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점' 짜리 ESG가 희비
(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올해부터 국민연금 일반거래 증권사 1등급 자리가 8개에서 6개로 줄어들면서 상위권 경쟁도 치열해졌다.
재무지표, 리서치역량, 영업력 등 평가항목에서 전반적으로 우수한 대형사와 외국계 증권사들은 근소한 점수 차이로 1등급과 2등급으로 엇갈린 형국이다.
특히 올해부터 배점이 5점에서 10점으로 크게 오른 책임투자 및 사회·환경·지배구조(ESG)에서의 실적이 희비를 갈랐던 것으로 보인다.
◇미끄러진 메리츠증권…KB·한투·한화 1등급 차지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국내주식 일반거래 증권사에서 메리츠증권은 평가 등급이 기존 1등급에서 2등급으로 떨어졌다.
직전까지만 해도 특수한 페널티로 인해 전 영역에서 탈락했지만, 체력만큼은 탄탄한 NH투자증권도 2등급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 상반기 현지 본사를 통해 국민연금이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1등급에 이름을 올렸던 것으로 알려진 홍콩계 홍콩상하이증권과 CLSA코리아증권은 일회성 인센티브가 사라지자 각각 3등급과 2등급으로 내려갔다.
그 자리를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이 치고 올라갔다.
불건전 인수행위 금지 위반 등으로 과태료 4천만원 조치를 받아 감독기관 제재 항목에서의 감점으로 직전 2등급에 머물렀던 한국투자증권은 이번엔 최근 6개월간 감독기관 제재 없이 조용하게 보냈다.
거기다 아슬아슬하게 100%를 상회했던 조정유동성비율도 올해 3월 말 기준 109.3%로 지난해 말보다 6.8%포인트 끌어올렸다. 무난한 상반기를 보낸 한국투자증권으로서는 당연한 결과였다.
KB증권은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으로 올해 1월 금감원으로부터 기관경고를 받았지만, 다른 평가항목에서 만회하며 1등급을 차지했다.
대형사와 외국계증권사 사이에서 중형사인 한화투자증권도 올해 2월 사모펀드 불완전판매로 지적받은 감독기관 제재를 딛고 1등급을 차지하며 눈에 띄었다.
◇'디테일' 중요해졌다…매매점수·ESG 등이 가른 희비
1등급과 2등급으로 엇갈린 증권사들은 대부분 재무지표, 리서치역량, 영업력 등이 큰 차이 없이 탄탄한 하우스다.
통상 평가 등급이 떨어지는 원인으로 지목되는 '감독기관 제재' 내역이 없는데도 아쉬운 성적을 거둔 메리츠증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감독기관 제재를 피하지 못해, 이번에는 감독기관 제재 여부가 큰 변수로 작용한 편은 아니었다.
그 때문에 주식매매 기여도나 리서치 내 세세한 영역에서의 근소한 차이가 희비를 엇갈리게 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세미나, 리서치 공식 커버리지 종목 수, 심화 주제 보고서 수, 경제지표 및 기업지표 전망 정확성 등으로 35점을 매긴다. 매매실행 및 기여도 배점도 15점으로 크다.
ESG 관련 보고서 발간 건수로 평가하는 4점짜리 '책임투자보고서' 항목에서도 점수 차이가 벌어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공개된 리서치센터 보고서 기준으로만 살펴보면 KB증권이 5건으로 가장 많았다. KB증권은 ESG솔루션팀을 별도로 마련해 매주 월요일 꾸준히 8페이지짜리 리포트를 발간하고 있다.
이달에만 3건의 ESG 보고서를 내놓은 한화투자증권도 ESG 담당 애널리스트가 120페이지짜리 ESG 하반기 전망 보고서를 제공했다.
한국투자증권도 ESG 담당 애널리스트가 올해 꾸준히 적게는 2페이지부터 많게는 119페이지짜리 보고서를 썼다.
반면 메리츠증권은 ESG 담당 부서나 애널리스트가 있기보다는 섹터 담당자가 ESG 관련 보고서를 내놓는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같은 날 주식을 샀더라도 조금이라도 더 싸게 매수하고 더 비싸게 매도해준 브로커가 점수를 얻게 된다"며 "ESG 배점이 커지면서 중요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hrsong@yna.co.kr
송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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