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중개 플랫폼을 운영하는 통신판매중개자는 전자상거래법상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해외 사업자도 예외는 될 수 없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법을 근거로 소비자 보호 등 의무를 위반한 국내·외 중개 플랫폼을 제재할 수 있다. 그런데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때가 많다 보니 규제 무용론이 일기도 한다.
글로벌 숙박 공유업체 플랫폼 에어비앤비의 사례다. 공정위에 따르면 에어비앤비는 통신판매중개업자로서 숙박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통신판매중개의뢰자의 신원정보를 사업자가 작성하는 대로만 제공했다. 에어비앤비는 자사의 신원정보 표기 의무 역시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전자상거래법 위반 행위였음에도 제재 강도는 매우 약했다. 공정위는 지난 3월 에어비앤비에 대해 향후 행위 금지명령 및 이행 명령을 지시했다. 과태료 부과는 50만원에 그쳤다. 현행법이 가진 한계 탓이다. 전자상거래법은 플랫폼에 직접적인 소비자 보호 책임을 물을 수가 없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 플랫폼(C-커머스)이 난립하면서 공정 규제 이슈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C커머스 이용이 급증하는 것과 비례해 짝퉁 제품, 유해 제품 등에 대한 소비자 불만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이들 C커머스에서 판매 중인 해외직구 화장품과 어린이 물놀이용품 일부에서 중금속과 타르 등 유해 물질이 발견되기도 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공정위는 이들 중국 플랫폼의 전자상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실제 판매된 적이 없는 가격을 정가로 표시하고, 이를 할인하는 것처럼 광고해 소비자를 속였다는 의혹을 받는다. 테무는 애플리케이션 설치 시 상시로 쿠폰을 제공하면서 특정 기간 내에만 쿠폰을 주는 것처럼 광고한 행위와 관련해 조사받고 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알리와 테무의 통신판매자 신고 의무 위반 등 전자상거래법 위반 사실을 확인해 조만간 상정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현행 법으로 제대로 된 제재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렇다 보니 공정위가 추진 중인 플랫폼법(가칭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 제정에도 다시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플랫폼법은 제21대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된 채 회기 종료로 폐기됐지만, 22대 국회에서 재논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법은 소비자 보호를 위해 독과점 플랫폼 사업자를 '사전 지정'하고, 이들 기업에 대해 '사전 규제'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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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플랫폼 네이버와 카카오, 쿠팡, 배달의민족은 물론 구글과 유튜브 등 해외 빅테크도 공정위의 사전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국내와 국외를 막론하고 플랫폼 기업들이 집단으로 반발하는 이유다. 국내 플랫폼은 자국 내 규제가 강화되면 '역차별'을 받아 외국 IT 공룡들만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 주장한다. 국외 플랫폼은 통상 이슈까지 제기하면서 반발하고 있다. 빅테크 플랫폼이 한국 내 점유율을 빠르게 높이는 상황을 고려하면 법 시행 초기 경쟁당국의 규제가 빅테크에 집중될 수 있단 우려다.
하지만 국내 이커머스를 비롯한 플랫폼 산업이 위기에 처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C-커머스가 난립하고 유튜브 쇼핑까지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소비자 보호를 위한 장치가 꼼꼼하게 마련될 필요도 있다. 기존 전자상거래법이나 공정거래법만으로는 소비자 보호의 한계가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서 플랫폼법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플랫폼 업계 전반의 반발이 여전해 공정위의 소통 능력이 중요한 시점이다. 시장과 업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건 당국의 법 남용 가능성이다. 공정위는 이들과 소통을 지속하면서 플랫폼의 금지 행위를 명확하게 제시하는 동시에 그 행위를 제한적으로 설정하는 노력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취재보도본부 기업금융부장)
chhan@yna.co.kr
한창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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