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다변화…연금계좌에도 레버리지 ETF 허용해야
(서울=연합인포맥스) 한상민 기자 = '은퇴자의 천국'으로 불릴 만큼 미국에서 연금 백만장자는 빠르게 늘고 있다.
미국의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인 401(k)에 연금 자산이 100만달러가 넘는 가입자가 지난해 말 기준 42만명을 웃돈다. 피델리티자산운용에 따르면 미국 주식의 상승세로 1년 전 대비 연금 백만장자가 41% 늘어났다. 10년 전보다는 10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전체 적립금은 11조달러를 웃돈다.
401(k)에 성공 요인은 세제 혜택과 거치식 투자로 요약된다. 회사와 근로자가 매달 일정액을 적립식으로 쌓으면서도 높은 세제 혜택 등으로 거치식 장기투자가 일어나며 복리 효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401(k)의 적립 한도는 연간 6만1천달러(약 8천400만원)로 국내 연금계좌의 합산 1천800만원 대비 5배가량 높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401(k)에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미국에서는 레버리지 ETF를 연금계좌에 어느 정도 편입할지를 두고 치열한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변동성에 노출돼서 위험하다"며 치부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3배 레버리지가 장기 성과가 더 뛰어났다"고 치켜세운다. 창과 방패의 싸움이다.
마켓워치는 2021년 '401k 포트폴리오에 3배수 레버리지를 넣어야 하나?'는 주제로 1배수와 3배수 ETF의 수익률을 비교했다
백 테스트 결과, 10년간 투자 수익률은 1배수 대비 3배수 ETF가 5배나 높았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를 3배수로 추종하는 ETF(UPRO)와 만기 20년 이상의 미 국채를 3배로 추종하는 ETF(TMF)를 절반 정도 비율로 섞었을 때의 결과다.
국내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놀라워하면서도 동시에 '우리나라는 안 될 거야'라는 방어기제로 무기력해한다.
금융당국의 보수적인 자세로 비트코인 현물 ETF조차 허용되지 않는 판국에, 연금계좌에 레버리지 ETF가 허용될 리 만무하다는 것이다.
"연금계좌에 레버리지 ETF라니…우리나라 공무원 사회에서 되겠습니까"라고 말한 이도 있다.
레버리지 ETF가 아직 뮤추얼펀드 비율이 높은 401(k)의 백만장자 형성에 완벽히 일조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선택지로 열려있다는 점은 중요하다. 우리나라 연금계좌에서 파생상품 위험평가액 40% 초과 ETF는 매수할 수 없다. 당연히 레버리지 ETF는 불가하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연금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선택지는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 투자자 보호라는 명목으로 선택지 자체를 줄이는 기조는 변할 필요가 있다. 숫자가 이를 증명한다.
세제 혜택 확대에 더해 레버리지 ETF의 연금계좌 투자 허용은 연금 투자 활성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횡보장과 하락장에서 단순히 '위험'하다고 이를 허용하지 않는 보수적인 스탠스는 변해야 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애초에 연금계좌는 뻔한 투자만 한다"며 "레버리지 ETF에서 역사가 시작된다"고 말할 정도다.
물론, 투자자들은 각 자산군의 특성을 고려해 투자해야 한다. 레버리지 ETF는 배당이 적고 수수료가 높은데, 특히 횡보장과 하락장에서는 1배수 ETF 대비 수익률이 더 저조할 수 있다. '박스권' 코스피에는 치명적이다.
일례로 코스피200을 2배수로 추종하는 KODEX 레버리지 ETF의 3년 수익률은 마이너스(-) 27%로, 1배수인 KODEX ETF의 -11% 대비 훨씬 부진했다. 같은 기간 S&P500은 1배수와 2배수 ETF가 각각 29%, 43% 올랐다.
운용사 한 운용역은 "코스피, 채권, 나스닥 등 변동성에 대한 최적의 레버리지 배수가 다 다르다"며 "코스피라면 1.2~1.5 배수 수준이 적합하고, S&P와 나스닥은 그 이상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smhan@yna.co.kr
한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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