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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이모저모] 최태원 '딜레마'의 연속

24.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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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주가'에 진심인 기업인이다. 실적 같은 재무성과를 비롯해 ESG경영과 유무형 자산 등 모든 기업가치가 주가에 반영돼야 한다고 믿는다.

주가가 SK 경영진 회의 때마다 빠지지 않는 '단골 소재'가 된 배경이다. 최 회장이 각 사 CEO에게 강하게 주가 관리를 주문했다는 얘기가 거의 매년 들린다. 질책도 서슴지 않는다고 한다. '주가 관리'는 CEO 평가 항목에도 들어가 있다.

그룹 차원에서 주가를 끌어올리려는 노력도 상당하다. SK는 재계에서 선제적으로 등기임원 등에 대한 주식 연계 보상을 도입한 곳이다. 주가 부양 재료인 자사주 매입·소각에 적극적인 건 말할 것도 없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지 최 회장은 "주가가 고민"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이혼소송 입장 밝히는 최태원 회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17일 오전 SK㈜[034730] 주가가 급등했다. SK그룹이 최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관련 기자회견을 개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SK㈜는 SK그룹의 지주사이자 최 회장이 대표이사 및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다.

2심에서 대패한 최 회장 측이 공식적인 자리를 자청한 만큼, 어떤 말을 할지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지난달 30일 항소심 선고 직후 경영권 분쟁 가능성 등으로 SK㈜ 주가가 급등했던 '전례'도 투자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회견 내용이 전해지자 주가가 쭉 내렸다. 언론 보도 직전 18만원을 터치했다 한 시간도 채 안 돼 1만원 넘게 반납한 것이다. 이날 SK 측은 항소심 재판부가 1조4천억원 규모의 재산분할을 판결하는 데 영향을 미친 '주식 가치 산정'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최 회장 본인이 직접 등판했다. 그는 "(SK㈜) 주식이 분할 대상이 되는 게 맞는지, (된다면) 얼마나 돼야 하는지에 대한 전제에 속하는 아주 치명적이고 큰 오류"라고 말했다. 예고에 없던 '깜짝 등장'은 재판부의 판결에 중대한 결함이 있다는 이미지를 남겼다.

시장에선 주가가 급락한 것을 두고 "투자자들이 기대한 내용과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왔다. SK가 최 회장에게 불리한 판결을 한 재판부의 실수를 파고들어 분위기 반전 기회를 마련했다는 이유다. 실제로 항소심 재판부는 SK의 회견 직후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판결문을 고쳤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이게 최 회장 측의 입장이 맞나 의구심이 들 정도다. SK의 주장대로 계산 오류를 바로잡으면, SK그룹 성장에 대한 최 회장의 기여도가 기존보다 한참 줄어들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그래픽]

실제로 이날 SK의 발표는 최 회장의 기여도가 실제보다 부풀려 계산됐다며 이의를 제기하는 성격이 강했다. 재판부가 12.5배로 본 최종현 선대회장의 기여분은 125배가, 355배로 계산한 최 회장의 몫은 원래 35.5배가 맞다는 게 핵심이다. SK그룹, 나아가 최 회장이 본인을 '셀프 디스'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주식 가치에 한정한 것이긴 하지만 재계 2위 그룹의 총수가 자발적으로 자신의 성과를 축소하기까지 기업인으로서, 개인으로서 딜레마가 컸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최 회장이 막판까지 기자회견 참석을 고민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나마 비교 상대가 부친인 선대회장이었기에 결단을 내릴 수 있었을 거란 게 중론이다.

사실 최 회장은 2심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스스로를 '승계상속형 사업가'라고 설명해 왔다고 한다. 재판이 비공개여서 이번에 처음 외부에 알려졌을 뿐이다. '자수성가'에 반대되는 표현으로, 자신의 힘으로 기업을 키워냈다기보다 선대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측면이 크다는 의미다.

최 회장이 '셀프 디스'도 마다하지 않은 목적은 단 하나. 노 관장과의 이혼 재판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서다. 최 회장의 기여도가 낮아져야 그에 기반한 노 관장의 내조 몫도 자동으로 줄어든다.

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SK 성장에 미친 기여도를 가능한 한 낮게 평가받아 재산분할 대상에서 SK㈜ 주식을 제외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본다. 그게 어렵다면 재판부가 35%로 정한 노 관장 몫(분할 비율)을 줄이는 게 차선책이다.

무엇보다 그토록 주가를 강조하던 최 회장은 당분간 SK㈜ 주가 급등을 가장 경계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과거 소버린의 전례가 있듯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을 받거나 재판이 노 관장에게 유리한 쪽으로 흘러갈 때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SK㈜ 주가는 최 회장 측이 기자회견을 열어 오류를 지적한 이후 3일 연속 하락했다. (기업금융부 유수진 기자)

sjyoo@yna.co.kr

유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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