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개혁회의 논의…사업 구조조정해 자본 효율성↑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수년간 물밑에서만 거론되던 보험계약의 '런오프(Run-off)' 거래 시장이 마련된다.
부채 시가평가를 기반으로 하는 새 회계제도(IFRS17)와 건전성 감독 기준인 킥스(K-ICS) 체제에서 보험사의 자본관리가 더욱 중요해진 만큼, 상시로 사업구조를 효율화할 수 있는 제도적 인프라가 구축되는 셈이다.
26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진행 중인 보험개혁회의에서 보험사의 부채관리를 위한 런오프 시장 활성화 방안이 중장기 과제로 논의되고 있다.
런오프 거래는 민간 영역에서 보험계약을 사고파는 일종의 사업 이전 제도다. 과거에는 경영 실패로 인한 보험 부채의 양도 관점으로 해석되는 사례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선제적인 구조조정과 사업 효율화를 위한 부채 이전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미 유럽과 미국, 일본, 대만 등은 런오프 시장을 일찌감치 도입했다.
특히 유럽의 경우 솔벤시(Solvency) Ⅱ 와 같은 건전성 규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자, 런오프 시장을 통해 보험사의 자본 효율성을 끌어올렸다.
이와 달리, 국내에선 보험업법과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 등에 기반해 보험사 간 보험계약 이전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현재 보험업법 제140조는 보험사가 책임준비금 산출의 기초가 같은 보험계약의 전부를 포괄해 다른 보험사에 이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보험사가 필요에 의해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이 되는 임의 이전을 뜻한다. 감독 당국이 금산법 기반으로 행하는 강제 이전과는 구분되는 조치다.
다만, 계약 전부를 포괄토록 한 탓에 현실적으로 보험사들이 사업 구조조정을 위한 임의 이전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현행법상 보험사의 임의 이전은 포괄이전만 가능한 셈이다.
런오프 시장을 도입한 보험 선진국들은 포괄 이전과 관련한 규제를 폐지하거나 없앴다.
이에 보험업계에선 중장기적인 사업 구조조정 관점에서 현행법을 수정해 런오프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일부 보험사들은 최근 몇 년간 보험사 인수합병(M&A) 시장이 꿈틀대자 런오프 거래 가능성을 타진하기도 했다.
A 보험사 대표는 "보험사 M&A 매물이 꽤 있지만 대다수 인력과 조직을 함께 인수하는 과정에서 몸값이 높아진다. 우회 방법으로 부채 계약만 살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며 런오프 거래의 현실성을 지난해부터 들여다봤다"며 "이번 기회에 논의가 된다면 요구자본 출혈 없이 가용자본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B 보험사 대표는 "런오프 시장이 활성화되려면 국내 특수성에 걸맞은 변화가 수반돼야 할 것"이라며 "브랜드 이미지만 관리할 수 있다면 백화점식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형 보험사들에도 사업을 조정할 기회가 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민간 주도의 런오프 시장이 아직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백화점식 경영에 익숙한 국내 보험사들이 비슷한 계약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어 거래 수요가 적은 데다, IFRS17에 기반한 부채평가가 투명한지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해서다.
하지만 격화하는 시장 경쟁에 맞춰 전문 보험사가 등장할 수밖에 없는 추세를 고려하면 런오프 시장의 선제적인 형성은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여기에 때마다 특정 상품 판매에 대한 쏠림 현상이 많았던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상품 포트폴리오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계약 이전은 필요하다는 논리에도 힘이 실린다.
C 보험사 임원은 "알리안츠가 대만에서 고금리 계약 일부를 차이나라이프에 넘기면서 알리안츠는 보장성 포트폴리오에 집중할 수 있었고, 차이나라이프는 고객 기반을 확대했다"며 "고금리 계약을 누가 살까 싶지만, 수요는 달라지기 마련이다. 원수 보험사뿐만 아니라 재보험사들에도 공동 재보험 이후에 새로운 먹을거리"라고 내다봤다.
jsjeong@yna.co.kr
정지서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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