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선진국, 주주간 이해충돌 해결하는 법리 있어"
"주주충실 의무는 투자나 일상경영에 적용 안 돼"
"자본시장 정상화는 선택의 문제"…정부·국회 결단 촉구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을 두고 "대다수 일반주주를 보호하는 선진 자본시장인지 소수 지배주주를 위한 자본시장인지, 정부와 국회의 명확하고 현명한 선택을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25일 이남우 회장과 천준범 부회장 명의로 발표한 논평에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는 자본시장 정상화와 선진화의 기초 중 기초"라며 이렇게 밝혔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경제인협회 등 8개 경제단체는 전날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가 회사법 체계를 훼손하고 경영에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이에 반대하는 의견을 정부에 제출했다.
이를 두고 포럼은 "한경협 등의 의견이 명확한 사실과 법리를 왜곡하고 호도하고 있어 안타까운 심정을 금할 수 없다"며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이 평균 30%를 넘는 상장회사들이 다시 '가스라이팅'에 몰두하는 것은 볼썽사납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쟁점 흐리기는 그만두고 상식과 논리에 맞는 토론을 하자"고 덧붙였다.
포럼은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가 주주 간 이해충돌 상황을 해결하자는 당연한 원칙이라면서, 대다수 선진국이 이런 문제를 회사법에서 해결하는 법리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포럼은 "미국은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의 본고장"이라면서 "어려운 논문을 찾아볼 필요도 없이 'duty of loyalty to shareholders'를 검색하면 엄청난 분량의 기초적 내용이 쏟아지며, 판례가 너무 많아 일일이 언급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선진국 제도의 표본이라고 생각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기업 거버넌스 원칙'이 자본시장 제도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도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라고 부연했다.
포럼은 일본의 경우 경제 회복을 위한 '세 개의 화살' 중 하나로 2015년 이사회의 주주에 대한 수탁자 책임을 명시했으며, 독일은 이사가 아닌 지배주주가 직접 이해충돌 상황에서 충실의무를 부담한다고 짚었다.
포럼은 일상적 회사경영에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는 경제계 주장에 대해서도 "주주충실 의무는 주주 간 이해충돌이 없는 모험적 인수·합병(M&A)이나 일상적 경영상 결정에 적용되는 의무나 책임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포럼은 "미국의 예를 들면 주주 간 이해충돌이 있는 거래에서는 그러한 거래를 하려는 이사가 절차와 조건에 있어 '완전한 공정성(entire fairness)'을 증명하면 된다"며 "그리 어렵지도 않고 우리나라에서도 언제든 도입할 수 있는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또 포럼은 상법 개정이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경영권 공격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는 한국의 장기 총주주수익률(TRS)이 선진국 최하위 수준인 연 5%에 그치고 있다며, 이들이 올바른 자본 배치 요구를 통해 투자자 보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포럼은 합병과 분할, 지주회사 전환 등 부당한 자본거래를 통해 지난 30여년 동안 일반주주들의 지분 가치가 축소되고 지배주주의 지배력이 강화됐다며, 이번 상법 개정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자본시장 정상화의 첫 단추라고 밝혔다.
포럼은 "자본시장 정상화는 사실 선택의 문제"라며 정부와 정치권이 상법 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hskim@yna.co.kr
김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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