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윤교 기자 = "저녁 식사로 시리얼을 먹으면 돈을 절약할 수 있다."
지난 3월 미국 식품업체 켈로그의 게리 필닉 최고경영자(CEO)는 경제방송 CNBC에 출연해 이같이 발언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인플레이션으로 어려움을 겪는 미국인들은 분노했다. 소셜미디어(SNS) 틱톡에서 켈로그 제품 보이콧을 촉구하는 내용의 게시물은 수천만회 조회되고 온라인 게시판 레딧은 불평등 심화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게시물로 가득 찼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국에서 불평등이 극도로 심화하면서 이에 대한 반발도 커지고 있다. 대기업 CEO의 보수가 지나치게 높고 사회 전반의 격차가 벌어지는 것에 대해 불공평하다고 느끼는 미국인이 많아지고 있다.
AP통신이 기업임원보수 통계업체 이퀄라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S&P500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평균 급여는 1천630만 달러(약 224억 원)로 근로자 평균 연봉인 8만1천467달러(약 1억1천200만 원)보다 196배 많았다. 2022년 185배에 비해 격차가 확대됐다.
케빈 머피 서던캘리포니아대학 금융 경영학 교수는 "지난 몇 년간 성과 연동형 주식 보상이 증가하면서 CEO의 보수가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성과 연동형 주식(PSU)은 여러 가지 성과 목표를 미리 설정해두고 임직원이 이를 달성했을 때 지급하는 주식 수량을 늘리는 제도다. 기존의 스톡옵션 제도보다 보수액이 급증하는 경향이 짙다. 최근 주목 받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NAS:TSLA) CEO의 거액 연봉도 이 메커니즘에 기반한다.
머피는 "무능한 CEO를 고용할 경우 많은 돈이 들어가게 되기 때문에 회사는 차라리 높은 급여를 받으면서 유능한 CEO를 고용하는 게 더 낫다고 여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경영진의 고연봉이 눈총을 받는 것은 이러한 소수의 소득 증가가 사회 구석구석으로 퍼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통계청에 따르면 소득 형평성을 측정하는 지니계수는 2022년 0.488로 유엔이 설정한 경고 수준 0.4를 웃돌았다. 지니계수는 1990년 이후 계속 상승하고 있다.
스티븐 달라우프 시카고대 교수는 "IT 산업이 부상하면서 기술별 소득 격차가 확대됐고, 세계화로 인해 특히 제조업 종사자의 임금이 상대적으로 저하한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경제적 여건에 따라 거주 지역과 학군이 나뉜 것도 경제적 격차를 더욱 확대하는 요인이 됐다.
지니계수 이외에 삶의 질을 보여주는 지표도 악화하고 있다.
미국 질병대책센터(CDC)에 따르면 2022년 미국의 평균 기대 수명은 77.5세로 2014년 정점을 찍은 뒤 줄어들었다. 2000년대 중반 2명 이상이던 합계출산율은 최근 1.6명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3월 유엔과 갤럽이 발표한 '세계 행복 보고서'에서 미국인 세계 143개국 중 23위를 차지했다. 미국이 20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은 집계 이래 처음이다.
특히 30세 미만 젊은 층의 행복도가 떨어진 것이 주효했다. 소득 불평등 확대와 집값 급등이 행복도 저하에 큰 영향을 미쳤다.
ygjung@yna.co.kr
정윤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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