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리츠(Real Estate Investment Trust)는 부동산투자회사를 가리키는 말이다. 신탁 형식을 빌려 부동산에 투자한다는 뜻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1년 부동산투자회사법이 제정되며 도입됐다.
제정 당시 부동산 간접투자기구로서 건전한 부동산 투자 문화의 기틀을 다질 것으로 기대됐으나 올해 4월 기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리츠는 23개, 시가총액은 7조7천억원 정도다.
[출처: 한국리츠협회]
한국리츠협회에서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해외에는 미국의 경우 204개 리츠가 상장되어 있고 캐나다 36개, 호주 47개, 일본 60개, 싱가포르 39개 등이다. 해외 리츠의 시가총액을 국가별로 보면 대략 미국이 1천610조 원, 캐나다 63조원, 호주 115조원, 일본 152조원, 싱가포르 93조 원이다.
국내 상장리츠가 숫자로는 크게 떨어지지 않지만 시가 총액을 따져보면 해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실제로 23개 상장리츠 중 최근 시세가 5천원을 넘어서는 곳도 삼성FN리츠, 코람코더원리츠, 이지스밸류리츠, 신한알파리츠 등 네 곳에 불과했다.
사실상 투자자들에게는 외면받는 상품이나 마찬가지인데 정책 당국의 생각은 다른 듯하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미분양 대책에서는 기업구조조정(CR) 리츠를, 전세사기 문제에 대해서는 리츠를 활용한 기업형 장기임대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장 구조조정에서도 민간임대리츠에서 문제 사업장을 인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최근 발표한 '갈라파고스적 부동산PF, 근본적 구조개선 필요' 보고서에서 낮은 자기자본 비율로 투기적 성격을 지니는 국내 부동산 시행업의 대안으로 리츠를 제안했다.
정책 당국이 생각하는 것처럼 리츠가 부동산 문제를 푸는 요술방망이가 될 수 있을까.
개발업계에서 리츠와 경쟁하는 금융상품은 부동산 펀드다. 공모나 상장의 의무가 없기 때문에 다양한 투자 형태를 염두에 둘 수 있고 등록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리츠처럼 국토부의 인가를 받을 이유도 없다. 증권투자제한도 없고 금전대여도 가능하다.
당국의 입장에서는 설립단계에서 국토부의 인가를 받아야 하고 상장 이후에는 한국거래소의 감시를 받아야 하는 리츠가 입맛에 맞겠지만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국토부나 거래소의 간섭에서 자유로운 부동산 펀드가 훨씬 매력적이다.
투자자 유인은 또 어떤가. 현재 국내 상장리츠는 살 수는 있어도 팔 수는 없다고 할 정도로 거래가 부진하다. 그러다 보니 해외리츠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는 종종 볼 수 있어도 국내 리츠에 대해서는 존재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다.
리츠는 감독 당국인 국토부 내에서도 홀대받는다. 지금은 박상우 국토부 장관의 관심사로 떠올라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나오지만, 리츠 관련 정책은 국장급인 토지정책관의 전결사항이다. 그러니 금융당국과의 고위 정책 협의 등이 쉽지 않다.
업계에서는 국토부와 거래소 등 두 곳의 감독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상장 리츠가 활성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를 십여년 이전부터 하고 있다. 이런 업계의 목소리를 외면하면서 문제가 생길 때마다 요술방망이처럼 리츠를 꺼내 드는 당국의 모습을 보면 20년이 넘도록 상장리츠가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를 새삼 깨닫게 된다.
spnam@yna.co.kr
남승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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