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계약 적법하게 해지, 피고 목적물 인도 의무 있어"
손해배상금 10.5억 및 이자 지급 명령
(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25년 전 최태원 회장이 요청해 미술관을 이전했던 것인데 이렇게 돼 저희로서는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구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노소영 관장의 법률 대리인이 21일 SK이노베이션[096770]과 벌여온 '아트센터 나비' 퇴거 소송에서 패소한 뒤 밝힌 입장이다. "무더위에 갈 곳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여러 가지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며 "항소 여부에 대해 더 생각해 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혼 소송 중인 노 관장이 운영하는 아트센터 나비가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나가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SK이노베이션과 체결한 임대차 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됐으니 점유 중인 공간을 인도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오면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6단독 이재은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SK이노베이션이 아트센터 나비를 상대로 서린빌딩 퇴거를 요구한 부동산 인도 등 청구 소송의 선고 기일을 열고, 원고(SK이노베이션)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전대차 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적법하게 계약을 해지했으므로 피고는 목적물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며 "전대차 계약에서 정한 해지 이후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의무도 있다"고 판결 요지를 밝혔다.
이에 아트센터 나비가 쓰고 있는 서린빌딩 내 공간(560.36㎡)을 인도하고, 10억4천560만원과 2023년 5월10일부터 2024년 6월21일까지 연 6%, 그다음 날부터 갚는 날까지 연 12%의 이자를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특히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에 대해 전대차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없다거나, 권리 남용이나 배임 행위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펼쳤지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했다.
서린빌딩을 관리하는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월 아트센터 나비를 상대로 점유 중인 공간을 비워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9월 임대차 계약이 끝난 뒤에도 무단 점유하고 있어 경영상 손실이 크다는 이유였다.
이에 대해 아트센터 나비 측은 SK이노베이션이 소송을 제기한 시점 등을 고려할 때 이혼 소송에 대한 보복성이란 입장을 견지해 왔다. 소장을 접수한 시점이 계약 종료 직후가 아닌 2022년 12월 이혼 소송 1심 판결 이후였다면서다.
다만 노 관장 측은 지난달 30일 최 회장과의 이혼 소송 항소심에서 사실상 승소하자 SK이노베이션에 입장 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두 사건이 연관 있다는 취지로 말했기 때문이다.
당시 재판부는 위자료 20억원과 관련해 "최 회장이 동거인인 김희영 씨의 티앤씨재단에 상당한 돈을 출연했다"면서 "SK이노베이션은 (노 관장에게) 퇴거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노 관장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기존대로 퇴거 요청을 유지했다.
아트센터 나비는 종로구 SK서린빌딩 4층에 있는 미디어아트 전문 미술관이다. 최 회장의 모친 고 박계희 여사가 운영하던 워커힐 미술관을 계승해 2000년 12월 개관했다. 노 관장은 개관 때부터 센터를 운영해오고 있다.
sjyoo@yna.co.kr
유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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