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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연의 전망대] '합리적 무관심'으로 본 연준의 행보

24.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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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제공

<※사진설명: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연방준비제도(Fed) 청사:연합뉴스 제공>

(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좀처럼 결기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연준 고위관계자는 주말에도 언론 매체를 동원해 연말까지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는 강성 발언을 쏟아냈다. 최근 발표된 점도표도 올해 한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만 반영했다. 점도표는 연준 관계자들의 미래 금리 전망을 담은 자료다.

◇ 매파적 발언 쏟아내는 연준과 합리적 무관심

연준에서도 매파적 기조가 가장 강한 인물 가운데 한명인 닐 카시카리 미국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주말에도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닐 카시카리 총재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를 올해 한차례, 연말까지 기다렸다가 단행할 것이라는 예측에 대해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물가 상승률이 우리의 목표치 2%로 둔화하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는 추가 증거를 봐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같이 언급했다.

이에 대해 월가 일부 관계자들은 '합리적 무관심(rational inattention)'이라는 관점에서 최근 연준의 행보를 되짚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합리적 무관심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 2022년에 잭슨홀 미팅에서 강조해 시장의 중심 화제가 됐던 개념이다. 당시 파월은 전임인 앨런 그린스펀 의장까지 거론하며 용어를 설명할 정도로 이 개념을 알리는 데 공을 들였다.

'합리적 무관심'은 '화폐환상(money illusion)'이라는 경제학 용어를 통해 설명될 수 있다. 화폐의 가치가 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실질적인 가치의 증감을 인식하지 못하는 현상을 화폐환상이라 일컫는다.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실질 가치보다는 명목가치를 우선한다는 의미다.

예컨대 물가 상승률이 5%인데 임금을 동결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여겨지지만, 물가 상승률이 10%일 때 임금이 5% 인상되는 것은 수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물가를 고려한 실질임금은 두 경우 모두 5% 삭감이지만 사람들은 후자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폐환상은 실업률과 명목임금의 변화율에 역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필립스 곡선과도 밀접하게 연결된 개념이다. 실업자들이 명목 임금 인상을 실질임금의 인상으로 착각하는 화폐환상을 바탕으로 합리적 무관심 단계까지 접어들면 일자리를 망설이지 않고 받아들이기 때문에 마찰적 실업도 감소한다.

◇ 합리적 무관심이 고용 부문으로 파급돼야

파월이 굳이 전임인 그린스펀 의장까지 동원해 '합리적 무관심'을 거론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합리적 무관심이라는 용어가 고용시장에서 노동자들이 인플레이션을 염두에 두지 않아 인상된 명목임금이 잠식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가 돼야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심리가 잡힌 것으로 풀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6월 통화정책 결정을 위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날에 발표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기준금리 인하의 논거가 되지 못한 이유도 '합리적 무관심' 차원에서 해석할 수 있다. 대부분 지표는 예상을 밑돌았지만, 시간당 평균 실질임금 상승률이 예상을 웃돌았기 때문이다.

5월 시간당 평균 실질임금은 계절조정 기준 전월 대비 0.5%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의 수치(0.1%↓)에 비해 큰 폭으로 반등한 수준이다. 시간당 평균 임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도 0.8% 높았다. 5월의 주간 평균 실질임금(계절 조정치)은 전월 대비 0.4% 올랐다. 지난달 수치인 0.4% 하락에서 큰 폭 상승 전환한 셈이다. 주간 평균 실질임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0.5% 올랐다.

이에 대해 파월 의장은 "고용 증가 폭에 대해 과장됐다는 논란이 있지만 여전히 강하다"며 임금 상승률도 지속 가능한 수준에서 다소 벗어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임금 상승률은 여전히 지속 가능한 경로를 웃돌고 있다"며 "임금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전반적인 물가 상승률이 2%대로 내려오려면 다소 진정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가 아직은 '합리적 무관심'의 영역에 접어들지 못했다는 의미다. (국제경제부)

neo@yna.co.kr

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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