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최근 중소형 생명보험사가 선보인 단기납 종신보험 상품의 환급률이 카드 납부를 활용해 130%를 돌파하자 보험업계의 고민도 커졌다.
대형사가 아닌 중소형 보험사의 경우 상품 경쟁력을 위해 카드 납부를 하나의 대안으로 선택하고 있지만, 카드 수수료에 대한 부담을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데다, 자칫 금융당국의 구두 경고를 무시한 꼼수 상품으로 오인할 수 있어서다.
여기에 해묵은 보험료 카드 납부 의무화를 담은 법안이 22대 국회에서 재논의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보험사들은 카드 납부가 안팎으로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카드 납부에 할인까지…중소형 생보사들의 반란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달 라이나생명은 9개 카드사와 협업해 카드 납부가 가능한 단기납 종신보험을 출시했다.
보험 가입 전 기간은 물론 제삼자의 카드로도 납입이 가능하게 한 'THE채우는종신보험'은 7년 납 기준으로 124.5%(경과 기간 10년)의 환급률을 내세웠다.
현재 단기납 종신상품에 한해 카드 납부가 가능한 곳은 하나생명과 동양생명, 푸본현대생명 정도다. 이중 하나생명의 경우 계약자 본인 카드로만 7년 납 기준 124%의 환급률을 제공한다.
120% 중반의 환급률은 현재 생보사들이 단기납 종신보험에 대해 제시할 수 있는 현실적으로 가장 높은 환급률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단기납 종신보험에 대한 업계의 과당경쟁을 지적하며 과도한 환급률 지급을 구두 경고한 바 있다.
이후 130%를 웃돌던 단기납 종신보험의 환급률은 일제히 하향 조정됐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사실상 당국의 가이드라인으로 상품별 차별화가 어려워졌다며 볼멘소리도 나왔다.
오랜 시간 소액 건강보험 상품 중심의 영업을 해온 라이나생명은 카드 납부에서 돌파구를 찾아 '고사' 돼버린 단기납 종신보험 시장에 뛰어들었다.
라이나생명의 올해 1분기 기준 보험료 신용카드납 지수는 34.5%로, 생보업계에서 가장 높다. AIA생명과 동양생명, 푸본현대생명 등이 그 뒤를 잇고 있지만 라이나생명과의 격차는 크다.
특히 이번 단기납 종신보험의 경우 롯데카드와의 제휴로 할인 카드까지 선보였다. 매월 최소 30만원 이상의 카드 실적만 있으며 보험료를 1만3천원에서 2만5천원까지 깎아준다. 연간 최소 15만원, 약 9% 수준의 보험료 할인이 가능한 셈이다.
보험대리점(GA)에선 이를 계산해 이 상품의 환급률을 136%라고 소개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하나·동양·푸본·라이나와 같은 중소형 생보사들은 그간 소비자를 위한 상품 경쟁력 차원에서 카드 납부를 허용했다. 대형사의 네임밸류에 대응하기 위한 일종의 생존전략"이라며 "여기에 라이나가 카드 업계에서도 공격적인 롯데카드와 함께 승부수를 띄우면서 다른 보험사들의 고민도 깊어지게 됐다. 보험료 청구할인은 꽤 큰 이슈"라고 귀띔했다.
◇카드 납부가 높인 보험 유지비…국회 논의 앞두고 '설왕설래'
통상 보험사는 1% 안팎의 유지비를 상품에 부과해왔다. 상품 계약 과정의 자동이체 비용이나, 안내장 송부, 콜센터 관리 등에 드는 비용 처리를 위해서다.
반면 카드 납부의 경우 2% 초반의 수수료를 보험사가 카드사에 지급해야 한다.
이 경우 보험사는 유지비에 카드 납부 수수료를 녹일 수밖에 없다. 보험사의 카드수수료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카드 납부가 가능한 보험상품의 유지비가 상대적으로 높게 설정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라이나생명의 경우 해당상품의 유지비를 2%대로 설정하고 있다.
문제는 또 있다. 카드수수료가 가진 변동성이다.
가입 동안 보험 상품의 유지비 변경은 불가능하다. 만약 카드 수수료가 내린다면 보험사는 이익을 보지만, 반대의 경우 기간 손실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이는 보험사 실적의 예실차에도 부담이다.
이 때문에 보험업계는 오랜 시간 보험료 카드 납부에 부정적이었다.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를 놓고 '1% 수준으로 낮춰달라'는 보험사와 '조달 비용 때문에라도 안된다'는 카드사 간 줄다리기가 이어진 것도 배경이기도 하다.
금융당국이 보험료 카드 납부 필요성을 공감하며 지난 2018년 카드 납부 현황 공시를 의무화했지만, 소용없었다.
물론 손보사의 경우 연간보험료를 한꺼번에 내는 자동차보험의 구조상 카드 납부를 허용했고, 일부 중소형 생보사들도 상품 경쟁력을 위해 카드 납부를 활용했다.
하지만 여전히 전체 생보사 기준 보험료 카드 납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4% 안팎에 불과하다.
이달 초 더불어민주당 이정문 의원은 대표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료 카드 납부 의무화가 골자다. 카드수수료 부담을 이유로 보험료 카드 납부를 축소하거나, 보장성 보험 등 특정 보험 상품에만 카드 납부를 허용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신용카드와 직불카드, 선불카드로 보험료를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 더불어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제재 내용도 담았다.
이에 보험료 카드 납부와 관련해 업계에선 벌써 설왕설래가 오간다.
보험계약마진(CSM) 경쟁을 위해서라면 카드수수료를 지불하더라도 청구할인이 가능한 환급률 높은 상품도 검토할 수 있다는 보험사들도 부지기수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환경적인 변화로 카드 납부가 허용돼야 할 필요성도 있지만, 소비자 권익에 무엇이 보탬이 될지는 여러 관점에서 따져봐야 한다"며 "자칫 밥그릇 싸움으로만 비치면 모두에게 독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뉴스TV 제공]
jsjeong@yna.co.kr
정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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