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건설산업 관련 지수가 계속 저조한 수준을 나타내면서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를 견인한 건설투자에 대한 의문이 풀리지 않고 있다.
세수부족과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등의 영향으로 작년 4분기 지급됐어야 할 건설 기성액이 올해 1분기로 대거 이월된 데 따른 착시가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됐다.
2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건설공사 계약액은 63조1천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9% 감소했다. 작년 4분기 계약액이 72조 원이어서 전분기 대비로도 13% 감소했다.
통계청의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건설수주는 34조7천940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5.9% 감소했다. 공공발주가 58.2% 증가했지만 민간발주가 26.6% 줄어든 영향이 컸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듯 건설산업연구원이 조사하는 체감경기 지표인 건설경기실사지수(CBSI)도 5월 67.7로 기준선인 100을 밑돌았다. CBSI는 100을 기준으로 이를 상회하면 경기를 낙관하는 건설기업이, 하회하면 비관하는 건설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건설투자가 올해 1분기 GDP 서프라이즈의 동력이었던 점에 견줘보면 모순적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4월 발표한 속보치에서 올해 1분기 GDP가 전분기 대비 1.3%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시장예상치 0.53%를 두 배 이상 웃돌았다. 건설투자는 2.7% 증가하면서 GDP 증가에 0.4%포인트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일부에서는 속보치에 이어 발표될 잠정치에서 수정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1분기 성장률은 수정되지 않았다. 건설투자는 3.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속보치 대비 0.7%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건설업계 전반의 경기 동향과 한은의 GDP분석이 일치하지 않은 데 대해 전문가들은 기준이 되는 지표가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은 관계자는 GDP 산출 내역을 세세하게 밝힐 수는 없다면서도 "건설투자의 경우 기성액을 중심으로 미분양 통계 등을 감안하고 있다"며 "건설수주는 선행지표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건설업계의 경기 동향이 수주 증감에 따라 좌우되는 반면, GDP산출에서는 공사대금 수령액인 기성을 중심으로 파악하기 때문에 지표에 대한 체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건설기성액은 29조8천71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 전분기 대비 4.9% 증가했다.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건설기성액이 작년 4분기 들어 전월 대비 감소 양상을 띠다 올해 1월 급증했다는 사실이다.
건설기성액은 작년 10월 전월 대비 -0.5%를 나타내더니 11월 -2.4%, 12월 -3.6%를 가리키다 올해 1월 12.7%로 급증했다. 2월에는 -0.7%, 3월에는 -10.2%를 나타낸 점으로 미뤄볼 때 1월 건설기성액이 튀었다고 볼 여지가 있었다.
건설업계에서는 작년 4분기부터 태영건설 워크아웃설이 돌면서 건설업계의 자금흐름이 경색됐던 점을 주목했다. 또한 세수부족이 공공부문의 기성 지급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거론됐다.
실제로 국토부의 작년 결산자료를 보면 세수부족으로 일반회계에서 특별회계로 전입해야 하는 내부거래 3조500억 원가량이 불용처리됐다. 각종 공사 등을 집행하는 교통시설 특별회계의 각 계정을 보면 도로계정에서 4천520억 원, 철도계정에서 5천668억 원이 불용 처리됐다.
이를 반영하듯 발주자별 기성액 전월 대비 추이를 보면 공공부문 기성액은 작년 10월 -7.2%, 11월 -1.6% 흐름을 띠다 12월 2.3%로 회복됐다.
민간부문 기성액은 같은 기간 3.4%에서 -2.2%, -3.9%의 흐름을 띠다 올해 1월 12.7%로 급증했다. 2월 -0.5%, 3월 -8.3%의 흐름을 보인 점으로 보아 작년 11월과 12월 줄였던 기성액 지급을 올해 1월 늘린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박철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작년 말 기성액 자료를 보면서 올해 1분기 성장률에 영향을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철한 연구위원은 "시공순위 16위의 태영건설 워크아웃설이 돌면서 작년 4분기부터 현장의 자금집행 등이 경색되는 동향이 파악됐다"며 "태영건설 1개 사의 영향도 있지만 태영건설 처리의 파장을 지켜보면서 건설업계 전반에서 기성지급을 늦췄던 것은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spnam@yna.co.kr
남승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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