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역행하는 것 아니냐"
국민연금공단이 내년에도 국내주식 비중을 줄여나가기로 하면서 국내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 나온 볼멘소리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말 열린 기금운용회의에서 2029년 말까지 국내주식 비중을 13%까지 축소하는 내용을 포함한 중기자산배분안을 의결했다.
올해 말 국내주식 목표비중 15.4%을 기준으로 단계적으로 축소한다고 단순하게 가정할 때, 앞으로 매년 0.5%P씩 줄여나가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실제 이날 국민연금은 중기자산배분안에 따라 내년 말 국내주식 목표비중을 14.9%로 확정했다. 올해 말보다 0.5%포인트(P) 줄어든 수준이다.
투자정책전문위원회, 국민연금기금운용실무평가위원회,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등을 거쳐야 하는 해당 자산배분안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모두의 찬성만 있었던 건 아니다.
기획재정부를 대표하는 쪽에서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동력을 위해 내년에는 국내자산 목표비중을 유지하자는 식의 제안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현 국내주식 투자규모 155조9천억원은 국내 코스피와 코스닥 시가총액을 합친 규모의 5.8% 수준이다. 국민연금의 코스닥 투자 비중이 미미한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코스피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7% 수준으로 크다.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인 만큼 '공공성'이라는 운용원칙에 따라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과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경우 내년에는 국내주식 비중을 유지하더라도 중기자산배분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서는 내후년부터 국내주식 비중 축소 폭이 더 커지게 된다. 조삼모사인 셈이다.
매년 중기 전망을 고려해 결정하는 중기자산배분안에서 향후 국내자산의 중기목표 자체를 낮춘다면, 국내주식 축소 폭이 조정될 수는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결론적으로 국내자산을 꾸준히 축소한다는 기존 원칙을 고수했다. 공공성뿐만 아니라 '수익성'과 '운용 독립성'이라는 운용원칙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국민연금은 장기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해외·대체자산을 확대해나간다는 정책 방향을 세웠다. 기금위가 살펴본 수익률 계산에 따르면 현재까지의 투자환경에서는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
올해 3월 말 기준 글로벌 주식시장은 MSCI ACWI ex-Korea 기준 연초 대비 8.32% 상승했는데, 국내 주식시장은 코스피 기준 3.44% 올랐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5개년 수익률을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 벌어진다. 미국 지수를 대표하는 S&P500은 이 기간 96.70% 올랐는데, 한국 지수를 대표하는 코스피는 21.36% 상승하는 데 그쳤다.
공공성 측면에서도 국민연금 기금위가 고려하고 있는 건 당장 내년보다 더 미래인 기금 축소기다.
현 연금 체제에서 국민연금의 기금 규모는 2040년 1천755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기에 돌입한다.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비중을 현 수준으로 유지할 경우 연간 수십조원 수준의 매도가 발생한다. 기금 축소기 때 국내주식에 미치는 파급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지금부터 차근차근 비중을 조절해야 한다는 게 기금위의 판단이다.
기업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국내주식을 줄이는 게 아쉽긴 하지만 기금 축소기 때를 대비한다는 말은 설득력 있다"며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논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투자금융부 송하린 기자)
hrsong@yna.co.kr
송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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