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자본시장 '맹주'…베트남에 가다 (한상민 연합인포맥스 기자) | 경제ON 취재파일 240617[https://youtu.be/Utugxetg8kw]
※ 이 내용은 6월 17일(월) 오후 4시 연합뉴스경제TV의 '경제ON' 프로그램에서 방영된 콘텐츠입니다. (출연 : 한상민 연합인포맥스 기자, 진행 : 이민재)
[이민재 앵커]
투자자들은 신흥국 중 인도 증시 등에 큰 관심 두고 있는데, 최근 인도처럼 차이나 리스크가 없는 베트남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시장 분위기 들려주려 투자금융부 한상민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왔습니다.
[한상민 기자]
'신 짜오'(Xin chào), 베트남어로 '안녕하세요'라는 말인데요, 지난달 말 베트남의 금융 중심지인 호찌민에 다녀왔습니다. 인도뿐 아니라 베트남 시장도 최근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데요. 베트남은 과거부터 국내 대기업의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몰린 곳입니다.
우선 지난해 베트남에서 한국기업의 등록자본금은 850억달러를 넘었는데요, 전체 18% 넘는 수준으로 144개 베트남 투자국 중 우리나라가 1위 기록. 그만큼 우리나라 기업이 베트남에 관심이 높다는 것인데요. 이러한 가운데 증권사, 자산운용사 같은 금융사도 베트남 시장에 관심.
[앵커]
한국 기업이 베트남에 관심이 높군요, 베트남 하면 길거리에 많은 오토바이나 한류 등도 떠오르는데. 첫인상은 어땠나?
[기자]
5월 우기가 막 시작할 무렵이어서 그런지, 매우 덥고 습했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에서도 반가운 기업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거리 곳곳에 현대차, 기아차를 비롯해 LG전자처럼 베트남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의 로고와 광고판이 보였음. 또 국내 시중은행들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도 많이 보였음. 질세라 국내 증권사의 광고판도 공항 밖에 있었습니다.
호찌민 시내에서는 일명 'K-뷰티'라고 하는 한국 미용에 대한 열기가 매장이나 백화점 등지에서 느껴졌음. 베트남은 한국 기업이 말 그대로 넘치는 분위기라고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앵커]
우리에게 친숙한 기업들이 많이 진출했군요, 또 재밌는 점이 예전과 다르게 오토바이만 가득 차던 거리에서, 최근 자동차가 늘고 있다고?
[기자]
현지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주재원분께 들었는데, 몇 년 전만 해도 호찌민 길거리에 차가 없고, 오토바이만 가득했다고 함. 최근 들어 거리가 정말 복잡해질 정도로 차가 거리에 많아졌다고.
베트남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좋아하는데, 소득 수준이 오르고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자동차를 구매하는 이들도 늘고 있는 것임. 베트남의 자동차 판매량은 2020년 기준 연 30만대에서 2022년에 40만대 이상으로 10만대 넘게 증가했습니다.
[앵커]
이렇게 베트남이 빠르게 성장한 데에는 어떤 배경이 있었는지?
[기자]
베트남 정부는 제조업 발전에 관심이 많음. 또, 베트남이 타 개발도상국 대비 사회적으로 안정된 국가인 점도 이런 산업 성장의 중요한 배경임. 지정학적으로는 베트남이 미·중 갈등의 최대 수혜국 중 하나이기도. 지난해 9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베트남을 찾아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 이후 3달 만인 12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베트남에 방문해 "운명 공동체를 구축하자"고 말했음.
인공지능(AI) 최대 수혜 주로 꼽히는 미국 기업 '엔비디아'도 베트남 기업과 협력을 모색하고 있음. 베트남 최대 IT 기업 FPT 그룹이 엔비디아와 AI공장을 베트남에 건설하기로 지난달 협의했습니다.
[앵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베트남이 지정학적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이는군요. 한편 베트남은 한국처럼 높은 교육열도 있다고요.
[기자]
네, 베트남은 한국처럼 높은 교육열로도 유명한 나라인데, 이에 힘입어 IT가 빠르게 발전하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는 평가.
책 '왜 베트남 시장인가'의 저자인 유영국 작가는 베트남에 빨리 발전하는 부분이 바로 IT 영역이라며 "우리나라가 1970~1980년대 해외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돌아오며 기술이 발전했던 양상과 아주 비슷하다"고 말했음. 현지에서 만난 많은 전문가는 인구 1억명에 경제성장률 6%를 보이는 베트남이, 현재 1인당 GDP 4천달러에서 1만달러까지는 무난히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
[앵커]
베트남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젊은 사람들 중심으로 베트남 국민의 주식 투자에 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겠죠?
[기자]
제가 취재하며 호찌민 거리를 다닐 때,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축구 경기를 보며 내기를 하는 모습이 종종 보였음. 그래서 축구 경기가 있을 때면 사람들이 빚을 갚으려고 오토바이를 팔아서, 가격이 하락한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있음.
다만 최근 젊은 Z세대(1997∼2006년생)나 대학생 등을 중심으로는 인식이 바뀌고 있음. 우선 직업으로서 증권사 선호도가 안정적인 은행보다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또, 증권 자체에 관한 관심도 10~20대 중심으로 커지고 있음. 우리나라의 한 30~40년 전 자본시장의 발전 방향과 비슷하다고도 볼 수 있겠음.
[앵커]
인도의 경우 개인 투자자 비중이 증권에서 절대적으로 컸는데, 베트남도 비슷한 상황인지?
[기자]
베트남은 외국인과 기관보다는 온전히 개인 투자자 위주의 시장인데요, 개인 투자자의 거래 비중이 증시에 약 90%를 차지. 최근 베트남 증권계좌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많이 늘어났는데, 올해 4월 기준 증권계좌는 780만개를 넘어서면서, 5년 전, 200만개에서 4배 가까이 늘어났음. 전문가들은 중복계좌로 인해 실질 증권시장 참여자는 전체 인구의 3% 수준(70만~300만명)으로 보고 있음. 증시의 성장 잠재력을 베트남이 더 갖춘 것으로도 볼 수 있겠음.
[앵커]
전문가들도 베트남 증시의 향후 성장성을 높게 보고 있는지?
[기자]
증권가에서도 베트남 증시의 성장세를 예측함. 유안타증권은 연초에 발표한 베트남 시장 관련 보고서에서 올해 베트남 증시의 벤치마크 지수인, 'VN지수'의 목표치를 15% 상승한 1,298로 잡았음. 현재 VN지수는 1,270선으로 올해 들어 벌써 12% 넘게 오름. 유안타증권은 베트남 증시에 대해 "장기적·구조적 성장이 유효해 보인다"고 내다보기도 했습니다.
[앵커]
시장 발전을 위한 베트남 당국 차원의 노력도 있다고?
[기자]
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개인 투자자 비중이 매우 높은 게 베트남 시장인데요, 과거부터 시장 개혁 방안으로 거론되던 우리나라 한국거래소(KRX)의 차세대 거래시스템 도입 작업이 진행 중. 다만 지속해서 베트남 증시에 도입이 지연되고 있음.
이게 왜 중요하냐면 시장에서는 일련의 조치로 베트남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기준 신흥국(EM)으로 진입한다면 200억달러 이상의 자금 유입이 발생할 것으로 관측하기 때문. 현재는 베트남 시장은 프런티어(Frontier Market)로 분류. 신흥국 진입으로 상장지수펀드(ETF)나 펀드 패시브 자금이 유입되면 장기적으로 아시아 내 주요 증권시장이 될 가능성.
다만 베트남 금융당국이 엄격한 규제를 적용해온 만큼 성장을 위해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임. 2022년 글로벌 증시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금리 인상 사이클 등으로 하락했을 때 베트남은 내부적 악재가 겹치며 더 크게 하락.
2022년 3월 주가 조작 사건이 일어났고, 그해 10월에는 불법 채권 발행 사건 등이 일어나기도. 베트남 정부의 엄격한 기업 수사 속에 증시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베트남 증시가 출렁였음.
[앵커]
성장 가능성이 크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는 말씀. 우리나라 증권사들도 일찌감치 베트남에 진출한 곳 있는데, 현지 법인 다녀오셨다고?
[기자]
베트남 시장에는 총 8개의 국내 증권사가 현지 법인 형태로 진출해 있는데,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을 비롯해 NH·KB·한화·신한투자증권 등이 베트남에 있음. 저는 그중 호찌민에 법인 본사를 둔 한투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을 만나고 옴. 두 곳 모두 규모가 크고 많은 현지 직원으로 이뤄진 곳.
자산운용사 중에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베트남 법인이 업계 운용자산(AUM) 2위로서 시장에서 선전 중. 베트남 ETF 시장 진출을 비롯해, 일본 출자자(LP) 자금 펀드 등을 운용하고 있었음. 특히 베트남 ETF 시장은 액티브 운용이 아직 불가능한데, 한투운용 베트남 법인은 베트남 ETF 시장에 전체 14개 중 총 3개의 ETF 상장시키며 시장 선점에 대응하고 있었음.
[앵커]
국내 금융회사들도 베트남 시장의 태동기에서 활약하고 있군요. 그런데, 베트남 경제가 태국, 말레이시아처럼 '중진국 함정'에 빠졌다는 얘기도 나온다는데, 현지 전문가들은 어떻게 느끼고 있었는지?
[기자]
우선 '중진국 함정'은, 개발도상국이 중간 소득 단계에서 각종 원인으로 성장력을 잃으며 고소득 국가가 되지 못하는 것을 말합니다.
베트남이 1인당 GDP 1만달러 수준까지 무난히 성장하겠지만, 그 이후에는 의문을 보내는 이들도 많음. 또, 급성장하고 있는 인도 시장과도 외국인 투자 측면에서 경쟁하고 있다는 말도 있음. 또 베트남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도 자체적 역량이 다소 소외되기도.
다만 베트남은 종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특유의 높은 교육열과 IT의 발전 등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이들도 있음. 베트남은 제조업과 중화학, 하이테크 산업 등이 균형 있게 발전돼야 중진국 함정에 빠지지 않을 것으로 보임.
[앵커]
중진국 함정에 빠질지, 묘수를 발휘해서 정체기를 잘 통과할지 지켜봐야 할 것. 한편 베트남 증시에서 유망한 분야는?
[기자]
베트남 펀드명가로 꼽히는 국내 자산운용사 중 피데스(베트남)자산운용이 있음. 이곳에서는 베트남 증시에 보험·증권·수출주 주목된다고 했음.
베트남 국민 사이에서 투자에 관한 관심이 최근 생기기 시작하면서 전통적인 증권사 비즈니스의 수익성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음. 여기에 더해 수출 관련주와 현지 보험주 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음. 특히 베트남은 글로벌 보험사들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음. 베트남은 의무 가입률이 높은 자동차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고, 평균 연령이 아직 30대 초반 수준임. 빠른 시장 성장세와 낮은 평균 연령으로 경제활동 인구가 많아 앞으로 보험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임.
[앵커]
오늘 취재 파일은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연합인포맥스 투자금융부 한상민 기자)
※본 콘텐츠는 연합뉴스경제TV 취재파일 코너에서 다룬 영상뉴스 내용입니다.
smhan@yna.co.kr
한상민
sm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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