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저출산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되는 주거 가격 상승에 따른 양육비 부담은 비단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저출산 문제는 이미 2000년대 들어 세계적인 현상이 됐으며, 그중에서도 한국을 비롯한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은 주거 부담으로 저출산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
◇ 韓 높은 주택 가격이 출산율 하락에 일조
20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OECD 회원국의 평균 합계출산율은 가장 최근 자료인 2021년 기준 1.58명이다. 이중 한국은 당시 가장 낮은 0.81명이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로 한국은 이미 지난해 0.72명 수준까지 떨어졌다.
국토연구원의 박진백 부연구위원이 2022년 12월에 낸 '주택가격 상승이 출산율 하락에 미치는 동태적 영향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에 비해 주택가격 충격이 출산율 하락에 미치는 영향력이 강해졌다. 특히 연구원이 동태패널 모형 기준으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전년도 주택가격이 1% 상승할 경우 합계출산율은 0.002명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미경제학회(NBER)의 2016년 '주택 가격과 출산율'(저자 Lisa J. Dettling & Melissa Schettini Kearney)'보고서에서도 주택 가격이 출산율 하락에 미치는 영향이 지적된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평균 대도시의 주택가격이 10% 오를 경우 무주택 소유자들의 출산율은 1% 감소한다. 반대로 상대적으로 더 부유한 유주택자의 출산율은 4.5% 올라 이를 상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보고서에서 저자들이 주목한 점은 주택 가격이 출산의 주요 요인 중 하나였다는 점이다.
주택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나라 중에 출산율이 1명 아래로 떨어진 곳은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이 대부분이다.
홍콩의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0.75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으며, 싱가포르도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합계출산율이 1명 아래로 떨어진 0.97명을 기록했다. 같은 시기 한국의 출산율도 0.72명까지 떨어졌다. 대만의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0.865명으로 하락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상대적으로 아시아 국가 중에 높은 출산율을 기록했던 일본은 지난해 기준 합계출산율이 1.20명으로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
국토연구원의 박진백 부연구위원은 "주택가격 상승기에는 주택 매매가격과 전셋값이 출산율 하락에 기여하는 정도가 강화되는 것이 확인됐다"라며 "주택 가격은 출산율 하락에 중요한 요인이다"라고 지적했다.
[OECD 홈페이지 캡처]
◇ 亞 국가들, 부동산 지원책도 쏟아내
많은 국가가 출산한 가구에 현금 수당을 제공하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며 이제는 주거와 교육, 세금 공제 등 각종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우리나라도 아이를 낳은 가구에 대해 신생아 특례 대출을 확대하기 위해 특례 대출 소득 기준을 크게 완화하고, 분양 주택의 신생아 가구 우선 공급 물량을 대폭 늘리기로 하는 등 여러 '출산 지원책'을 전날 발표했다.
이 같은 판단에는 결혼·출산의 대표적인 걸림돌 중 하나로 주거 문제가 지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높은 부동산 가격이 출산을 저해하는 주요 원인으로 보고 이에 대한 해법을 먼저 내놓기 시작한 곳은 싱가포르가 대표적이다.
싱가포르는 1970년대 출산율이 2.07명 수준으로 떨어지자 종합적인 출산 정책을 내놨으며 그중에서 아이가 1명 이상 있는 가구나 출산은 앞둔 신혼부부에게 정부 지원 분양 아파트 매매시 우선권을 부여하는 정책을 내놨다. 이외에도 세 자녀를 위한 아파트 매매 우선권, 3개월내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에게 정부 보조 아파트를 매입할 자격을 부여하는 등 각종 부동산 지원책을 쏟아냈다.
홍콩도 지난해 출산 장려금 등 새로운 출산 장려 정책을 발표했다. 이 중 부동산 지원책으로는 지난해 10월 25일 이후부터 출산한 가구가 정부 보조 아파트를 구매할 경우 추점 비중의 10%를 출산 가구에 배정하고, 일반 분양 물량에서도 이들에게 추가로 추첨 기회를 부여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이러한 혜택은 아이가 3살이 될 때까지 부여된다. 또한 올해 4월부터는 출산한 가구에 대해 공공 아파트 신청 대기 기간도 기존보다 1년 단축하기로 했다.
부동산 관련 지원책을 가장 먼저 내놓기 시작한 싱가포르의 경우 파격적이라고 평가받던 지원책에도 출산율이 최근 1명 아래로 떨어지면서 각종 지원책에도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들이 이어졌다. 무엇보다 주택 감당 비용 등 각종 양육 비용 이외에도 아시아의 장시간 근로 문화나 가부장적 분위기 등 다른 근본적 원인이 해소되지 않는 점도 출산율 하락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 헝가리 출산 지원책 주목…0.65명→1.61명
헝가리는 파격적인 출산 주거 지원책을 도입했던 대표적인 나라다.
유럽연합(EU)이 올해 3월에 발표한 합계출산율 자료에 따르면 헝가리의 출산율은 2022년 기준 1.56명으로 EU 평균인 1.46명보다 높다. 이는 EU 국가 중에 여섯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헝가리는 2011년 출산율이 1.23명으로 당시 EU 평균인 1.54명에 비해 크게 낮았으나 이를 빠르게 따라잡아 2021년 1.61명까지 높아져 EU 평균인 1.53명을 앞질렀다. 2022년 들어 출산율이 낮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EU 평균을 웃돈다.
이 같은 비결에는 오르반 행정부의 강력한 주거 지원 정책이 뒷받침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헝가리의 결혼한 부부는 '가족 주택 지원금(CSOK)'을 통해 저리의 대출을 받을 수 있고, 아이를 낳을 경우 원리금 납입을 한시적으로 유예받을 수 있고, 추가로 아이를 낳을 경우 원금 일부를 탕감해준다. 아이를 3명까지 낳으면 대출 원금 전액을 탕감해주고, 4명 이상의 자녀를 낳을 경우 세금을 평생 면제해준다.
헝가리의 출산 지원책은 그럼에도 2030년까지 정부가 목표로한 인구 유지 수준인 2.1명에 도달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게다가 양육 부담이 큰 저소득층보다 대출 감당이 가능한 고소득층에게 유리한 정책이라는 지적도 있다.
박 부연구위원은 "(출산 가구에게) 압도적으로 공급량을 늘려주거나, 압도적으로 가격 부담을 낮춰줘야 한다"라며 "대출을 더 많이 해주는 정책은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하며, 대출 확대는 오히려 저출산 정책이 아니라 부동산 부양 정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홍콩의 경우도 주택가격이 굉장히 비싼 나라라 자신의 소득으로 감당이 불가능한 구조이다"라며 "주거 안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주택 가격만 오르고, 출산율은 오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박 부연구위원은 결국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집값을 낮춰 비용을 줄이게 해주거나 공격적으로 출산 가구에 대한 임대 공급을 늘려 부담을 줄여주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남=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경기도 성남시 HD현대 글로벌R&D센터 아산홀에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주제로 열린 2024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함께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2024.6.19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hihong@yna.co.kr
ysyoon@yna.co.kr
윤영숙
ysyoon@yna.co.kr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