의 대형 사업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사업성이 크게 떨어졌고, 시행사인 미국 부동산 개발회사 위트코프가 채무불이행을 선언했다.
이 경우 선순위·중순위·후순위 채권자가 경매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기회를 가질 수 있지만, 위트코프는 투자계약 내 대체양도(DIL·Deed In Lieu) 조항을 근거로 해외 선순위 채권자에게 부동산 소유권을 양도하며 나머지 채권자에 대한 상환 의무를 회피했다.
국내 중·후순위 투자자는 DIL 조항을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이 제대로 알리지 않아 위험성을 더 따져볼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현대차증권 소송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측은 전날 법정 변론에서 피고가 위험성에 관해 투자자에게 제대로 알려주는 게 맞는다며 원고 측이 DIL의 위험성을 인지했다면 "투자 여부 혹은 투자 규모에 있어서 확연한 차이가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NH투자증권 소송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화우 측은 현대차증권이 전문적인 금융투자업자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투자 손실의 원인은 자산 가치 하락을 유발한 코로나19 사태이며 DIL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현대차증권을 제외한 원고 측 소송대리는 법무법인 린이, 미래에셋증권 소송대리는 법무법인 김앤장과 태평양이 맡았다.
업계는 이 소송의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저금리 시절 무분별하게 이뤄진 해외 대체투자와 관련해 증권업계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여서다.
한 대형 증권사 투자은행(IB) 부문 임원은 "당시 인센티브를 벌어간 모 증권사의 담당자들은 회사에 사기를 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이들이 떠난 회사에 남아 사후관리에 몰두하는 담당자만 힘들어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ytseo@yna.co.kr
서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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