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경 심사 만든 '파두 사태' 반년만
미승인→시장위 재심 통과→불승인…심사 효력 불인정 초유의 사태
(서울=연합인포맥스) 박경은 박형규 기자 =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 이노그리드의 기업공개(IPO)가 끝내 불발됐다. 지난해 11월 파두 사태에 이어 반년 만에 또다시 IPO 과정에서 잡음이 생긴 셈이다.
상장 주관 업무 담당자들은 '현미경 심사'에 대한 피로를 토로하면서 이번 사태가 미칠 영향에 대해 긴장하는 모습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지난 18일 늦은 밤, 이노그리드의 상장 심사 효력을 불인정하는 초유의 결단을 내렸다.
◇지난달 전해진 분쟁 관련 제보…'누더기' 증권신고서에 담긴 법적 분쟁
상장 심사 결과가 뒤집힌 첫 사례라는 충격에 더해, 이러한 결정이 IPO의 마지막 관문으로 꼽히는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마지막 날 공개되면서 시장의 혼란은 가중됐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국거래소와 금감원에 제기된 투서를 사건의 시작점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초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에는 이노그리드의 최대 주주 분쟁과 관련한 제보성 민원이 접수됐다.
당시 이노그리드는 상장 단계의 본궤도에 오른 시점이었다. 지난 2월 처음으로 제출된 증권신고서는 이미 4차례 정정됐으며, 그사이 지난 3월 예정됐던 상장 스케줄은 이미 두 달가량 지연된 상황이었다.
IPO 과정의 문지기 역할을 맡고 있는 한국거래소도 고민에 빠졌다. 우선 증권신고서에 담길 내용을 보고 분쟁의 영향에 대해서 판단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증권신고서를 검토 중이던 금융감독원은 소식을 접한 후 법적 분쟁의 영향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경영 안정성과 관련한 사안인 만큼 한달가량의 검토 끝에 관련 내용이 처음으로 증권신고서에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측 관계자는 "직접적으로 들어온 제보에 관해선 확인된 게 없다"면서도 "일반적으로 실무상 기업 상장 전 확인이 필요한 주요 내용들은 더 상세히 기재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시 내용을 종합하면 이노그리드의 이전 최대 주주인 A사의 최대 주주 박모 씨는 지난 2019년 3월과 12월 무상감자 및 주주배정 유상증자와 관련해 주주 권리를 행사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2021년 있었던 지분 매각이 박모 씨 본인의 동의 없이 이뤄졌다며, 이노그리드 측이 해당 거래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입장이다.
한편 2020년 5월 B증권사가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채무자를 A사로 하고 이노그리드를 제3채무자로 해 이노그리드 발행 보통주식 중 약 12억원에 이르기까지의 부분에 대한 압류 명령을 받았다는 사실도 언급됐다. 이노그리드가 A사에 대한 B증권사의 주식압류명령에 간접적으로 연관돼있어 향후 법적 분쟁의 당사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노그리드 측은 공시에서 "과거 당사의 최대 주주였던 법인과 해당 법인의 최대 주주 상호 간 당사 발행 주식 양수도 및 동 주식에 대한 금융회사의 압류 결정 등과 관련해 분쟁 가능성이 존재하는 상황"이라면서도 "내·외부 법률검토를 거쳐 살펴본 결과 만일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당사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재했다.
[출처 :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승인→시장위 재심 통과→불승인…뒤집힌 심사 결과에 긴장하는 업계
한국거래소 입장에서는 이미 결론이 난 심사 결과를 가지고 고민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게다가 이노그리드는 수개월 전 한국거래소 상장 부서의 미승인 결론을 뒤집고 시장위를 통해 상장 심사를 통과한 상태였다. 법적 분쟁의 가능성만으로도 상장 심사가 뒤집힐 수 있냐는 비판을 감수하고, 한국거래소는 종전의 심사를 무효화하는 결단을 내렸다.
실제 법적 분쟁으로 이어져 기업의 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사실보다도 이러한 내용을 사전 심사 단계에서 알리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한 셈이다.
한국거래소는 이번 사건을 특수한 상황으로 평가하고 향후 심사 기조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란 입장이나, 이미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심사 강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이번 일은 시장 상황으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니라 한 회사의 특수한 상황으로 평가한다"며 "시장 전반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 만큼 심사 기조는 일관되게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첫 사례다 보니 이러한 내용이 재발하지 않도록 방지책을 검토하겠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업계에서는 당분간 기업의 안정성과 법적 분쟁과 관련한 심사가 강화될 것이라 입을 모은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심사 결과가 뒤집힐 수도 있다는 점에서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됐다"며 "발행사, 주관사 모두에게 부담이 되는 사건이 또 발생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거래소는 파두 사태 이후 매출 안정성 등을 더욱 꼼꼼히 보면서도 심사 기조에는 변화가 없다고 설명한다"면서 "앞으로 정성 평가가 더욱 험난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출처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gepark@yna.co.kr
hgpark@yna.co.kr
박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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